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투박한 자갈들이 자리한 마당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던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팽팽하게 잡혀있는 고무줄을 밟고 넘어가며 재주를 부리는 것이 하나의 춤같이 보이곤 하는데, 아마 대부분의 남자아이는 이 줄을 밟고 넘어가기보단 재빨리 끊어버리고 도망간 기억이 더 많을 것이다. 요즘에는 이런 고무줄놀이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이 많겠지만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이 어색하고 낯선 것은 아닐 것이다.

고무줄은 특유의 탄력성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모양으로 변환이 가능하고 본래 모양으로 다시 돌아오는 힘이 우수하다. 그래서 대부분 고무줄을 떠올리면 힘없이 늘어지는 형태보다 탄력 있고 팽팽하게 힘을 유지하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온전한 고무줄이라면 늘어나는 것도 다시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오는 것에 어려움이 없겠지만, 삭은 고무줄은 쉽게 끊겨 버리거나 제 본래 형태로 돌아오는 힘이 약해 쉽게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경우 고무줄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질과 그 기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라면 본래의 기능을 무리 없이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환경적 요소나 다른 부가적인 상태에 따라 문제적 요소가 영향을 끼치게 되면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남성이라면 이런 ‘조루증’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예시로 고무줄에 빗대어 설명하긴 했지만 기질적인 문제로 남성의 사정조절 능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 조루증이라 할 수 있다.

보통 남성이라면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사정 충동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조루증을 가진 남성은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금방 절정에 도달하면서 사정을 해버리게 된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성적 극치감을 느끼는 것에 필요한 시간은 최소 10분 정도임에 반해 조루증을 가진 남성들은 그 절반에 도달하지 못하는 시간을 채우기도 버겁게 여길 수 있다. 단순히 시간만으로 남성의 조루를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지속적인 남녀 간의 불균형한 만족감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조루증은 흔히 심인성 조루와 기질성 조루로 구분하게 된다. 심인성 조루의 경우 의미 그대로 심리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아 사정조절 능력이 떨어진 상태이다. 이 경우 과거 성관계에서의 트라우마나 사회적 스트레스, 불안, 강박 등의 다양한 원인들이 있을 수 있다. 심인성 조루의 경우 배부신경차단술이나 소대 차단술과 같은 조루 수술을 추천하지 않는다. 남성 본인의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큰 원인이 되기 때문에 조루 수술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기질성 조루라고 판단되는 경우는 조루 수술을 통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앞서 예시로 든 고무줄처럼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단순한 자연히 증상이 나아지기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질성 조루의 경우 일반적인 남성들에 비해 과하게 음경의 신경이 발달된 경우가 많아 작은 자극에도 쉽게 사정을 해버리게 된다. 이 경우 음경의 신경을 둔화시키는 조루 수술을 통해서 조루 완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음경의 민감성을 둔화시키기 위해 성급하게 조루 수술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조루 수술의 경우 수술 후 몇 가지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조루 수술은 남성의 음경 내의 신경을 절제함으로써 둔화 효과를 기대하는 수술이다. 아무래도 신경을 절제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조루 수술의 경우 미숙한 의료진에 의해 진행되게 될 경우 음경에 전기가 오듯 날카로운 신경통이 발생하거나 만곡증이 나타날 수 있고 재발의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조루 수술을 받기 전 정확한 검사를 받지 않고 성급하게 조루 수술을 결정짓는 경우 그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기질적인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조루에 대한 강박만으로 조루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면 빈대 잡고자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

조루 수술을 받기 전에는 ‘음경 진동각검사’와 같은 조루 검사를 통해 음경의 민감도를 체크하고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성생활 횟수, 환경, 질환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확인을 통해서 원인에 대해 우선 파악이 된 후 그에 적절한 조루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도리 원장 (비뇨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