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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남성형 탈모가 진행하는 환자에게 있어 ‘탈모 약의 복용’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모발 이식이나 주사치료는 근본적으로 탈모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으며, 미녹시딜의 사용 역시 탈모 약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 비유하자면, 탈모 약을 제외한 다른 모든 방법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고 보면 되고, 탈모 약은 '밑 빠진 독의 구멍 막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데, 외래 진료를 보다 보면 이렇게 중요한 탈모 약을 약 3개월가량 먹고 끊는 환자들을 흔하게 만나볼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탈모|출처: 클립아트 코리아탈모|출처: 클립아트 코리아


가장 큰 이유는, 남성형 탈모와 탈모 약의 역할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 대부분은 '탈락하는 모발이 남들보다 많아서, 또는 탈락한 자리에서 새 모발이 자라지 않기 때문'에 탈모가 진행된다고 생각하고, 탈모 약을 복용하면 '빠지는 모발의 양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를 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경우 ‘탈락하는 모발의 양’을 남성형 탈모 진행의 척도로 삼을 수 없다. 정상인 사람에서도 컨디션에 따라 탈락하는 모발의 양이 많을 수 있고, 남성형 탈모가 심하게 진행하는 사람에서도 탈락하는 모발의 양은 적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모발은 3~6년의 수명이 다하면 빠지기 마련이고, 그 자리에서는 반드시 새 머리카락이 다시 자란다. 남성형 탈모가 진행되는 사람에서도 예외 없이 새 머리카락은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M자 탈모가 진행하거나 정수리가 비어 보이는 사람도 사선에서 빛을 비추고 자세히 살펴보면 보송보송한 솜털, 잔털들이 잔뜩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탈락하는 모발의 양이 많다는 것은, 탈모의 진행 정도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최근 일시적으로 컨디션이 안 좋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예를 들어 수면을 잘 취하지 못했다거나, 아팠다거나, 또는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의 원인이 수주에서 수개월 전에 존재했을 것이며, 이로 인해 일시적인 탈모량의 증가가 따라왔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탈모 약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탈모량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남성형 탈모는 무엇이고, 탈모 약이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대머리가 되어간다는 것은 '빠지고 안 나서 모발의 숫자가 줄어들었다'가 아닌, '모발의 개수는 유지가 되나, 점점 가늘어져서 결국 보이지 않는 솜털로 변해가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연모화'라는 특징을 보이는 것이 바로 남성형 탈모로써, '빠짐'이 아닌 '가늘어짐'이 남성형 탈모의 진행을 의미한다.

하루에 단 10개가 빠진다고 하더라도 새로 자라나는 모발이 가늘어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점점 탈모가 진행하는 것이고, 100개가 빠지더라도 새로 나오는 모발의 굵기가 유지가 된다면 그 사람은 풍성한 정도가 유지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탈모 약의 역할도 정확히 이해할 수가 있다.

탈모 약은 '빠지는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닌 '가늘어짐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어차피 가늘어져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솜털로 변했든, 빠지고 안 나서 비어 보인다고 하든, 환자의 입장에선 모발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탈모 약의 복용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앞선 내용으로 돌아가서 다시 이야기하자면, 탈모 환자들이 약을 끊는 가장 흔한 이유는 '약을 먹었음에도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이다. 그때 “어떻게 효과가 없었나?”라고 반문해 보면 십중팔구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약을 먹었는데도 머리가 계속 빠지더라고요"

자, 이제 남성형 탈모의 정체와 탈모약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감이 오는가? 환자가 탈모약을 먹어도 빠짐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과 가늘어짐을 막아준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약을 복용하면서 뚜렷한 변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믿음을 가지고 복용을 해나갈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환자들과 상담을 할 때 남성형 탈모의 정체와 탈모 약의 역할에 관하여 항상 10분 가까이, 상당히 긴 시간을 투자하여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곤 한다. 그 짧은 10분의 상담 시간이 환자의 3년, 5년, 10년의 모발을 지켜낸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재민 원장 (피부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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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모우림의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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