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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8,000km 밖에서 시작된 재앙_01

2013년 6월 13일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Jeddah)의 한 병원에 7일간 열과 기침,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60대 노인 환자가 내원했다.

이 환자는 이제껏 담배를 피워본 적도, 오랜 기간 약물을 복용한 적도, 심장 및 호흡기질환도 없었으므로, 이와 같은 증상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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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가슴 X-ray에서 왼쪽 폐의 손상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무언가 감염된 것은 분명했다.

“세균? 바이러스? 진균(곰팡이)?”

무엇에 감염된 것인지 알 수 없었던 의료진은 광범위한 치료를 시작했다. ‘타미플루’로 알려진 독감 치료제 오셀타미비르, 폐렴구균 등 세균에 반응하는 항생제인 레보플록사신, 페니실린계 광범위 항생제, 칸디다 등의 진균에 반응하는 마이카민 등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에 적용 가능한 치료제를 쏟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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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모든 치료가 반응하지 않았고
치료 11일차인 6월24일, 환자는 원인도 모른 채 폐와 신장이 망가져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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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자의 치료를 맡았던 Ali M. Zaki는 치료과정에서 채취한 혈액과 객담(가래) 등을 분당 2000번의 속도로 10분간 돌리는 원심분리*로 얻은 액체를 세포주에 배양해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간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에 나섰다.

*원심분리: 먹다 남은 키위주스를 보면 아래는 키위 과육, 위는 녹색 액체로 분리된 것을 볼 수 있다. 원심분리는 이 분리를 더욱 빠르고 더 순수하게 해 주는 기술이다. 원심분리를 하면 바이러스 등 가벼운 물질들은 가라앉지 않고 액체에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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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 과정에서 분명히 세포주를 파괴하는 병리학적 영향을 주는 것은 확인이 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Kit에는 반응을 하지 않았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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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은 결국 담배꽁초에 묻어 말라 붙은 침으로도 범인을 잡아내는 기술의 핵심인 PCR*을 통해 그 정체를 드러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자를 공유하는 이 바이러스에는 ‘HCoV-EMC’라는 명칭이 부여되었으며, 훗날 MERS-CoV로 변경되었다.

*PCR: 열에 약한 DNA의 특성을 활용해 단단하게 결합한 DNA 이중나선을 분리해 실험자가 원하는 부분을 복제하는 기술. 어떤 프라이머를 이용하는가에 따라 복제되는 부위가 달라진다. 복제를 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DNA 한 가닥의 숫자를 늘려 눈이나 기계에서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며, 이론상 열을 가하는 횟수만큼 2의 n승으로 증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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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후 두 번째 환자가 발생하면서 이 바이러스는 유행(Outbreak)의 서막을 알린다.
메르스 연구자들은 메르스와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웠던 사스(SARS-CoV)에서 교훈을 찾아 메르스의 피해가 최소화되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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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년 후
제다에서 8000km 떨어진 대한민국 서울에서 메르스는 예상을 뒤엎는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끝날 때까진,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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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자

박혜선 사진 박혜선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나와 당신, 우리 모두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바른 가치와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세상을 꿈꿉니다. 살아있는 컨텐츠를 전하는 ´커뮤니케이터´ 박혜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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