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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김모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입이 화끈거리고 아파 매일을 고통 속에 살았다. 처음에는 아랫입술 중앙 부위가 아팠으나, 점차 입술 전체로 통증이 퍼져나가 조이는 듯 아프고 물파스를 바른 것처럼 화끈거렸다. 이후, 입술뿐만 아니라 혀까지 아프기 시작했으나 병원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 환자처럼 노인들 중에는 특별한 원인도 없이 입안이 화끈거리고 아픈 사람들이 많다. 한 번 발병하면 좀처럼 낫지를 않아 혹시 암이 아닐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암이 아니라 ‘불타는 입 증후군(Burning Mouth Pain)’이란 조금은 생소한 질병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그렇게 드문 병도 아니다. 불타는 입 증후군은 중년과 노인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또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통계에 의하면 여성 환자가 남성에 비해 약 3배가량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폐경 이후의 여성인구 중 약 12~18퍼센트에서 발생한다고 보고된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이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불타는 입 증후군, 노인에게서 흔한 질병

불타는 입 증후군이 왜 노인 환자에게 잘 생기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의학적 연구 결과에 의하면 환자들의 약 60퍼센트에서 혀와 상피에서 가는 신경섬유가 소실된 것이 발견되었다. 이에 따라 통증과 온도 감각을 전달하는 가는 신경섬유가 손상된 결과 불타는 입 증후군이 생기는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또한 환자들의 약 20퍼센트 정도는 통증을 조절하는 뇌의 도파민 시스템의 기능이 저하되고, 약 20퍼센트 정도에서는 안면부 감각신경인 삼차신경계에 이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폐경 이후의 여성과 같이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 가는 신경섬유에 영양 결핍이 될 만큼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 당뇨나 갑상선 질환과 같은 대사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잘 맞지 않는 틀니를 사용하여 반복적으로 구강에 상처를 입히는 경우나 치과 보정물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등에서 가는 말초신경이 손상되거나 뇌의 기능이 저하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노인성 우울증, 불면이 오래 지속된 경우, 불안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도 불타는 입 증후군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

불타는 입 증후군, 다양한 치료법으로 증상 완화 가능

체온계를 물고 있는 남자체온계를 물고 있는 남자

불타는 입 증후군은 말 그대로 입이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을 동반한다. 혀가 찌릿거리고 화끈거리며 타는 듯 고통스럽고 때로는 스멀거리고 쑤시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통증이 제일 많이 생기는 부위는 혀다. 혀 중에서도 혀끝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입술, 볼, 입천장, 목, 틀니가 닿는 부위에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통증과 더불어 입이 마르거나 쓰고, 입맛이 변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렇다면 왜 불타는 입 증후군이 생기는 것일까? 아구창, 구내염, 설염 등 구강 점막에 병이 나거나 틀니가 맞지 않아 입안에 상처가 났을 때 불타는 입 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입안에 상처가 난 경우는 그래도 다행스럽다. 눈으로 이상을 확인할 수 있어서 원인에 따라 구강내과나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불타는 입 증후군은 혀와 구강 점막에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간혹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환자가 너무 예민해서 증상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불타는 입 증후군은 구강암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입이 화끈거리고 아프면 입맛을 잃기도 쉽고,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기력이 떨어져 건강을 해치기 쉽다.

불타는 입 증후군은 현재로선 완치가 어렵다. 약물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약물요법으로는 항우울제가 다른 만성 신경통에서와 같이 우선 사용될 수 있으며,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다양한 약물을 시도해볼 수 있다. 약물치료와 함께 환자의 환경적인 요인과 당뇨 등 동반하고 있는 기존 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과 불면 증상이 심하다면 그에 대한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입안이 건조할 경우에는 소량의 물을 자주 마시거나 설탕이 없는 껌을 씹으면 입안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식사를 잘 못하는 노인의 경우 비타민 B군을 포함한 영양분의 결핍을 보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글 = 김찬병원 한경림 원장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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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림 기찬마취통증의학과의원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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