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는 소금을 줄여야 한다'. 고혈압 환자들에게 진리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소금 속 나트륨의 섭취가 증가하면 혈압이 올라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소금 섭취를 줄인다고 혈압이 감소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심장내과 문정근 교수(가천대 길병원)는 "사람마다 소금에 대한 민감도와 소금의 배설 능력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나트륨 섭취 제한 후 혈압 강화 효과의 여부,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 나트륨과 혈압의 관계와 이와 관련된 궁금증에 대해 문정근 교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나트륨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도 함께 물었다.
Q. 고혈압 환자가 식습관을 관리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 하나를 꼽아주신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딱 하나를 꼽는다면 ‘나트륨’입니다. 나트륨은 물과 항상 같이 다니는 전해질로, 체액의 양을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나트륨이 많아지면 체액량이 많아지고, 나트륨이 적어지면 체액량이 적어지게 되는데요. 체액량을 조절하는 것은 혈압을 조절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가 식습관을 관리할 때는 ‘나트륨’에 특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Q. 나트륨은 소금에 가장 많이 들어 있잖아요. 소금을 적게 먹으면 실제로 혈압이 떨어질까요?
굉장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의사들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현재까지 알려진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선진국일수록, 즉 국민 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소금 섭취량이 적고, 반대로 국민 소득이 낮거나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소금섭취가 많아지는 현상이 발견됩니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게도 북유럽, 예를 들어 노르웨이 같은 나라들은 소득 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소금 섭취량이 많다고 합니다. 아마도 염장 생선들을 많이 먹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노르웨이 같은 나라들에서 대규모 연구들이 몇 번 진행됐습니다. 나라 차원에서 소금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서 국가적으로 노력을 하고, 그 결과를 살핀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것이죠. 연구를 살펴보면, 국가적으로 소금 섭취량을 줄이려 노력한 결과 전 국민의 혈압이 떨어졌고요. 심장질환 및 암 발생률과 함께 전반적인 의료 비용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대규모, 혹은 전 국가적으로 소금 섭취를 줄이는 운동을 하면 건강에 이득이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집단이나 국가적으로 소금을 줄이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럼 개인적으로 소금 섭취를 줄여도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까요?
의학적으로 확실하지 않습니다. 대규모, 국가적으로 소금 섭취량을 줄이면 집단의 혈압이 떨어지는 것은 맞지만, 제가 오늘부터 소금 섭취량을 줄인다고 내일 제 혈압이 떨어진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운전할 때 안전벨트 다들 매실 겁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안전벨트를 매기 시작한 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특히 일부 남성분들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것을 남성성의 상징이라고 여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고자 우리나라는 전 국가적으로 안전벨트 매기 운동을 진행했고요. 이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전 국가적으로 안전벨트를 매는 운동을 하면 사망률이 줄어든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이죠.
그럼 개인에 집중해 볼까요? 제 자신을 예로 들어보면, 저는 운전을 할 때 늘 안전벨트를 매지만, 큰 사고가 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돌이켜 생각을 하면 제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어도 저의 사망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안전벨트를 맸다고 더 오래 살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죠.
즉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개인에서 소금 섭취를 줄였을 때 반드시 혈압 강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소금에 대한 민감도와 소금의 배설 능력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단적으로는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혈압을 감소시키는 방법 중 하나겠지만, 개개인에게 효과가 확실하게 있느냐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소금을 적게 먹는 게 큰 의미가 없다’ 이렇게 해석해 봐도 될까요?
소금 섭취량을 줄인다는 것은 비단 고혈압만 감소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소금은 확실한 발암 물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혈압과 확실한 연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섭취량을 줄이면 위암 등 암의 발생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소금에 민감하지 않은 생리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 예를 들어 소금을 배출하는 능력이 굉장히 좋은 분이나 콩팥 기능이 좋은 분들, 심지어 소금에 별로 민감하지 않은 분들도 소금 섭취를 줄인다면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죠.
소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지만, ‘과유불급’ 즉 많아서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래서 ‘고혈압의 유무와 상관없이, 혈압 강화 효과가 확실하지 않더라도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Q.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사실 음식의 맛 때문에 소금을 포기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음식들의 특성상 소금 섭취를 줄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죠. 예를 들어서 칼국수를 반죽할 때 소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아마 모르던 분들도 계실 겁니다. 우리가 국수를 먹을 때 짠맛을 느끼지는 않지만, 사실 적지 않은 양의 소금을 먹게 됩니다. 실제 소금 섭취량은 우리가 느끼고 있던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이죠.
아울러, 나이가 많으신 분들 중에는 저염식으로 요리를 하면 맛이 없어서 음식 자체를 드시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무작정 소금을 줄이면 음식의 맛을 감소시키고,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소금 사용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인 방법은 아닐 수 있습니다.
나트륨을 과다 섭취할 시 혈압을 비롯하여 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 그럼 소금을 먹되, 조금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얼마 전, TV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하나 본 적이 있습니다. 삶의 지혜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기사님들은 밤에 운전을 하다가 휴게소에서 야식으로 라면을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밤에 라면을 먹으면 몸이 붓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사님들은 라면을 먹어도 붓지 않는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바로 라면을 우유와 함께 먹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라면에 우유를 부어서 드시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라면과 우유의 조합이 왜 탁월한 선택인지, 이론적인 배경을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몸에서 나트륨, 즉 소금기를 바깥으로 빼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칼슘 섭취를 늘리는 방법입니다. 우리 몸의 콩팥은 칼슘을 배출하면서 나트륨을 같이 배설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칼슘을 많이 섭취하면 나트륨의 배설을 증가시킬 수 있죠.
우유는 대표적인 칼슘 식품이죠. 아마도 우유와 라면을 같이 먹으면 몸이 붓지 않는다는 것을 기사님들께서 경험적으로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의학적인 연구를 살펴보면, 치즈나 유제품을 많이 먹는 나라, 즉 칼슘 섭취가 많은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고혈압의 유병률이 낮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Q, 나트륨이 많은 음식을 먹을 땐 우유를 꼭 함께 먹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우유를 먹고 배탈이 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어른이 되면서 사라지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유제품을 섭취하지 않는 분들이 있기 때문일 듯한데요. 이런 분들은 억지로 우유를 마시면 설사를 하게 됩니다. 배도 많이 아프죠.
이처럼 유당을 분해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 ‘락토프리’ 우유입니다. 또 잘 발효된 요구르트 같은 경우, 이론상으로 유당을 유산균이 다 분해했기 때문에 유당이 없는 유제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칼슘 섭취를 증가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유제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며, 우유를 마셨을 때 복통∙설사가 나타난다면 락토프리 우유나 요구르트를 드시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Q. 칼슘 외에 ‘칼륨’도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칼륨은 어떤 음식에 풍부한가요?
칼륨은 칼슘과 함께 나트륨의 배설을 촉진하는 전해질 중 하나인데요. 그래서 칼륨이 풍부한 식품, 즉 바나나와 토마토 같은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혈압을 떨어뜨리는 데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혈액에서 칼륨의 양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심장에 큰 무리가 올 수 있습니다. 칼륨은 특히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는 분들이 함부로 많이 드시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콩팥 기능도 건강하고 몸에 다른 문제가 없는 분들은 칼륨 섭취를 늘리는 것이 도움 될 수 있지만, 심장질환이 있어 칼륨을 늘리는 약을 복용 중이거나 칼륨을 충분히 배설할 수 있을 만큼 콩팥이 건강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함부로 칼륨을 섭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칼륨을 섭취할 때는 꼭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획 = 김소현 건강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문정근 교수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