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은 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 유형곤 원장과 함께 망막변성으로 인한 실명 예방 문제뿐 아니라, 백세시대 건강하게 눈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매주 소개합니다.
안과 전문의 유형곤 원장ㅣ출처: 하이닥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주어 신의 노여움을 받아 매일 새들이 와서 뱃속의 간이 쪼이게 되는 벌을 받습니다. 대신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받은 인간이 발전하는 모습을 산 정상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불은 인류에게 신을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불의 능력을 가진 인간은 더 이상 신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에 분노한 신들은 인간을 벌하기 위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그러나 호기심이 많은 '치명적 매력'의 여인, 판도라를 만들어 인간 세상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상자 하나를 주면서 절대 열지 말라는 당부를 하지요. 결말은 잘 알려진 대로 호기심 많은 판도라가 마침내 상자를 열어 그 안에 있던 온갖 재앙과 재난을 퍼뜨렸고, 인간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놀란 판도라가 열었던 뚜껑을 다시 닫음으로써 상자 속에 희망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망막변성은 망막 신경의 퇴행성 질환으로서 치료가 불가능한 병으로 생각되었는데요. 최근 망막변성에 대한 치료 신약이 개발되었습니다. 이제 치료 가능한 병이 된 것이지요. 시포브레(Syfovre)와 이저베이(Izerbay)라는 이름으로 아직 미국에서만 허가를 받아 사용되는데 치료 결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합니다. 실명의 대부분이 망막 신경의 변성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치료제가 성공한다면 실명이 예방되어 우리 인류에게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은 축복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처럼 알지 못했던 재앙을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망막신경변성에 대한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고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텐데요. 우리는 판도라의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망막변성 치료가 성공해서 이로 인한 실명이 사라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글 = 유형곤 원장(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하늘안과 망막센터장)
[한국망막변성협회 '유형곤의 시투게더(Seetogether, Sitogether)'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