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남성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15% 확률로 정계정맥류 환자일 수 있다. 생각보다 높은 유병률에 꽤나 놀랐겠지만 걱정하지는 말자.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는 환자는 그 중 일부 이다. 후술하겠지만 꼭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 또한 그리 많지 않다.
최근 불임 남성이 느는 추세와 맞물려 그 원인에 대한 탐구도 활발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서 명백한 원인을 모르는 특발성 불임의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면 명백히 밝혀진 원인 중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 중에 하나는 정계정맥류 일 것이다.
피로한 남성
그다지 아프지도 심각해 보이지 않지만 불임씩이나 일으키는 이 질병은 무엇일까.
먼저 해부학적 구조를 들여다 보자. 다들 알고 있듯이 고환은 음낭내에 위치하며 축 쳐져 있다. 동맥을 통하여 들어온 혈액은 내고환정맥을 따라 배출되는데 우측은 대동맥으로 바로 들어가는 반면 죄측은 신정맥을 경유하여 들어간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상대적으로 긴 길이와 좌회전해서 진입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저항이 커지고 압력이 높아져 정맥이 늘어나고 쳐지게 된다. 축 늘어진 정맥은 구불구불 실타래처럼 얽히고 뭉쳐 고환위에 턱하니 얹혀진다.
이로 인해 직접적인 통증 및 불편감을 일으키고 합병증을 발생시킬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중요하다. 뜨뜻한 정맥혈로 인하여 고환의 온도가 올라가 호르몬 생산, 정자 생산 등의 기능을 방해하고 대정맥으로 빠져나가야 할 여러 유해 물질이 고환으로 역류하여 추가 피해를 입힌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고환위축, 남성호르몬저하증, 그리고 불임까지도 일어나는 것이다.
정계정맥류의 원인을 ‘진화론’의 시각으로 살펴보면 어떨까? 인류가 네발보행을 할 당시에는 심장과 고환의 높이가 같기에 혈액순환에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인류가 일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심장과 고환 사이에 수압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즉 우리 몸이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여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원리로 치질, 폐기흉 등이 발생했다고도 생각된다.
앞서 기술했듯 모든 환자가 치료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꼭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군으로는 심각한 통증이 있는 경우, 양측 고환의 크기가 20%이상 차이 나는 경우, 그리고 불임을 들 수 있다. 거창하게 설명한 원인과는 달리 치료는 간단하다. 늘어난 정맥들을 묶고 제거하면 된다. 비록 전신마취에 긴 수술시간 까지(수술자체는 간단하니 겁은 먹지 말자) 감내해야 하지만 진화의 부작용에 대항하는 현대의학의 발전이 뿌듯하지 아니한가.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안창 원장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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