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인터뷰] 이현아 수의사
ㅣ말 못하는 반려동물, 몸짓과 눈빛으로 건강 상태 표현해
ㅣ나이대별 예방 가능한 질환에 차이 있어
대부분의 동물은 통증을 숨긴다. 약점을 드러낼 경우 무리로부터 배척당하거나 따돌림 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존 본능은 반려동물에게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 반려인이 질병을 알아차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영상의학과 수의사 이현아는 “말 못하는 반려동물은 검사가 동반되어야만 적절한 진단이 가능하다”라며 반려동물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상의학과 수의사이자 펫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에서 동물병원 얼라이언스를 총괄하고 동물병원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이현아 수의사에게서 항목, 적정 시기 등 반려동물 건강검진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이현아 수의사ㅣ출처: 이현아
"말 못하는 반려동물, 정기적인 검사는 필수"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이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는 반려인이 이상함을 감지했을 때다. 그런데 그 기준은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 평소와 조금 다른 행동 때문에 내원을 하기도 하고, 이상을 감지하지 못해 병이 많이 진행된 후에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현아 수의사는 “전자의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안타까운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라며, “차라리 조금 예민하게 구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주변에서 종종 반려동물의 증상에 대한 상담을 하는데, 좀 더 지켜보라고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라고 설명했다.
사람과 달리 동물은 현재 상태에 대해 대답하지 못한다. 간접적으로 보호자가 동물의 증상을 관찰해 대변할 뿐, 진짜로 중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문진만으로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진료실에서 보호자를 만나서 상담하고 바로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검사’가 동반되어야만 적절한 처치, 처방, 그리고 수술이 가능하다.
영상 검사는 동물병원에서 진행하는 여러 검사 중 하나로, 결과에 따라 치료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여러 검사를 진행해도 명료하게 하나의 진단명이 나오지 않기도 한다. 이때 주치의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치료 방향을 정하는데, 영상 검사를 통해 여러 감별 진단이 내려졌을 때 그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검사를 제안하고, 그 결과에 따라 또 다음 진단을 위한 결정을 내린다. 보호자가 최소한의 검사를 원하는 경우에는 절충안이 될 수 있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반려동물 건강검진, 나이대별 예방 가능 질환 달라"
반려동물 건강검진의 구성은 일반적으로 △신체검사 △혈액검사 △요검사 △항체가검사 △치과검사 △방사선검사 △초음파검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 건강검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병원별로 구성된 항목은 다를 수 있고, 가격대별로 기본적인 검진부터 상세한 검진까지 다양하다. 심장 검진, 안과 검진, 치과 검진 등 특화된 검진 프로그램도 있다.
사람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에서 실시하는 일반건강검진을 2년에 1회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은 언제부터 검진을 받는 것이 좋을까. 이현아 수의사는 건강검진을 받는 나이대에 따라 예방할 수 있는 질환에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1세 무렵에 건강검진을 받으면 선천적 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 품종마다 호발하는 선천적 질환이 있는데, 너무 이른 시기에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1세 정도에 검진하는 것이 좋다.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거나 약물적 치료를 하면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7~8세 때에는 조기에 발현된 노령성 질환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고, 10세 이상부터는 결과에 별다른 이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이현아 수의사는 어릴 적 함께 살았던 반려견이 7세에 신경 증상이 발현되어 병원에 내원했다가 뒤늦게 간문맥전신단락 진단을 받은 사연을 이야기하며, “입양 당시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다면, 혹은 건강검진을 한 번이라도 받았다면 간 크기가 작은 것을 확인하고 치료를 통해 더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남는다”라고 말했다.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이 조금이나마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반려동물 건강검진의 가장 큰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