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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전화벨 소리 혹은 진동이 들리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난다. 어떨 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벨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진동이 느껴지는 '벨 소리 환청' 증상을 겪기도 한다. 요즘 젊은 층에서 많이 나타나는 '콜 포비아' 증상이다.


최근 젊은 층에서 콜 포비아 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최근 젊은 층에서 콜 포비아 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콜 포비아는 질병이 아닌 현상
콜 포비아(Call Phobia)는 전화를 뜻하는 Call과 공포증 Phobia의 합성어이다. 단순히 전화를 기피하는 것뿐 아니라 통화를 할 때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등 전화가 오거나 통화 전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 자체가 정신과 질환이라기보다는 발표나 낯선 상황 등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는 사회 불안장애의 한 가지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콜 포비아'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사회 불안장애 증상으로 진료받는 이들 중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콜 포비아라는 개념은 1994년 존 마셜(John Marshall)의 저서 '소셜 포비아'에서 처음 나왔다. '콜 포비아'라는 개념이 나온 지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스마트폰과 메신저를 사용해 온 사람들이 성인이 돼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제와 심각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SNS 소통이 더 친숙한 NZ세대

스마트폰 이용 목적을 묻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채팅보다 메신저가 79.4%로 79.7%를 기록한 통화보다 더 높은 수치를 보인다. 텍스트로 소통하는 것을 더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전화는 익숙하지 않은 소통 창구로 남았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에 친숙한 MZ세대에서 특히 콜 포비아가 많은 이유다.
또 다른 이유로는 코로나 19가 있다. 코로나 19로 비대면 거래나 언택트 마케팅(Untact Marketing)이 늘었다. 전화가 아닌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식당에서는 무인주문기계(키오스트)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면대면(Face to Face) 커뮤니케이션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디지털콘텐츠학회지에 실린 전남대학교 경영학과 이경락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사람들은 이동전화에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특히 문자메시지 주 사용자인 청소년들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음성 통화보다 메시지를 더 편하게 생각하게 됐다. 메시지 친밀도가 높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음성 통화를 기피하는 전화 불안감 현상을 겪는다"라고 밝혔다.
어려서부터 SNS와 카카오톡 등 문자로 소통하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가 주로 콜 포비아를 겪는다는 내용은,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설문에도 잘 나타난다. 설문에 따르면 X세대(1970~1980년대 출생)는 대화의 수단으로 과반(58%)이 통화를 주로 이용했지만, MZ세대는 SNS를 가장 많이 선호(평균 65.5%)했다.


MZ세대가 일상적인 통화조차 힘겨워 하는 이유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MZ세대(1980년~2000년생) 2,735명을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에 대해 물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1.4%가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으로 문자, 메시지 등과 같은 텍스트라고 답했다. 이 밖에 대면 소통은 18.5%, 전화 소통 18.1%로 조사되어 텍스트 소통 선호와는 3배 이상 차이 났다.
특히 응답자 전체의 29.9%는 전화 통화 시 긴장과 불안, 두려움 등을 느끼는 이른바 '콜 포비아'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증상으로는 '전화를 받기 전 높은 긴장감이나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이 62.6%(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전화 수신을 미루거나 거부(53.5%), 대화에 대한 염려(49.7%), 통화 중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식은땀이 나는 등 신체 변화(38.1%) 등이다.
전화 통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바로 대답해야 해서(59.1%, 복수 응답)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생각한 바를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돼서(53.8%) ▲문자나 메시지 등 텍스트 소통에 익숙해서(46.6%) ▲할 말이 떨어졌을 때의 침묵이 불안해서(29.2%) ▲대화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아 염려돼서(29.2%) 등의 이유가 있었다. 응답자들은 텍스트 중심의 소통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텍스트 소통을 하면 대화 기록 등이 상세하게 남아 편리하다(60.6%, 복수 응답)'라고 말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텍스트 소통만으로는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부정적 답변도 67.3%에 달했다.
심리학자들은 전화 통화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의사소통의 90%가 '비 언어적 요소'에 의해 일어난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커뮤니케이션은 시각에 크게 의존한다. 그러나 전화는 100% 구두로 이루어진다.
미국 립스콤대(Lipscomb University) 분쟁관리연구소의 제프 톰슨(Jeff Thompson) 박사에 따르면 대화를 나눌 때 동작, 표정, 눈의 움직임 등을 통해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이러한 비언어적 요소와 언어적 메시지가 서로 일치하는지를 살핀다. 하지만 전화상으로는 이러한 문맥들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불안이 치솟게 된다. 시각적 제한이 있는 전화 통화와 관련된 사회 불안장애는 전화 통화할 때 자신이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게 될까 봐 하는 걱정에서 시작된다.


피하기보다는 연습 통해 극복해야…
콜 포비아는 수평적 문화를 중시하는 MZ세대가 기성세대의 수직적 조직 문화와 충돌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예고 없이 불쑥 울리는 전화벨과 그렇게 이뤄지는 상명하복의 통화 지시는 기성세대에겐 익숙하지만, MZ세대에겐 불편한 소통법이다. 기성세대에게 스마트폰은 '전화기'지만 MZ세대에겐 '모바일 도구'이기 때문이다. 연락을 위해 전화번호를 반드시 주고받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 통화는 기성세대와 달리 또래 사회에서 합의된 소통 수단이 아닌 셈이다. 젊은 세대에게 통화가 변칙적이고 일방적이며 때론 무례하게 여겨지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전화 통화에 대한 공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콜 포비아는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는 사회 불안장애의 한 가지 증상이다. 따라서 콜 포비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습관적으로 전화를 피하기보다는 사회적 기술훈련을 통해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 친한 친구 등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전화 통화 연습을 하고, 다른 사람과 통화가 힘들다면 혼자서라도 연습해보도록 한다. 공포감이 심해 신체 증상으로 까지 나타났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게 좋다. 특히 트라우마에 의해 공포감이 생겼다면 상담 치료 등을 통해 트라우마를 지워야 한다.
심리학자 일함 세바(Ilham Sebah) 영국 로열 홀러웨이 런던대(Royal Holloway, University of London) 교수는 "전화해야 하는 사람의 리스트를 작성한 후 미리 통화 내용을 시뮬레이션으로 연습해본 후 통화를 해 극복하는 것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심리학자들은 대부분의 두려움이나 공포심과 마찬가지로 인지행동치료와 점진적인 노출 치료 등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점진적인 노출 치료는 자신이 불안을 느끼는 요인과 접촉하는 빈도를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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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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