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헬시라이프

사람은 공통적으로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를 유기공포 혹은 유기불안(Fear of abandonment)이라고 부른다. 유기불안을 겪고 있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는 우울증, 관계 회피, 관계 의존 등 부적응적 사고와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한, 일상생활 동안 당연하게 형성되는 타인과의 상호 관계나 사회적 현상 해결에 큰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크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혼자서는 살아나갈 수 없다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혼자서는 살아나갈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어려움이 타인과 공존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인간 개인이 타인과 친밀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인간의 사회생활에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유기불안에 대해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권순모 원장(마음숲길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자세히 설명했다.


유기불안의 유무보다는 극복 여부가 더 중요해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홀로 살아갈 수 없고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나라는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 외의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여러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확인하며 발전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뇌의 실질적인 손상이 있거나 사회적, 감정적 상호성의 결함을 주 증상으로 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같은 병적인 상태가 아니라면,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기불안, 즉 홀로 남겨지거나 버림받을 것에 대한 불안감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위협합니다. 사실 유기불안은 발달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형태든 양육자와 물리적, 심리적 이별 경험은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유기불안의 유무보다는 얼마나 적절하게 유기불안을 잘 받아들이고 극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갓난 아기 때의 관계는 매우 제한적이며 부모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주 양육자와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통해 적절한 관계를 맺어갈 수 있습니다.

대상관계론을 발전시킨 멜러니 클라인(Melanie Klein)은 나에게 친절한 좋은 엄마와 나에게 무관심한 나쁜 엄마를 구별해 내고 이런 두 가지 대상을 하나의 존재로 통합하는 과정과 나의 모습을 어머니에게 투사 시키고 동일시하는 과정을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존볼비(John Bowlby), 메리 애인스워스(Mary Ainsworth) 등이 주장하고 발전시킨 애착 이론에서는 애착을 안정적인 애착, 불안-회피형 애착, 불안-양가형 애착, 혼돈형 애착으로 나누고 애착의 종류에 따라 그 사람의 대인관계를 비롯한 심리적 어려움도 설명할 수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유기 불안에 대한 반응은 위와 같은 발달 과정의 차이에 의해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비교적 안정적인 주 양육자로부터 안정적인 애착을 경험했다면 안정적인 자아를 기반으로 긍정적인 관계 경험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일시적인 고립감이나 외로움에 대해서도 잘 견뎌내고 그 상황을 변화 시키기 위한 적절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양육환경에서 적절하지 못한 애착을 경험했다면 반대의 형태로 나타날 것입니다.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나의 자아는 심하게 흔들리고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나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투사하고 불안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만으로 대인관계 상황에서의 나의 감정이나 패턴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심리사회 발달의 단계로 잘 알려진 에릭 에릭슨 (Erik Erikson)은 인간의 전 생애를 8단계로 나누고 각 시기 별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 주장했습니다. 이중 청소년기에는(정체감 vs 정체감 혼란) 정체감 확립을 통한 안정적인 사회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보았고, 초기 성인기에는(친밀감 vs 고립감) 본인의 정체성을 희생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조절하고 타인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 형성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코로나 시대에는 이런 발달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여러 제약점이 생기고 있어 정체감의 혼란이나 고립감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청소년 우울증이나 청년들의 고독사가 증가하는 것도 이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만한 부분입니다.


유기불안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심한 유기불안은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많은 정신과 질환의 발병과 악화에 영향을 주는데, 극단적인 유기불안을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경계성 인격장애가 있습니다. 이 질환의 주요 증상은 대인관계와 자아상, 그리고 감정의 불안정성이 있는데, 정상적인 상대방의 반응을 본인에 대한 적대적 반응으로 인식하고, 극심한 유기불안을 느끼며 공허감, 분노 등의 반응으로 나타납니다.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들이 갈구하는 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를 버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상대방이 이런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며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천사와 악마로 끊임없이 돌변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결국 상대방이 지쳐 버리면 ‘역시 너도 똑같구나'라고 생각하고 상대방을 강하게 비난합니다.

양육자와의 관계, 성장 과정, 사회 문화적 환경 등 다양한 요소들은 유기불안에 대한 반응을 결정할 수 있으며 부적절한 대응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심하게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유기불안에 대해 반복적으로 과도한 문제가 발생된다면 과거의 나에 대해서 돌아보고 안정적인 자아를 발달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당신을 외면한다고 해도 그 사람에 의해 당신의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가치를 변화 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당신뿐입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권순모 (마음숲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기사보기
권순모 마음숲길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전문의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