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플라스틱은 5mm 크기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 물질은, 작고 가벼워 바람을 타고 다니며 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에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산 꼭대기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또한, 청정 구역인 남극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된 비가 내렸다고 하니, 아마 지구에는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 없는 듯하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 플라스틱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 매년 평균 18만개 이상의 미세 플라스틱 먹어
미세 플라스틱은 인체 안에서도 발견된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알게 모르게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영국 헐 대학교(University of Hull)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은 연간 평균 18만 7,000여 개의 미세 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29만 9,000여 개)과 마카오(23만 1,000여 개)에 이어 전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축적되면 암을 유발할 수도
체내로 들어온 미세 플라스틱은 외부로 잘 배출되지 않고 축적된다. 이는 건강 문제로 직결된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University of Arizona) 롤프 홀든(Rolf Halden) 교수와 연구진은 2020년 미국 화학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연례 학술회의에서 "기증받은 시신을 부검한 결과, 약 47개의 인체 기관과 조직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했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인체의 모든 기관과 조직에 미세 플라스틱이 존재한다. 미세 플라스틱이 혈류를 타고 이동하다 폐나 신장, 간 등 주요 기관에 축적되면 석면처럼 암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유엔환경계획(UNEP)이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세 플라스틱은 호흡 또는 피부를 통해서도 체내로 유입되며, 호흡기와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미세 플라스틱 속 독성물질, 심장건강 위협해
최근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작을수록 더 위험하며, 심장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국내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 19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진영 환경질환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작으면 작을수록 체내에 쉽게 축적되며 미세 플라스틱에 포함된 독성 물질이 심장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오염물질과 잘 흡착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체내에 침투할 때 이 오염물질들과 함께 유입된다. 특히, 연구진이 주목한 벤조안트라센(BaA)이라는 발암물질의 경우, 미세 플라스틱에 붙어 체내로 들어와 일정량 이상 축적되면 심장독성을 유발하는 CYP1A 유전자 발현 위험을 높인다.
심장독성이란 해로운 화학물질로 인해 심장이 손상을 입어 심장 기능과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심장 기형, 심부전 등 다양한 심장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연구를 이끌었던 정진영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오염물질이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에 축적되면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미세 플라스틱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활 속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다. 다음은 한국소비자원에서 소개한 미세 플라스틱 섭취를 줄이는 생활 습관이다.
1. 해조류는 씻어서, 조개류는 해감 후 조리하기 (대부분의 미세 플라스틱 섭취가 해산물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
2. 뜨거운 음료는 텀블러나 머그잔에 담아 마시기
3. 포장 및 배달 시 다회용기 사용하기
4. 음식을 담기 전 플라스틱 식기와 조리 도구는 깨끗한 물에 헹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