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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다리 떨면 복 나간다”

어린 시절 다리를 떨면 부모님과 선생님께 지적을 받거나 혼이 났던 기억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다른 이들 눈에 사람이 경박하고 가벼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자라서인지 우리는 다리 떠는 습관에 대해 상당히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몸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다리 떠는 행동은 건강을 지키는 습관이 될 수 있다.

“다리 떠는 행동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혈액순환은 심방의 수축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심장에서 나가는 동맥의 경우 혈압이 높아 혈액을 보내는 데 문제가 없지만 심장으로 들어오는 정맥의 경우는 혈압이 거의 없다시피 하게 된다. 특히 다리 쪽 정맥의 경우 혈액이 중력을 거슬러 심장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문제까지 있어 심장의 힘만으로는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우리 신체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종아리 근육을 이용한다. 정맥을 둘러싼 종아리 근육이 수축할 때마다 정맥을 펌프질해 혈액을 위로 올려 보내는 것이다. 종아리를 제2의 심장이라고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다리다리

결국, 다리를 떤다는 것은 종아리 근육을 빠르고 반복적으로 수축시켜 혈액을 심장으로 올려 보내는 행동이라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다리를 떠는 곳이 사무실이나 도서관 등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있을 때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 신체가 다리에 정체된 혈액을 원활히 위로 올려 보내고자 하는 무의식적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종아리 근육이 혈액을 심장으로 보낸다면 중력에 의한 혈액의 역류를 막기 위해 정맥 내부에는 판막이 존재한다. 이 판막이 손상되거나 기능을 상실했을 때 혈액이 역류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하지정맥류다. 주로 혈관이 비치거나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증상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은 눈에 안 보이는 증상이 더 많은 질환이다.

이제부터는 장시간 앉아있을 때 나도 모르게 다리를 떨게 되어도 괜한 자책감은 느끼지 말자. 그리고 평소 다리가 자주 저리거나 쥐 내림, 부종을 달고 사는 분들은 겉으로 혈관이 비치거나 튀어나오지 않았더라도 하지정맥류를 의심해 볼 수 있으니 혈관 초음파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안타깝게도 이미 발병된 하지정맥류는 다리를 떠는 것으로는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 자주 걷고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승진 (흉부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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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진 센트럴흉부외과의원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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