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헬시라이프

동물 학대 논란이 있는 공장식 사육, 환경오염 반대 등 다양한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본인의 반려동물에게도 채식 사료를 급여하는 사람들도 함께 늘고 있다.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해야 한다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해야 한다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그러나 반려동물 채식 사료 급여 문제는 국내·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급여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채식 사료만으로는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하게 공급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반려묘에게 채식 사료는 금물

영국의 왕립동물협회(RSPCA, 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는 2017년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고양이에게 채식 사료를 급여하는 것은 동물 학대다"라고 말했다. RSPCA의 주장에 따르면 고양이는 육식동물로 동물성 식품을 통해 '타우린', '비타민A', '아라키돈'을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채식 사료에는 이러한 영양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채식 사료만 급여할 경우 고양이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

특히 고양이의 위장은 '고단백', '고지방' 음식을 소화할 수 있는 소화력을 가지고 있으나, 탄수화물 소화력과 대사 능력은 매우 떨어진다. 또한, 고양이는 건강 유지를 위해 '타우린', 메티오닌 등 필수아미노산 14종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 필수아미노산은 반드시 식품으로 보충해주어야 하는데 식물성 식품에는 필수아미노산이 극소량 들어있다. 따라서 채식 사료만 지급할 경우 심각한 영양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고양이는 고기와 생선 섭취를 통해 아미노산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장 질환이나 안구 질환 등 고양이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미국사료협회(AAFCO, The Association of American Feed Control Officials)에서는 성인 고양이의 하루 단백질 최소 요구량으로 6.5g/100kcal, 임신 혹은 수유 중인 고양이의 경우 7.5g/100kcal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고양이에게 탄수화물은 전혀 필요한 영양소가 아니다. 고양이의 혈당 조절 능력이 다른 척추동물들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오히려 비만과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 척추동물은 혈당이 높아지면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간에서 '포도당인산화효소'가 분비된다. 하지만, 고양이의 경우 혈당이 아무리 높아져도 포도당인산화효소 분비량이 증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탄수화물로 높아진 혈당이 떨어지지 않고 유지되어 비만과 당뇨병 같은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실을 고려했을 때, 반려묘에게 가장 이상적인 식단은 단백질과 지방 함량은 높고 탄수화물은 적은 '저탄고단' 식단일 것이다.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질이 안 좋은 육류로 만들어진 저품질의 사료를 급여하는 것이 오히려 고양이 건강에 더 해롭다는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PETA, 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에서는 "채식 사료에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을 첨가하면 고양이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반박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완벽한 채식 사료만으로는 영양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들의 의견에 따르면 반려묘의 필수 섭취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사료에 별도로 첨가되는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D군', '비타민 B12' 등 무기질을 결국 동물성 재료에서 추출해야 하기 때문에 유사 채식(Pseudo-vegan) 사료를 만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사료협회와 유럽 펫푸드산업연합(FEDIAF, European Pet Food Industry Federation)의 영양 기준을 충족시킨 채식 사료들은 모두 동물성 원료에서 뽑아낸 필수아미노산과 무기질이 첨가되었기 때문에 유사 채식 사료들뿐이다. 결론적으로 사료 급여의 목적이 균형적인 영양소 공급이라는 점에서 완벽한 채식 사료 급여는 본래 목적과 충돌한다.


반려견의 채식, 가능은 한데...

반려견의 경우는 이야기가 살짝 다르다. 개는 고양이와 다르게 잡식 동물이기 때문에 식물을 소화할 수 있는 소화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반려견에게 채식 사료를 급여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이 동반된다. 채식만으로 개에게 필요한 하루 단백질 최소 요구량과 필수아미노산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터프츠 대학교(Tufts University) 수의학 센터 연구진은 "반려견에게 채식 사료만 급여하기 위해서는 매우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된다"라고 말하며, "반려견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영양성분을 식물성 원료에서 뽑아 채식 사료를 만드는 것은 수의학 영양사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개도 고양이와 같이 '아르기닌', '히스티딘', '이소류신' 등 건강 유지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 10종을 몸속에서 스스로 자연 합성하지 못한다. 결국 음식 섭취를 통해 보충해야 하는데, 식물성 원료에는 이러한 단백질 함량이 무척 적다.

단백질 최소 섭취량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식물성 음식을 대량으로 섭취하고 '비타민 D'와 '비타민 B1' 등 식물성 음식에서 얻을 수 없는 성분도 함께 섭취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완벽한 채식 사료 급여는 반려견의 건강에게도 좋지 않은 선택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채식주의자가 많은 북미 지역에서도 본인은 채식주의자이지만 반려동물에게 채식 사료만 급여하는 것을 꺼려 하는 반려인들이 상당히 많다. 캐나다 궬프대학교(University of Guelph) 연구진이 북미 등지와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반려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97%,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의 99%가 육류가 포함된 사료를 급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 대부분 채식 사료가 반려동물에게 충분한 영양소를 공급한다면 채식 사료를 급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지만, '현재로서는 채식 사료가 반려동물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되어 급여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미국켄넬클럽(AKC, American Kennel Club)에서도 반려견에게 채식 사료를 급여할 때 생길 수 있는 영양불균형을 경계하며, '반드시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을 추가 보충해 주어야 한다'라고 권고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고통받는 동물들을 위해 채식주의를 선언한 채식주의자들의 선택은 박수칠만 하지만, 반려동물에게 채식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