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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안녕하세요, 저는 귀코목을 진료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성호’ 입니다.

‘진저리가 나도록 몹시 싫고 괴롭다’
‘몸에 소름이 끼치도록 몹시 잔인하다’

이런 문장을 단 두 글자로 축약할 수 있는데요, 바로 ‘지긋’이라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비염을 말할 때는요, ‘지긋’을 한 번만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주로 ‘지긋지긋하다’라고 표현하죠.

왜 이렇게 비염은 그냥 비염이 아니고 지긋한 비염도 아니고 지긋지긋한 비염이라고 표현할까요? 겪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증상이 몹시 괴롭고, 철만 되면 끝없이 반복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것도 반복되면 지겨운데, 오죽하겠어요?

그래서 사실 저도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볼 때 비염 환자가 참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비염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1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아요’, ‘난 만성 비염 환자라 고칠 수가 없어요’라면서 포기를 하고 사시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을 자세히 보면 특정 환경에서 비염 증상이 더 심해지는데요, 그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날씨’와 ‘미세먼지’입니다.

최근엔 전 세계적인 이상 기온 현상으로 인해 계절 구분 없이 날씨 변화가 심한 것이 사실이죠, 이렇게 기후가 변하니 꽃가루 등 알레르기와 연관성이 높은 식물들도 조금씩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자동차 배기가스와 산업화로 인해 미세먼지까지 빈번해졌죠. 알레르기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점점 증가하다 보니 ‘지긋지긋’한 게 아니라 ‘지긋지긋지긋’한 비염이 된 거 같습니다.

이렇게 괴로운 비염에서 탈출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먼저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것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미세먼지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을 최대한 피하는 것을 회피요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100% 회피하기는 어렵고 외출을 줄이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의 대안으로 접촉 빈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관리하게 되죠. 따라서 증상을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긴 합니다.

이렇게 항원을 모두 피하기는 어려우니 그럼 항원을 만나도 증상이 과도하게 나타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 열쇠가 바로 ‘히스타민’에 있습니다.

알레르기 반응의 결과로 생기는 염증 물질인 히스타민이 코점막 신경을 자극하면 재채기를 유발하고, 히스타민이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분비샘을 자극하면 맑은 콧물을 유발하며, 혈관에 작용하면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코점막이 부어 코막힘 증상이 심해집니다. 그래서 ‘재채기, 콧물, 코막힘’이 알레르기 비염의 3대 증상이 된 것입니다.

· 히스타민 → 코점막 신경 자극 → 재채기 유발
· 히스타민 → 분비샘 자극 → 맑은 콧물 유발
· 히스타민 → 혈관 자극 → 모세혈관 확장, 코점막 부종으로 코막힘 유발

따라서 히스타민에 의한 자극을 줄여주면 당연히 재채기, 콧물, 코막힘 증상이 완화되겠죠? 그래서 알레르기 비염약 대부분은 히스타민에 대항하는 ‘항히스타민제’ 성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1세대와 2세대로 나눌 수 있는데요, 클로르페니라민, 옥사토마이드, 디펜히드라민, 히드록시진 성분이 1세대로 강한 진정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런데 말 그대로 너무 강하다 보니까 ‘졸음’이라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게 되죠. 부작용 걱정 없이 집에서 푹 쉬어도 된다면 괜찮겠지만 운전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직장에서 일을 할 때 혹은 고도의 정교한 작업을 할 때라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입니다.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증상을 어느 정도 가라앉히면서도 졸음 부작용을 줄인 성분인데요, 메퀴타진, 세티리진, 아스테미졸, 아젤라스틴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따라서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해결하면서도 졸음 등 진정작용을 줄이려면 메퀴타진 같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에 코막힘을 완화해주는 슈도에페드린이나 콧물을 완화해주는 벨라돈나 같은 항콜린 성분 그리고 염증과 알레르기 반응을 완화해주는 글리시리진산 성분이 복합으로 들어가 있으면 ‘재채기, 콧물, 코막힘’을 동시에 잡는 효과가 더 커집니다. 그래도 영~ 비염약을 먹으면 너무 졸리고 힘이 빠진다 싶을 땐, 카페인이 함유된 것을 고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편한 비염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이 있는데도, 내성이 생길까 봐 불안하다는 말씀도 간혹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학계에서는 항히스타민제를 오~래 사용한다고 해서 내성이 생긴다는 근거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봄에도, 내년 봄에도, 내후년 봄에 써도 내성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오히려 비염약을 쓰지 않다가 증상이 더 악화되면 부비동염(축농증), 중이염, 천식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알레르기 비염 탈출법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비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비염 증상이 더 악화되고 이것이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켜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더 이상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이제는 비염 걱정 없는 여러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성호 (이비인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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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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