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하는 습관은 노화를 늦추고, 노화와 관련된 질병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소식 중에서도 ‘포도당’ 섭취를 제한하면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포도당’ 섭취를 제한했을 때 수명이 연장되는 기전을 발표했다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
포도당 섭취 제한, 수명 연장에 도움 돼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음식 속 다양한 영양소는 체내에서 소화, 흡수 과정을 거쳐 온몸의 세포에 전달된다. 특히 쌀과 같은 곡류나 빵, 면 등 탄수화물 음식을 먹으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을 통해 각 세포로 이동해 우리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연료로 사용된다.
포도당은 ‘노화’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영양소 중 하나다. 포도당이 풍부한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면 노화가 가속화된다는 연구 결과는 많지만, 반대로 포도당 섭취를 줄였을 때 노화를 더디게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융합연구단 권은수 박사 연구팀은 수명 연구에 널리 활용되는 모델 생물인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을 이용해 포도당 섭취 제한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포도당 합성 능력을 낮춘 대장균을 만든 다음, 이를 예쁜꼬마선충이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에너지 조절에 관여하는 AMPK 단백질(AMP-activated protein kinase)이 활성화되어 뇌 신경세포에 수명연장 신호를 보내고, 신호를 받은 조직에서는 지질대사의 변화를 통해 지방으로 이뤄진 세포막의 유동성을 증가시켰다. 노화가 진행되면 세포막을 이루는 지방 성분이 변화해 유동성이 줄어든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특정 식이 제한과 노화 연구를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했으며, 동시에 노인성 질병 치료를 위한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포도당 섭취 줄이려면…
과도한 당 섭취는 노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은 물론, 체지방 축적의 원인이기도 하다. 신체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사용한 뒤에도 포도당이 필요 이상으로 남으면 우리 몸은 간과 근육 등에 저장하는데, 여기에도 꽉 차면 잉여당을 체지방으로 전환해 저장한다.
그렇다면 포도당 섭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저탄수화물 식단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이 있다. 바로 ‘탄수화물을 천천히 줄여야 한다’는 것. 탄수화물을 갑자기 끊어버리면 지방분해 산물인 케톤체가 체내에 축적되면서 두통이나 현기증, 불안감, 우울감, 피로감이 심해지거나 근육통 및 근육 감소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단순 탄수화물을 복합 탄수화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단순 탄수화물은 소화하기 쉬운 당으로 구성되어 있어, 혈당 수치를 급격하게 상승시킨다. 대표적으로는 빵과 설탕, 음료 등이 있다. 반면 통곡물과 콩, 채소 등에서 발견되는 복합 탄수화물은 긴 당 분자 사슬을 가지고 있어 혈당이 천천히 오르고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매일 먹는 흰쌀밥 대신 귀리, 퀴노아, 보리, 카무트, 콩 등을 섞어서 지은 밥으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 여기에 단백질(두부, 살코기 등)과 좋은 지방(올리브유, 견과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브로콜리, 시금치, 배추 등)를 충분히 먹어 영양소 균형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