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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라이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을 사회적 동물(Social Animal)이라고 지칭했다. 자연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속해서 살아가며 소속감을 느끼기를 원한다. 결국, 사람이라면 모두 관계의 끈에 매여서 산다. 그리고, 매여 있는 관계를 이용해서 정서적인 폭력을 휘둘러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수평적인 관계가 건강한 인간관계라고 알고 있지만, 내가 소속된 사회적 관계들이 마냥 수평적이지는 않다는 걸 안다. 어떤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이기도 하는데, 대체로 이런 수직적인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정서적인 폭력을 사용한다.

가스라이팅은 대표적인 수직적, 정서적 학대이다. 가해자는 희생자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희생자를 통제하고 조종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누가, 왜 이러한 정서적 학대를 하는 것일까?

정서적 학대정서적 학대

정서적 학대 가해자와 인격장애

많은 정서적 학대 가해자들이 인격 장애(Personality-Disorder:PD)를 가지고 있다. 특히, 자기애성 인격장애(Narcissistic-Personality-Disorder:NPD), 경계성 인격장애(Borderline-Personality- Disorder:BPD)와 같은 Cluster B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격장애 형성 원인은 과거 어린 시절 주변인들이나, 인격장애를 가진 부모에게서 받은 정서적 학대, 무시 같은 트라우마가 만든 애정 결핍일 경우가 많다. 최근 학계에서 내놓은 견해는, 심한 애정 결핍으로 무너지는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 내적 안정감과 수치심에 대한 인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기방어적 수단으로 인격장애가 형성된다고 본다. 자신을 포함, 누구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기로 결정한 Cluster B 인격장애 환자가 공통으로 보이는 증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서적으로 초라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해서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게 보이기를 원한다. 그리고, 공감능력의 결핍으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하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인격장애 환자는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목적이 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에게 시간을 사용하거나 관심을 주지 않는다. 대부분 인격장애 환자는 무너지는 자존감을 지킬 칭찬, 관심을 갈망하고, 비판을 절대로 수용하지 않는다. 인격장애 환자는 삶과 거대한 미래에 대한 계획에 과도하게 집착을 한다. 따라서 계획과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정서적인 학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인격장애 여부는 전문가와 정확한 DSM-5 검사를 통해서만 진단받을 수 있습니다.)

정서적 학대 가해자의 심리 (감정 흡혈귀)

가장 흔한 이유는 희생자에 대한 통제권을 얻기 위해서이다. 위에 상술했다시피, 정서적 학대 가해자는 목표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대부분, 정서적 학대 가해자가 희생자에게 바라는 것은 관심과 사랑인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받기 원한다. 가해자에게 목표를 달성하기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상대방을 지배하고 통제권을 소유하는 것이다. 정서적 학대 가해자는 희생자에 대한 통제권을 쉽게 가지기 위해, 희생자가 온전하게 가해자에게 정서적인 의존을 하게끔 만든다. 대표적으로, 가해자는 희생자가 자신의 기억과 생각을 의심하게끔 한다.

희생자가 자신을 의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잃어가면, 가해자의 행동을 의심하거나 희생자를 정서적으로 무방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희생자는 결국 자기 확신을 잃고, 가해자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희생자의 정서적 의존성은 가해자가 희생자의 기억과 감정을 조작하기 더 쉽게 만들어 준다.

가해자는 지속해서 희생자에게 이유 없이 화를 내며 가해자는 잘못이 없고 모든 것이 희생자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가해자는 희생자가 사과하고, 관계를 지속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정서적 학대 가해자는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자에게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고 가스라이팅에 중독되어 버린다.

희생자의 자기 확신 부재와 수치심은 정서적 학대 가해자에겐 가장 강력한 무기다. 가해자는 희생자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지배권을 확실히 하기 위해 희생자의 수치심을 이용한다. 특히, 가족과 친한 친구 등 희생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희생자에게 자신에 대한 정보를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는 희생자가 온전히 가해자에게만 의존하게 만든다.

가스라이팅의 마지막 단계는 잔인하다. 희생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희생자에게서 바라던 것을 다 얻은 후 희생자가 더 제공할 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가해자는 희생자를 버리고 미련 없이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서 떠난다.

가스라이팅, 얼마나 위험할까?

가스라이팅은 희생자의 정신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희생자가 모르는 사이에 가스라이팅은 점진적으로 진행이 되고, 희생자는 점점 가스라이팅에 익숙해지며 자신을 의심하고 희생자의 자존감은 낮아진다. 희생자는 '자신은 학대를 받아도 마땅하다'고 믿게 된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정서적 학대는 희생자가 듣고 기억하고, 느끼는 모든 것을 의심하게끔 한다. 희생자는 스스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능력을 잃게 된다. 가스라이팅 희생자 대부분이 사회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학대자는 희생자가 속한 사회관계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가해자들은 희생자를 설득해서, 모든 사회관계를 끊게 만든다. 가해자는 희생자가 정상적인 사회관계를 가지기에 충분히 사랑스럽지 않거나, 안정된 정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믿게 만들어서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

가스라이팅 희생자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방법을 까먹게 되고, 끊임없는 자기 의심과 혼란으로 과도한 불안감을 가진다. 많은 경우에는 절망과 낮은 자존감으로 우울증이 오기도 하는데, 최악의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Stress-Disorder:PTSD)를 겪게 된다.

가스라이팅에서 빠져나왔다고 할지라도 이미 꺾여버린 자존감과 자기 불신으로 희생자는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해야 한다. 몇몇 희생자는 자기 불신이 과해서, 또 다른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인지, 또 다른 가해자가 아닌지 검증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행위는 겨우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난 희생자를 또 다른 가해자의 표적이 될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

가스라이팅, 그리고 후유증

가스라이팅은 기억의 불확실성을 이용한 비겁한 정서적 학대이다. 희생자는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불신하게 되고, 자신의 감정과 기억마저도 확신할 수 없게 된다. 가스라이팅이 끝나고 희생자에게 남는 것은 불신과 사람을 믿을지 말지 결정할 과도한 검증 단계이다.

만약, 지금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말하는 것과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비교해봐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불확실했던 기억을 확인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공감을 받는 것만으로도 수치심을 줄이고, 다른 인간관계들을 개선할 수 있다. 희생자는 지속적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인간관계를 개선하면서 다른 사람과 자신을 신뢰하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전문가를 찾는 것은 가스라이팅 후유증을 이겨낼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전문가와 대화하면서 현실감각을 강화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는 방법을 다시 배울 수 있다. 전문가는 희생자가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PTSD와 가해자가 남기고 간 찌꺼기 같은 다른 정신 질환을 치료해 줄 수 있다.

가스라이팅에서 회복하는 것은 정서적 학대를 당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전문가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후유증에서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당신의 삶의 주권자는 당신이며, 누가 뭐래도 당신보다 소중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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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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