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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라이프

기억이 잘 안 나서 물건을 찾기가 어렵고, 단어가 잘 생각이 나지 않아 입가에만 맴돌 때, 잘 다니던 길이 갑자기 낯설게 여겨지고, 성격이 변했다는 말을 듣거나, 순간 무엇을 하려고 일어났는지 도통 알 수가 없을 때... 흔히 나이 들어 그렇다는 식으로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는 종종 치매라는 조기 신호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신경과학회, 65세 이상 - 연 1회 인지기능검사 촉구

책을 보고 있는 중년, 지속적인 두뇌 활동은 중요한 치매 예방법이다책을 보고 있는 중년, 지속적인 두뇌 활동은 중요한 치매 예방법이다

치매, 알치하이머병 등은 최대한 병의 진행을 늦추는 정도밖에는 방법이 없고,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에 대해 최근 미국 신경과학회(AAN, American Academy of Neurology)가 가벼운 인지장애에 대해 병적 징후인지 아닌지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65세 이상인 경우 최소 1년에 한 번은 정신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 신경과학회는 의사가 환자의 기억과 사고 능력을 정량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학적 도구(mathematical tool)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신경학(Neurology)’ 저널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미국 솔트 레이크 시티 유타 대학교의 Norman Foster 박사는 “사고 기술(thinking skills)은 뇌 기능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지표이며, 비용 효율적으로 즉 가성비가 좋은 테스트로서 신경계 치료를 개선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국 신경과학회는 “전 세계적으로 60대 초반의 약 7%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가벼운 인지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Norman Foster 박사는 “이러한 새로운 지표를 통해 경미한 인지 장애를 알아낼 수 있고, 이에 대해 완벽히 치료할 수는 없지만, 치매로 진행하는 단계에서 의사의 빠른 개입으로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년 1회 이상 인지 장애 평가를 통해 경미한 인지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물론 의사가 질병의 악화 가능성을 면밀히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는 건강검진제도를 통해 66세 이상인 경우 2년마다 치매 조기 검진을 위한 인지기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지기능검사는 나이나 교육 정도를 보정하여 개인 맞춤형으로 기억력과 언어능력, 시공간 능력, 주의집중력, 추상적 사고력, 집행기능 등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문답식으로 확인해보는 검사이다. 검사를 통해 어떤 종류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그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으며, 주기가 짧을수록 미세한 변화 정도를 빨리 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인지기능 장애는 뇌의 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필요 시 CT나 MRI 검사를 통해 뇌의 구조적 변화를 확인하고 PET 검사 등으로 뇌의 기능적 변화를 평가하기도 한다. 뇌 PET 검사와 별도로 뇌의 이상 단백질 침착을 확인해볼 수 있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병원 진료 시 △기억력 장애의 구체적 사례는 무엇인지(소지품을 둔 곳을 기억하지 못한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등)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그 정도와 빈도는 어떤지 △발생 양상은 어떤지(계단식 진행 등) △증상의 호전이나 회복 기미가 있는지 △기억력 문제뿐만 아니라 주의력, 집행기능, 언어기능, 시공간 기능 등의 장애는 없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치매 조기 검진을 위한 삼성 치매 설문지(Samsung Dementia Questionnaire) 중 간략한 설문지(Short SDQ) 항목이다. 총 15개로 구성되며, 반드시 본인이 아닌 보호자가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항목에 해당하는 정도에 따라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 = 0점, 간혹(약간) = 1점, 자주(많이) = 2점’으로 체크하며, 총 30점 만점 중 8점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치매가 의심되므로 병원 진료 및 검사가 필요하다.

1.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2.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는다.
3. 반복되는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을 때 금방 적응하기가 힘들다.
4. 본인에게 중요한 사항을 잊는다 (예를 들어 배우자 생일, 결혼기념일, 제삿날, 등).
5. 어떤 일을 해놓고 잊어버려 다시 반복한다.
6. 약속해놓고 잊는다.
7. 이야기 도중 방금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를 잊는다.
8.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9. 물건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
10. 텔레비전을 보고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11. 전에 가본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다.
12.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13. 계산 능력이 떨어졌다.
14. 돈 관리를 하는 데 실수가 있다.
15. 과거에 쓰던 기구의 사용이 서툴러졌다.

치매선별검사지(SIRQD, Seoul Informant Report Questionnaire for Dementia)는 서울대학교병원 치매·노화성 인지감퇴증 클리닉에서 개발한 검사로 총 15개 항목이다. 답변은 가족이나 친지 등 당사자를 가장 잘 알고,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이 해야 하며, 항목별로 일상생활 중에 나타나는 능력이 대상자의 10년 전과 비교해서 어떻게 변했는지 답변한다.

항목에 해당하는 정도에 따라 ‘10년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 0점, 10년 전보다 조금 나빠졌다 = 1점, 10년 전보다 많이 나빠졌다 = 2점, 내용이 대상자에게 전혀 해당하지 않아 알 수 없다 = 9점’으로 체크한다. 9점에 해당하는 항목이 6개 이상이면 측정할 수 없다.

1. 며칠 전에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2. 최근에 했던 약속을 기억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3. 최근에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4. 가스 불이나 전깃불을 켜놓고 끄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5. 새로 마련한 가전제품이나 기구의 사용법을 익히는 능력은 어떻습니까?
6. 자신의 개인위생을 관리하거나(세수, 목욕 등) 외모를 가꾸는 정도는 어떻습니까?
7. 중요한 제삿날이나 기념일(배우자의 생일, 결혼기념일, 종교행사일 등)을 기억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8. 거스름돈을 계산하거나, 돈을 정확히 세서 지불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9. 이야기 도중에 머뭇거리거나 말문이 막히는 것은 어떻습니까?
10. 이야기 도중에 물건의 이름을 정확히 대는 정도는 어떻습니까?
11. 가까운 사람(자식, 손자, 친한 친구 등)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12. 가까운 사람에 관한 사항, 즉 사는 곳이나 직업 등을 기억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13. 자신의 주소나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14. 전화, 가스레인지, 텔레비전 등 집안에서 늘 사용하던 기구를 다루는 능력은 어떻습니까?
15.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 저녁 식사에 무엇을 준비할지 등 일상적인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은 어떻습니까?

합산 결과가 ‘0~3점’인 경우 현재 치매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으며, ‘4~10점’인 경우 현재 치매일 가능성은 작지만, 치매 위험단계인 경도 인지 장애가 의심되며, ‘10점 이상’인 경우 현재 치매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미루지 말고 바로 전문 의사를 찾아 치매 여부 및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나이나 성별, 유전 외에 조절 가능한 위험요인으로 음주, 흡연, 비만,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두부 손상, 우울증, 갑상선 기능 이상 및 치매와 관련한 대사질환, 매독, 비타민 B12 및 엽산 결핍이 꼽히므로 이들 인자를 평소 주의 깊게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일주일에 2번 이상, 30분 이상 땀 흘릴 정도의 강도로 운동하기, 지속적인 두뇌활동 하기,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 장기 사용 줄이기 등이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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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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