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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임플란트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임플란트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현재 대학병원의 많은 교수님도 그렇겠지만, 저는 지난 세기인 1990년대에 치과학을 배우고 전문의 과정 수련을 받은 보철과 의사입니다.

제가 인턴 레지던트를 모교 대학병원에서 할 때만 해도 대학병원에서조차 80대 환자를 만나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90대 환자분이라도 오면 직원들끼리 살짝 화제가 되는 정도였습니다.

당시, 임플란트는 일반화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대학병원에서는 10년 이상 시행되던 치료였어도 높은 가격과 복잡한 술식이 있어서 이를 빼게 될 경우 보통 이를 깎아 연결하거나 틀니를 만들어 드리곤 했습니다.

보통 50~60세쯤에 몇 개 남은 치아에 걸어 쓰는 부분틀니가 들어갔습니다. 틀니에 건 이가 쓰다 보면 약해지고 또 빼고 틀니를 하다가 완전틀니를 하면서 70~80세까지 버티는 것이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60대쯤이면 보철물의 모양이나 조금 불편한 것은 대충 참고 써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았고요. 이런 분위기에서는 잇몸의 보존보다는 치아를 최대한 오래 쓰는 것이 중요해 결국 몇 년 이내 뺄 것 같은 치아도 어떻게든 버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임플란트 잇몸뼈 이식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임플란트 잇몸뼈 이식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하지만 그후 임플란트 치료와 치조골 이식술이 점점 일반화되고 평균 수명이 늘었습니다. 이에 심미성과 편리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기존에 환자와 의사들이 가졌던 생각이 현재의 환경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깁니다. 바로, '잇몸의 보존'입니다.

기대수명이 20년 이상 늘어나고 임플란트 치료가 보편화되면 내 이를 최대한 오래 쓰는 것보다, 내 잇몸 뼈와 단단한 잇몸살을 최대한 잃지 않고 오래오래 가져가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마치 예전에는 이가 허물어지면 절대 다시 못 짓고 그냥 길바닥에 나 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집은 무너져도 다시 지을 수 있는데 집을 끝까지 쓰다 쓰다 지을 토대와 주춧돌까지 망가지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치아를 살려서 건강히 쓸 수 있는 경우라면, 당연히 신경치료나 잇몸 치료를 하여 더 쓸 수 있게 만듭니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냥저냥 쓸 수는 있으나 이를 안 빼고 있는 동안 결국 잇몸 뼈와 잇몸 살이 염증으로 녹아 없어질 것이 뻔한 경우에는, 잇몸이 더 망가지기 전에 좀 더 빨리 발치하는 것이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오래 버텨 망가진 잇몸은 치조골의 재생력이 떨어지고 잇몸이 얇고 세균 침투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임플란트를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치조골 이식으로 임플란트를 심는다 해도 그 이식량이 많은 경우 임플란트 수명이 짧아집니다. 어찌어찌 임플란트를 해서 쓰는 경우, 주변 잇몸이 볼에 바싹 가까이 가 있거나 얇아진 경우 이가 무척 길어지고 치아 주변으로 음식이 많이 고이게 되는 불편함이 커집니다.

따라서 치과의사가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이해되고 합당하다면, 치아 보존에 미련을 크게 가지는 것보다 빨리 결단을 내리는 것이 더 낫습니다. 이후 틀니나 임플란트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고 오래 쓰게 하기 위해서는 몇 달에서 길게는 1, 2년을 좀 더 버티는 것보다는 잇몸 보존을 위해 더 나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태형 원장 (치과보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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