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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 날씨가 제법 쌀쌀한 가을입니다. 이렇게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해서 혈압이 오르고 심장 관련 질환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특히 가을의 불청객, 협심증이 그 대표적인 질환이지요. 협심증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니트로글리세린을 혀 밑에 녹여서 먹으면 즉각적인 혈관 확장 효과를 나타내어, 협심증의 주요 치료약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니트로글리세린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니트로글리세린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


그런데 니트로글리세린의 효능을 한의학에서 아주 옛날부터 알고 사용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니트로글리세린의 혈관 확장 기능은 니트로글리세린이 녹으면서 생기는 산화질소에 의한 것입니다. 이 산화질소를 선조들도 혈관의 수축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급성 질환에 사용했습니다. 산화질소가 발견되기 무려 수천 년 전부터요. 그럼 한 번 경이로운 옛 선조들의 지혜를 엿보도록 합시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초석(硝石, 질산칼륨, KNO3)입니다. 초석의 화학식을 보면 산화질소(NO)와 연관이 깊습니다. 하지만 화학식도 없고 산화질소라는 물질도 발견되지 않았던 그때, 선조들은 대체 어떻게 사용했을까요? 초석은 한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약물 서적 중의 하나인 ‘신농본초경’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신농본초경은 기원후 200~300년에 만들어진 서적으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약물 서적입니다. 신농본초경에서는 365종의 약물을 상약, 중약, 하약으로 구분했습니다. 이 중 상약은 독이 없어 오래 먹어도 몸에 해가 없을 뿐 아니라 이로운 역할을 하는 약물인데요. 초석은 상약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럼 초석은 어디에 사용했을까요? 먼저 외부적으로 상처가 났을 때 사용했습니다. 기원전 168년에 만들어진 중국 장사의 마왕퇴라는 무덤에서 발견된 마왕퇴백서에서 초석의 사용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욕창 또는 감염된 상처를 초석을 녹인 물로 씻으라고 되어 있습니다. 초석이 녹으면서 나오는 아질산염(NO2-)이 감염에 항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약산성의 피부에서는 아질산염으로부터 산화질소가 만들어집니다. 이 산화질소는 피부가 빨리 아물도록 재생을 도와줍니다.

1,000년경 둔황의 불교 석굴에 보관된 책에서도 초석의 사용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장의 기를 통하게 할 때 혀 밑에 넣어라. 갑작스러운 흉통과 함께 손발이 차고, 환자가 죽으려 하는 증상에 사용하라. 환자의 손톱이 청색일 때 사용하라. 초석 5숟갈과 웅황 1숟갈을 갈아서 사용한다. 환자의 혀를 들어 올리고 한 숟가락은 혀 밑에 넣어라. 환자가 침과 함께 삼키면 낫는다.”
이 상황, 익숙하지 않나요? 협심증과 같은 심기능 저하의 상황입니다. 초석을 혀 밑에 넣으면 녹으면서 아질산염이 만들어지는데, 이 아질산염은 앞서 언급했던 항균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질산염이 혈관 속으로 들어가면 혈압을 떨어뜨려 협심증으로 인한 흉부의 통증을 완화합니다. 이런 상세한 복용법은 당시 의사들의 경험적 관찰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실감 나게 합니다.

1596년에 만들어진 본초강목이라는 책은 한약재에 대한 여러 의서를 집대성했는데요. 여기에도 다양한 의서에서 소개된 초석의 사용법이 있습니다. “극심한 두통으로 환자가 죽을 것 같을 때 코에 초석을 불어 넣으면 통증이 완화된다.” 실제로 현대 의학에서도 아질산염은 코를 통해 적용하여 폐의 혈관을 확장합니다. 코로 들이마시면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울혈이나 점액으로 인한 막힌 현상을 제거해주어 두통을 완화해 줍니다.

또한 초석의 항균·항염 작용을 이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눈이 붓고 아플 때 자기 전에 구리 관을 이용해서 수수 씨앗만큼의 초석 가루를 눈에 넣어라. 다음날 소금물로 씻어라. 목에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입에 머금고 있으면서 조금씩 나누어서 삼켜라. 초석을 뜨거운 물에 녹이고, 그것으로 욕창 부위를 씻어내라. 초석을 개어서 환부에 붙이고 소가 핥도록 해라.” 이미 2,000년 전에 우리 선조들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피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초석의 성질 또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옛날 선조들은 이미 알고 있었고, 최근에도 연구나 실험을 통해서 밝혀지고 있는 내용입니다. 바로 피부의 재생과 항균, 항바이러스 작용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초석을 뜨거운 물에 녹이고, 그것으로 욕창 부위를 씻어내라. 초석을 개어서 환부에 붙이고 소가 핥도록 해라” 등입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 의하면, 상처가 났을 때 환부에 산화질소를 적용하면 아무는 속도가 빠른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환부가 감염되어 염증이 심한 경우 또는 급성기가 지나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때 모두 적용할 때 환부가 가장 빨리 안정적으로 아무는 것이 확인되었지요. 그리고 산화질소(NO)는 항바이러스 및 항균 작용이 뛰어나, 코로나가 퍼지면서 코 스프레이 등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오랫동안 박테리아균에 감염되어 낫지 못하는 욕창이나 아토피 등의 피부 질환에도 이용되어 내성이 강한 감염에 좋은 효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산화질소의 경우에는 특정 균이나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력 자체를 더욱 활발하게 하는 기전에 의해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내성이나 변종에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서양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그 효과가 입증되고는 있지만 초석, 그리고 산화질소는 옛 선조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습니다. 선조들이 축적해놓은 지혜를 쉽게 버리지 않고 발전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듭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민지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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