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두루마리 화장지가 유독성 환경오염물질인 '과불화화합물(Poly- and perfluoroalkyl substance, PFAS)'의 주요 배출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루마리 화장지가 과불화화합물의 주요 배출원으로 꼽혔다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지난 3일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 티모씨 G. 타운센드(Timothy G. townsend)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안정적인 화학구조를 지닌 두루마리 화장지가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과불화화합물을 배출한다는 내용의 연구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두루마리 화장지가 정말로 과불화화합물을 배출해 하수를 오염시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 북미와 유럽 국가에서 판매하는 두루마리 화장지와 폐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하수 슬러지)을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두루마리 화장지와 하수 슬러지 모두에서 폴리플루오로알킬인산염(diPAP)이라는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 diPAP는 과불화옥탄산(Perfluorooctanoic acid, PFOA)과 같은 발암물질로 전환될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하수 슬러지에 두루마리 화장지가 배출한 과불화화합물이 하수 슬러지에 가장 많이 포함된 나라는 프랑스(89%)였으며, 그 뒤를 이어 스웨덴 35%, 호주 7.2%, 중국 6.9%, 미국 3.7%, 캐나다 3.5%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수집한 두루마리 화장지와 하수 슬러지를 분석한 결과, 다양한 구조의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었고 이 중 대부분이 두루마리 화장지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프랑스는 미국(26kg)과 캐나다(26kg)에 비해 연간 1인당 두루마리 화장지 사용량(10kg)이 적은 편에 속했지만, 두루마리 화장지를 변기통 속에 버리는 경우가 많아 다른 국가에 비해 두루마리 화장지에서 배출된 과불화화합물이 더 많이 하수 슬러지에서 검출되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다른 비교 국가들보다 두루마리 화장지 사용량이 많았지만, 하수 슬러지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 대부분이 화장품, 섬유, 식품 포장재 등 생활용품에서 배출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타운센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두루마리 화장지가 과불화화합물 주요 배출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전하며, "화학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천연 화장지 제품을 선택하거나, 집안에서 사용한 화장지를 처리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하는 등의 노력이 있다면 과불화화합물로 인한 하수 오염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환경오염 물질로 떠오르는 과불화화합물
과불화화합물은 탄소와 불소의 강력한 결합으로 자연 상태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이라고도 불린다. 열에 강하고 물과 기름에 쉽게 오염되지 않는 특성이 있어 △프라이팬 같은 조리도구의 코팅 △화장품 △식품 포장재 △방수용품 △종이 △페인트 등 수백 가지의 생활용품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불화화합물은 분자량이 큰 고분자 물질로 구성되어 있어, 체내에 유입되면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다. 과불화화합물이 체내에 일정 수치 이상 축적되면 △각종 암과 간질환 △고혈압 △기형아 출산 등의 문제를 유발한다.
실제로 미국 미시간 대학교(The University of Michigan) 연구진은 1999~2017년 사이에 실시된 '전국 여성 건강 연구(Study of Women’s Health Across the Nation)' 자료를 사용해 45~56세 중년 여성 1,000여 명의 혈중 농도와 고혈압 위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혈중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고혈압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는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인 과불화옥탄술폰산(Perfluorooctanesulfonic acid, PFOS)을 그룹2B 발암물질(인체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했으며, 미국 환경청(United State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도 과불화화합물이 인체에 유해하고 암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며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2019년 7월 스톡홀름 협약(Stockholm Convention)에서 과불화옥탄산과 과불화옥탄산으로 변환될 수 있는 화합물 174종을 관리 대상 물질로 지정하고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스톡홀름 협약 이행국인 우리나라도 2020년 8월부터 과불화옥탄산의 제조·수입 및 사용을 전면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