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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동양인에게는 쌍꺼풀이 없고 몽고주름이 있다’고 얘기하지만, 의학적 의미에서 이는 옳은 말이 아니다. 쌍꺼풀 주름은 침팬지를 포함한 유인원(anthropoid) 이상에서는 선천적으로 존재하는 해부학적 구조이지만, 유독 동양인에게서만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잘못 알려져 있던 것이다. 이러한 오해가 형성된 생명과학적 배경에는 인종이라는 오랜 편견이 저변에 깔려있다. 인간종족 관념(idea of human race)은 18세기 이후 유럽인의 자기 개념 및 타인에 대한 관점을 결정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수행한 발상이다.

동양인 눈동양인 눈

18세기 후반까지는 서술적 자연사(natural history)는 있었지만, 자연과학으로서의 생물학(biologie)은 존재하지 않았다. 생명과학 역사에서 인종 혹은 종족으로 번역되는 독일어 Rasse, 영어 race는 생물학이 성립되기 전인 18세기 자연사 시대에 쓰이던 생물 분류군 개념이다. 과거 유럽 언어에서 Mongoloid라고 불리던 동양인이라는 용어는 인종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표현인데, 현대생물학적으로 인종은 명확히 구분 가능한 집단으로 나눌 수 없으며, 이미 폐기된 개념이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즉, 생물학적으로 Mongoloid 혹은 동양인이라고 명확히 구분되는 집단은 없다는 의미다.

인종이 유럽 자연과학계에서 처음으로 체계적 연구의 대상이 된 것은 18세기 중후반의 일이지만, 그 이래로 인종 개념은 과학계에서 그 핵심적 입지를 갈수록 굳혀 가게 되었다. 19세기 초반에 이르러 과학계에서는 인종에 대한 고도로 복잡한 사상 체계가 발달하였으나, 이는 때로는 노골적으로 최소한 은연중에 인종차별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자연과학의 언어, 개념, 방법 및 권위를 끌어들여 지성이나 문명화된 행동과 같이 사회적으로 정의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일부 인종이 본질적으로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정당화했다. 이른바 ‘과학적 인종주의(scientific racism)’ 혹은 ‘생물학적 인종주의(biologic racism)’가 점차 등장하여 제 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인종 차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집착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의 일이었다.

얼 카운트(Earl W. Count)는 그의 주요 저서 <이것이 인종이다(This is Race)(1950)>에서 학자들은 “임마뉴엘 칸트(Imanuel Kant)가 18세기에 가장 심오한 인종학적 사상을 탄생시켰다"라는 사실을 자주 간과한다고 언급한다. 우리는 칸트가 쾌니히스베르크대학에서 인간학(Anthropologie) 및 자연지리학(Physische Geographie)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1756년부터 1797년 은퇴 전까지 정규 교육과정으로 40년 동안이나 가르쳤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칸트의 인간학과 지리학 강의 내용은 그의 시대까지 모든 유럽 저자들의 ‘인간 종족들(human races)의 우월한/열등한 분류의 이론적이고도 철학적인 정당성‘을 넘치도록 글로 표현한 것이었다. 이 사실은, 그의 에세이 “Bestimmung des Begriffs einer Menschenrace(인종개념의 규정(1785))”의 제목에서 명백히 나타난다. 칸트는 세계의 다른 지역들에 대한 탐구와 경험적 관찰의 횟수가 증가한 이후 이 분야에서 일어났던 개념적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작성했다고 서술했다. 발터 샤이트(Walter Scheidt)는 칸트가 “인종 이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최초의 인종 이론”을 만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18세기 말 자연사 시대 말미의 해부학자이자 인류학의 시조로 불리는 블루멘바흐(Blumenbach)는 5개 Rasse(인종)를 분류하기는 했지만, 인간종(species)의 단일성을 믿었던 일원론자였다. 그는 칸트(Kant)와는 달리 Rasse를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분류군으로서 인정하지 않았으며, 차별을 조장하는 수단으로 인류학의 사용을 반대했다. 블루멘바흐는 실제로 “모든 차이는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서 이들 사이에 경계선을 정하더라도 지극히 자의적인 경계만이 탄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칸트와 동시대 해부생리학자 블루멘바흐는 Rasse가 생물학적 개념군 중 하나로 인정될 수 없다고 올바로 보았지만, 칸트는 자신의 인종 논문에서 Rasse를 생물학적으로 구분되는 분류군으로서 그 개념을 규정하였다. 이후 이러한 생물학적 인종론은 19세기 초부터 초월 해부학의 논리적 기반 위에 점차 우세한 관념이 되어갔고, 다양한 생물학적 이론들이 결부되고 뒷받침되면서 1950년대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1954년까지 하버드대학의 저명한 인류학 교수였던 후톤(E. A. Hooton, 1887-1954)은 다원론적 인종론을 주장하였고, 인류의 눈꺼풀에 대하여 몽골인/비몽골인을 이분법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후톤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인류학 학위를 받은 후 1912년부터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했고 1954년까지 인류학 교수였다. 또한 1928년부터 1942년까지 미국 인류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hysical anthropology)의 편집인이었다. 그는 하버드대학을 미국 인류학, 과장하면 세계 인류학의 본산으로 만든 인물로 이후 미국 인류학회의 영향력 있는 인물은 거의 모두 그의 제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다원론 신념(polygenism belief)을 가졌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서구 학계의 보편적인 인종론이 어떠했는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생물학적 인종론(biological racism)이 보편적으로 부정된 것은 2차 대전 이후이며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것이다.

현대 생물학적으로 하나의 종에 속하는 모든 인류는 당연히 동일한 해부학적 구조를 가진다고 간주한다. 환경적 요인으로 형태상 차이는 있지만 모든 인류에는 원래 쌍꺼풀 주름이 존재하고, 그 원형은 아웃라인 형태의 쌍꺼풀 주름이며 거주환경에 따른 다양한 변이형을 나타낸다. 동양인의 눈꺼풀을 쌍꺼풀과 홑꺼풀 이분법적으로 단순 구분하는 관행은 인종을 연속적 정상 변이형으로 파악하지 않고, 몇 개의 생물학적 분류군으로 구분하려던 잘못된 관념과 유사한 논리가 적용된 19세기 유럽학자들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9세기 초 독일 의학에서는 홑꺼풀을 Epiblepharon이라는 명칭의 기형으로 간주했다.

동양인의 눈꺼풀에는 원형에서 형태적으로 변이된 다양한 쌍꺼풀 주름과 더불어, 주름이 낮아지는 연속적 스펙트럼의 끝단에서 홑꺼풀이 나타난다. 홑꺼풀은 겉보기에는 쌍꺼풀 주름이 있는 눈꺼풀과 대비되는 특이한 형질로 보일 수도 있으나 쌍꺼풀 주름의 형태적 변이의 연속적 스펙트럼의 한 부분일 뿐이다. 더욱이 외양적 홑꺼풀에서도 조직학적으로는 쌍꺼풀 주름의 핵심 구조물인 눈꺼풀올림근 건막 방사 섬유(radiating fibers of levator aponeurosis)가 존재한다는 것이 전자현미경적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내재적, 잠재적 구조로 인해 형태적인 다양성 외에도 쌍꺼풀 주름의 육안 해부학적 발현 시기 또한 다양하다.

동양인 여성동양인 여성

동양인에게서는 각 개인의 눈꺼풀에서도 눈의 피로, 일주기 변화 속 눈꺼풀 부기 등과 같은 변수에 따라 홑꺼풀과 쌍꺼풀이 상태에 따라 변화하며 나타나는 것이 드문 현상이 아니다. 또한 생애주기에서도 다양한 시기에 쌍꺼풀 주름이 외양적으로 나타난다.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선천적인 쌍꺼풀 주름이 있고, 출생 후 특정 시기부터 점차적으로 나타나는 쌍꺼풀 주름도 있다. 홑꺼풀의 일부에서 주로 사춘기 즈음에 점차적으로 연한 주름이 지면서 쌍꺼풀 주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동양인 쌍꺼풀 주름에 나타나는 이러한 외양적 다양성은 현대 생물학적으로는 어떻게 해석될까?

동양인 쌍꺼풀 주름의 다양하고 가변적 현상을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퇴화성 흔적 기관(degenerative vestigial organ)으로서의 눈꺼풀올림근 건막 방사 섬유의 다양성을 중심으로 설명할 수 있다. 피부와 윗눈꺼풀 올림근을 연결하는 건막 방사 섬유는 쌍꺼풀 주름의 핵심 해부학적 구조물로서, 매몰법 쌍꺼풀수술은 이 구조를 실로 대체하여 회복시키는 시술이다.

동양인 눈꺼풀에서 건막 방사 섬유의 다양한 해부학적 변이형(anatomical varieties)은 일종의 흔적 기관으로 볼 수 있다. 흔적 기관은 전형적으로 퇴화되거나 다양한 정도로 위축되거나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였으며, 동일한 종(species)의 퇴화하지 않은 구조보다 훨씬 더 가변적인 경향이 있다. 또한 흔적 기관의 기능은 다양한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흔적 기관은 초기 배아 발달에서 성체 후기에 이르기까지 생물체의 생애주기 내의 다양한 단계에서 신체 내외부 환경에 따라 기능적으로 나타나고, 발달하고, 외양적으로는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양인 쌍꺼풀 주름의 다양한 형태 및 발현 시기는 퇴화 중인 흔적 기관의 측면에서 눈꺼풀올림근 건막 방사 섬유의 퇴화 정도, 주위 해부학적 구조물의 생애 주기상 상태 조건에 따라 외양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해부학적 표현형의 변이(phenotypic variation)로 파악된다.

동양인에게 '쌍꺼풀 주름이 선천적으로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며, '형태와 크기 측면에서 다양하게 변형되어있다'는 표현이 보다 정확한 설명이다.

현재 성형외과학에 당면한 과제는 동양인 눈꺼풀의 표현형 해부학적 변이(phenotypic anatomical variation of Asian eyelid)가 진화생물학적 변이 기전(modification mechanism)상 어떻게 진행되어 나타났는지 즉, 환경적응의 과정에서 해부학적 구성물들이 각각 어떠한 기전과 변화를 일으켜 쌍꺼풀 주름과 내안각 주변 구조의 형태적 다양화(morphological diversification of papebral fold and medial pericanthal structure)를 초래하였는지 자세히 규명하는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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