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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라이프

여느 정신과와 다를 바 없는 조용한 진료실 공간. 한 정신과 의사와 내담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방적으로 대화를 들어주는 모양새가 아니다. 내담자는 대화할 상대를 앞에 두고도 스마트폰 속 SNS에 빠져서 다른 곳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타인의 관심이라는 양분에 기대어 사는 젊은 내담자. 의사는 내담자와 똑같은 자세를 취한 뒤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처량하리만치 SNS의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구걸한다. 내담자가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자 스스로 비참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며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한 모습을 ‘찐따’ 같다며 비아냥대던 내담자는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바로 본인의 모습이다.

△ 사진 = MBC에브리원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건 싫어 공식 홈페이지

이는 MBC 드라마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에서 나오는 주인공 차강우(지현우 분)의 진료실 속 짧은 사이코드라마 적용의 한 장면이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사이코드라마, 과연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사이코드라마는 사이코 연기를 하는 건가요?

사이코라는 어감은 여러 영화에서 호러물로 사용되어서 그런지 정신병에 국한된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여기서의 ‘사이코’라는 단어는 ‘마음’, ‘정신’을 뜻하며 ‘드라마’는 그것을 표현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한 사람의 마음을 드러내는 연극’ 정도로 해석하면 좋겠다.

주인공 한 사람이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자신의 심리 상태를 드러낸다. 숙련된 감독이 보조적 자아와 관객들에게 역할을 부여하여 주인공의 감정과 갈등을 비추거나 객관화시켜준다. 주인공이 평소에 잘 몰랐던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재인식하게 되고 현실에서 해결되지 못한 수많은 갈등을 매듭지을 수 있게 도와주는 치료법이다. 앞서 언급한 SNS에 빠져 있었던 내담자도 정신과 의사(지현우 분)가 자신의 행동을 거울처럼 따라 하면서(mirroring) 부정적인 감정을 관찰하여 통찰(insight)을 얻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이코드라마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보통 8~12명 정도가 1~2시간가량 동안 감독의 가이드 하에 주인공과 보조 자아, 관객 등이 함께 참여한다. 서로 신뢰와 유대감을 쌓는 웜업(warm-up) 시간을 거쳐 실제 드라마를 행하는(action) 시간 및 마무리 단계(sharing)로 구성된다. 모든 과정은 숙련된 감독의 조율하에 자발적인 구성원들의 참여를 의해서 진행된다. 선정된 주인공은 언어와 몸짓, 행위 등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보조 자아 등을 통해서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해하며 갈등을 해소한다. 이후 구성원들끼리 드라마에 대한 서로의 의견 등을 공유하며 주인공의 느낌과 감정을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사이코드라마는 아무나 참여할 수 있나요?

사이코드라마는 입원 병동에서도 시행되고 있고 소극장 등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적용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편이다. 조현병, 우울증, 중독, 트라우마 등 정신적으로 힘든 분들에서부터 아동 및 청소년, 부부 관계, 대인 관계 문제 등 일상적인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일반인들까지 다양하게 다뤄줄 수 있다. 대도시 위주로 정기적인 심리 극장이 열리기도 하니 참석을 하고 싶다면 ‘한국 사이코드라마 소시오드라마 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자기 자신도 잘 모르던 내적인 갈등, 부정하고 있었던 감정 등을 사이코드라마라는 치료 기법을 통해서 경험하고 확인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바로 내가 나를 잘 알게 된다면 살면서 후회하는 일이 덜하고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코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지 않더라도 관객으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감정과 주인공의 감정을 비교해가며 통찰(insight)을 얻는 경우가 많으니 이번 기회에 한 번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윤석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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