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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영국의 스포츠바이블(Sports Bible)에서 손흥민이 “톱클래스가 되는 걸 막을 뻔한 병을 앓았다”고 보도하며 그가 앓았던 병에 관심이 집중됐다. 토트넘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은 2019년 방영된 다큐멘터리 ‘손세이셔널’에서 “경기가 늦게 끝나는 날에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일이 많았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불면증을 없애기 위해 시설이 잘 갖춰진 집으로 이사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흥민이 앓았다고 밝힌 불면증은 수면장애의 일종이다. 국내의 약 70만 명이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으로, 연령이나 성별에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 불면증을 포함한 수면장애는 피로감을 유발해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 더 나아가 수면장애를 방치할 시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손흥민이 불면증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손흥민이 불면증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계속 증가하는 수면장애, 노년층 3명 중 2명이 겪고 있어

잠은 피로를 회복할 뿐 아니라 생체 기능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다. 수면장애는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국제 수면장애 분류에서는 수면장애를 크게 △불면증 △수면호흡 장애 △수면과다증 △수면-각성 주기의 장애 △사건수면 등으로 나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6년도 수면장애 환자 수는 총 49만 5,506명이었는데,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2022년에는 109만 8,819명을 기록했다. 같은 해 한국인의 86% 정도는 평소 숙면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 사회에서 수면장애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복합적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는 일상 속 스트레스, 카페인이나 알코올 같은 물질의 남용, 혹은 전자기기와 밤 문화의 발달로 인한 정신 각성 등을 들 수 있다.

수면장애는 특히 노인에게서 잘 나타난다. 노인성 수면장애가 빈번한 이유는 수면 형태를 조절하는 특정 신경세포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소멸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65~84세 노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58%가량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경세포의 소멸로 인해 고령 환자는 만성적인 피곤함에 취약하고 신체능력 저하로 인한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등이 자주 나타난다. 이 때문에 깊게 잠에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수면분절을 겪을 수 있다.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 수면장애, 정신 질환까지 발생할 수 있어

수면장애가 지속되면 생기는 대표적인 문제는 ‘만성질환’이다. 지난달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PSU)의 연구에 따르면 10년간 불면증이 있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이 최대 188% 높았다.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 연구진이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사람 4,225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불면증 환자는 수면장애가 없는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무호흡증 환자의 사망 확률은 무려 17배였다. 연구진은 “수면 중에는 깨어 있을 때에 비해 10~20% 정도 혈압이 떨어지면서 몸이 이완하는데,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혈압의 감소가 없어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다”라고 심혈관 질환의 원인을 설명했다.

또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이 늘어나 과식이나 폭식을 불러일으킨다. 이로 인해 비만이 되기 쉽고 몸이 비만해지면 당뇨의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체내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는 것도 당뇨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해 홋카이도 대학 연구팀은 당뇨병 가족력이 없는 35~55세 직장인 중 수면 시간이 하루 5시간 미만인 사람은 수면 시간이 7시간 이상인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병 위험이 5배 더 높다고 발표했다.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각성 상태는 정신적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몬타나 주립대(MSU)의 카라 팔머(Cara Palmer) 박사팀에 의하면 야간 시간대까지 수면을 제한한 장시간 각성 상태를 하루라도 경험한 사람은 긍정적 감정이 감소하고 슬픔, 스트레스, 불만 등 부정적 감정이 증가한다. 또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걱정이 많아지는 등 불안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는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인 사람의 우울증 발생 위험이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성 수면장애에서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면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뇌에 산소 공급량이 감소해 대뇌 단백질이 손상되는 것이다. 하이닥 신경과 상담의사 한진규 원장(서울스페셜수면의원)은 이에 대해 “평소 코골이나 무호흡증이 많은 사람은 치매나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라며 노인분들이 잠꼬대가 심하면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대한수면의학회, “수면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대한수면의학회는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개최한 수면건강 선포식에서 수면 시간이 7시간보다 적으면 각종 만성질환의 위험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수면장애의 증상과 치료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스스로 수면 위생을 준수해 충분하고 질 좋은 수면을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충분한 수면을 위해서는 매일 7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취침해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최대한 어둡고 조용한 환경을 조성하고, 수면 중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는 것이 좋다. 또 취침 2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 TV 등 숙면에 방해가 되는 전자기기의 사용을 자제하고, 소화기관에 무리를 주는 음식 섭취를 삼가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한진규 원장(서울스페셜수면의원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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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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