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질환·치료

# 직장인 A씨(35세, 여, 웹디자이너)는 온종일 모니터만 바라보며 제작안이 완성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법이 없다. 하루 종일 앉아만 있는 직업인 웹디자이너. 5년 차에 접어들면서 살집도 제법 붙었다. 늘어난 살집과 더불어 다리에는 붓기가 더해졌다. 하지부종. 하지정맥류의 증상으로 나타난다고는 하지만 다리 핏줄이 도드라지거나 하지는 않아, 인터넷을 검색해 부종을 빼준다는 호박즙을 주문해 먹고, 공기압 마사지로 다리를 풀어준다는 마사지기를 주문했다.

하지만 빠지는 붓기는 얼굴 붓기뿐. 묵직한 다리의 붓기는 좀처럼 사라지는 법이 없다. 이젠 밤만 되면 다리가 저려 곧잘 잠에서 깨곤 한다. 밤샘 작업이 많은 디자이너에게 드물게 쉬는 날 조차도 밤잠을 설치게 되는 것이 여간 지치는 것이 아니다. 옆 부서의 프로그래머도 같은 증상으로 병원신세를 졌다고 조언을 해주겠다며 자세한 증상을 물어왔다. 그는 유독 밤에만 다리가 저린 증상, 평상시에 붓기가 심해 다리가 자주 피곤한 점 때문에 병원에 내원했다고 했다.
아래는 디자이너 A와 프로그래머 B의 대화의 일부이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성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성

(A) 밤마다 다리가 저려요. ㅠㅠ 자다가 계속 깨고 다시 다리 주무르고 3시나 4시쯤 되어서야 잠에 들고요. 그래서 출근해서 커피를 몇 잔을 마시는 지 몰라요.
(B) 나도 그랬어. 아니 밤마다 다리가 저리다 못해 콕콕 쑤시는 거야. 아픈 것보다 계속 신경이 쓰이니까 잠이 안 들더라고. 나는 오래 이 생활을 하다 보니, 허리디스크인가 해서 정형외과에도 가봤는데, 허리디스크는 아니라고 하더라고.

(A) 그래서 선배는 병원가서 나았다면서요? 병원에서 뭐래요? 병원은 어디로 갔어요?
(B) 하지정맥류래. 나 다리 나름 엄청 열심히 가꾼 다리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물론 일할 때는 오래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지만 퇴근하면 열심히 놀고 그랬다고. 게다가 나 다리에 뭐 멍든 것도 없고 그렇잖아? 근데 초음파 검사를 하니까 하지정맥류라고 하더라고. 게다가 이거 혈관질환이라서 흉부외과로 갔어.

(A) 헉! 하지정맥류라니 의왼데요? 다리 저린 거랑 하지정맥류랑 무슨 상관인데요? 선배 혈관이 튀어나온 것도 아니잖아요?
(B) 하지정맥류는 피부 아래에 있는 혈관이 원인정맥이라나봐. 그 정맥 속에 왜 심장처럼 판막이 있는데 그 판막이 고장이 난 거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혈액순환이 잘 안되니까 혈액 속 노폐물이 다리에 쌓이고, 그게 다리를 저리게 한거라고. 그게 사람에 따라서 심할 경우엔 혈관이 튀어나올 수도 있대.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너도 검사 한번 해봐.

(A) 그래도 선배처럼 운동 열심히 하는 사람이 하지정맥류일 수 있어요?
(B) 우리 형부도 헬스트레이너잖아. 근데 하지정맥류로 수술 받았어. 근육이 발달하면 혈관이 튀어나와 보이잖아? 왜 보디빌더들 그렇잖아. 근데 형부는 근력운동을 과도하게 하기도 했고, 예전에 사고 난 적이 있었다나봐. 하지정맥류는 원인이 너무 다양해서 딱 이거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대.

하지정맥류는 혈관이 튀어나와야만 한다는 생각,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걸리게 되는 병이라는 생각까지 하지정맥류는 알다가도 모를 질병이다. 혈관이 튀어나온 경우가 하지정맥류인 경우는 맞다. 하지만 혈관이 튀어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하지정맥류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 근본적인 원인정맥을 혈관초음파 검사를 통해 확인해봐야 진단이 가능한 부분이다. 또한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걸리게 되는 질병인 것도 맞다. 하지만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도 주로 걸리게 되는 질병인 것도 맞다. 두 가지 경우 모두 하지정맥류에 대한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첫째, 하지정맥류의 원인 정맥류는 피부 아래에 있다. 피부 아래에 있는 대복재정맥과 소복재정맥은 일상에서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그 정맥의 가지 정도이다. 하지만 원인정맥 속 판막이 손상되었을 때 그 가지도 손상되는 경우가 있으며, 심할 경우 그 가지가 울퉁불퉁 튀어나오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람들이 흔히 ‘하지정맥류가 생겼다’라고 하거나 ‘하지정맥류가 있다’라고 하는 부분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둘째, 오래 일하건 오래 서서 일하건, 다리를 같은 자세로 두는 것은 좋지 않다. 오래 같은 상태로 다리가 정체되어 있을 경우, 다리 근육을 통해 판막의 작용을 돕던 것이 판막만 혈액순환을 시켜야 하는 입장이 된다. 오랜 시간 같은 작업을 하게 되면 기계도 지치고 고장 난다. 판막도 같은 원리로 고장 날 수 있다.

앞에서 다룬 것처럼 하지정맥류는 알기 어려운 질병이다. 눈으로 확진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확실히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확한 진단은 혈관초음파 검사를 통해 가능하며, 혈관 내부에 있는 판막의 손상으로 정맥피가 상체로 순환되지 못하고 역류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역류가 기준치 이상 있다면 정맥내 레이저수술이 필요하고, 역류가 기준치 이하라면 경화주사요법을 통해서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

<글 = 센트럴흉부외과 김승진 원장 (흉부외과 전문의)>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김승진 센트럴흉부외과의원 전문의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