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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쉬운 신경질환사전]은 신경과 전문의 이한승 원장(허브신경과의원)과 하이닥이 생활 속의 신경과 질환이라는 주제로 기획한 시리즈 기사입니다. '눈꺼풀떨림', '어지럼증',' 손발저림', '각종 두통' 등 흔하지만 병원까지 방문하기에는 애매한 증상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합니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광우병(소해면상뇌증 또는 BSE,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이 큰 화두였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프라이온이 들어있는 수입산 소고기를 먹으면 인간 광우병(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 병 또는 vCJD,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에 걸린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광우병과 프라이온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가 넘쳐났고, 그 덕에 많은 사람들이 광우병과 프라이온에 대해서 잘못된 지식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프라이온과 타우 단백질, 알파-시누클레인은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프라이온이란?

그렇다면 광우병의 원인이라는 프라이온은 무엇일까요? 일단 프라이온(Prion)이라는 단어는 단백질성 감염 인자(Proteinaceous Infectious Particle)와 바이러스 입자(Virion)을 합성하여 만든 신조어입니다. 이 프라이온 물질은 1982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스탠리 B. 프루시너(Stanley B. Prusiner) 교수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치명적인 가족성 불면증, 쿠루병 등 감염병으로 구분하기에는 천천히 확산되지만, 확실히 집단 내에서 확산되는 감염병 같은 질병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활발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연구를 해도 감염과 확산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세균, 진균, 바이러스)를 발견하지 못했는데요. 그래도 학자들은 슬로 바이러스(Slow Virus)와 같은 병원체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구를 지속했습니다.

그 와중에 프루시너 교수가 병원체의 DNA가 나오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고 실험을 계속하던 중, 병원성 단백질(프라이온)만 이식해도 위와 같은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당시에는 프라이온이라는 개념이 혁신적인 발상이었기 때문에,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지 10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 외에도 광우병에 걸린 소의 비정상 프라이온을 섭취하면 같은 변동 광우병에 걸린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습니다.

알려진 바와 달리 인간광우병이라는 질병은 사례가 많이 부족하고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각종 실험을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인위적인 뇌내접종을 제외한 구강 섭취 등 다른 방식의 종간 감염 역시 확인되지 않았으며, 2005년 원숭이 실험에서도 BSE 소고기를 섭취한 원숭이 두 마리 중 한 마리에게만 vCJD가 발병했고, 나머지 한 마리는 76개월이 지나도 살아있었습니다. 학계에서는 BSE 섭취로 인한 vCJD 발병은 가능하지만, 임상 사례가 극히 희귀해 통계를 내리기도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현대에는 BSE 자체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일반적인 감염병은 세균, 원생생물, 곰팡이와 같은 진균류 혹은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요약하자면 감염병이란 다른 생물이 인체에 침입해 생깁니다. 하지만 프라이온은 생물이 아닌 단백질입니다. 아직 프라이온의 실체에 대해서 완전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신경세포 내부에는 정상적인 프라이온 단백질이 다량 존재합니다. 그러나 비정상 프라이온이 세포 안에서 생성되거나 외부에서 유입되면, 비정상 프라이온이 정상 프라이온을 비정상 프라이온으로 변성시킵니다. 이 모습이 마치 미생물이 증식하는 것 같은데, 세균 증식 속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렇게 비정상 프라이온 수치가 일정 이상이 되면 세포와 조직이 파괴되면서 질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뇌 퇴행성 질환 원인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프라이온

20세기에는 프라이온이 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구체적인 기전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비정상 프라이온이 어떻게 정상 프라이온을 변형 및 오염시키는지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이루어집니다. 모든 원자에 음극·양극의 극성이 있기 때문에 원자로 구성되는 아미노산에도 극성이 있어서, 아미노산이 연결된 단백질은 아미노산의 극성에 따라 군데군데 접히면서 3차원 구조를 형성하게 됩니다.

문제는 특정 단백질에 있어 전기적으로 약한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 다른 작은 분자가 붙음으로써 3차원 구조에 큰 변형이 온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단백질의 대표 주자가 바로 프라이온입니다. 이미 변형된 비정상 프라이온은, 정상 프라이온의 약한 부분의 극성에 영향을 줘서 3차원 구조를 변형시킴으로써 정상 프라이온을 비정상화합니다.

2010년대 초반에는 프라이온을 감염원의 하나로만 취급했습니다. 그런데 2015년 파킨슨병의 병태 생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 단백질의 변성과 뭉침이 프라이온 질환과 비슷하다는 점이 알려졌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타우 단백질의 변성과 뭉침도 프라이온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알파-시누클레인이나 타우 단백질은 사실 인간의 신경세포에 다량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각종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러 가지 순기능도 많이 수행합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약해 메틸기와 같은 물질이 달라붙으면 3차원 구조에 변형이 발생하고, 변형된 해당 단백질이 다른 동종 단백질의 구조를 변형시키면서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이 분자생물학적으로 시작되고 진행합니다. 변형의 시작은 지속되는 염증, 각종 환경 오염, 잘못된 식생활 등에서 올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인자는 노화 그 자체겠지요. 알파-시누클레인의 이상과 관계된 질환은 파킨슨병, 다발 계통 위축증, 루이 소체 치매가 있으며, 타우 단백질의 이상과 관계된 질환은 알츠하이머병, 전두측두치매, 피질기저핵변성, 진행성 핵상마비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언급된 질환들이 바로 대표적인 뇌의 퇴행성 변화에 의한 질환을 거의 포괄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그저 퇴행성 뇌질환이라고 생각했던 병들이 결국 프라이온 질병과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최근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의 치료에 있어 돌파구를 열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한승 원장 (허브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

Smart tag : 파킨슨병 치매(혈관성) 치매 중추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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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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