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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똑같은 일이 닥쳤을 때도 사람마다 대처하는 법은 제각각입니다. 매달 꼬박꼬박 나타나던 생리가 이번 달에 제때 하지 않을 때, 어떤 생각부터 하게 되나요?

어떤 분들은 임신이 아닐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임신테스트기를 해볼 것이고, 생리주기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 조차를 모르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지난달에 너무 피곤했나?”라며 가볍게 넘기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나 조기폐경이 오려나 봐!”하면서 가슴이 쿵 내려앉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른 식의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그 전 몇 달간에 걸쳐 내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들을 합산해서 생리의 시작과 연관 짓게 되기 때문인데요. 즉, 배란기에 성관계가 있었던 여성들은 생리가 늦어지면 임신부터 떠올리게 될 것이고, 과로나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었던 분들은 그 때문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조기폐경을 걱정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러한 생리불순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겠지요.

고민하는 여성고민하는 여성

단순 생리불순은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거나 호르몬 검사상 지극히 정상으로 나타난 상태에서 일시적인 정서적·신체적 변화로 배란장애가 발생했거나 생리혈의 원활한 배출이 일어나지 않아 생리의 시작이 늦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여성의 난소와 자궁은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호르몬 균형이 깨져 생리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회성의 변동이라면 단순 생리불순으로 생각하셔도 무방하리라 봅니다. 그러나 생리가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1년에 3회 이상 나타난다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고민하는 여성고민하는 여성

조기폐경은 만 40세가 되기 이전에 6개월 이상 생리가 없으면서, 호르몬 검사상 FSH 수치가 40mIU/mL 이상인 경우 진단받게 됩니다. 최근에는 20~30대 여성 중에도 원인 모를 조기폐경을 진단받는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3회 이상의 생리불순을 겪을 때 호르몬 검사를 받게 되면 조기폐경의 범주 안에 있거나, 조기폐경 이행기로써 FSH 10~40mIU/mL 사이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폐경이 가까이 왔다고 해서 크게 좌절하거나 이미 조기폐경을 진단받고 사망 선고처럼 느끼는 여성분들을 종종 뵙게 되는데요. 호르몬 수치가 같더라도 난소의 기능이 언제부터 정지되었는지 등에 따라 회복속도도 다르답니다. 특히 3년 이내에 조기폐경을 진단받거나 이제 막 호르몬 불균형이 시작된 경우 치료를 통해 호전되는 경우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조기폐경은 갑자기 찾아오지 않습니다. 호르몬 수치가 정상치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나서야 진단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나, 스스로 몸에 대해 깊이 관찰하고 관심 있게 보는 분들은 빠른 치료로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 실제로 조기폐경 환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길게는 5, 6년 전에서 짧게는 1년 전부터 생리불순이 있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달씩 생리가 없거나 한 달에 2~3번 이상 생리가 있다고도 합니다. 한 달에 몇 번씩 생리를 한다는 것은 거의 무배란성 출혈일 가능성이 높지만, 대부분 월경이 불규칙하고 들쑥날쑥이라고 공통으로 말합니다.

여성의 몸에서는 [난소-배란]과 [자궁-내막변화]라는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서 계속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싸이클이 흔들림-균열-부서짐 단계를 거쳐 생리불순에서 조기폐경으로 이행되어 갑니다.

(1) 흔들림: 신체적 육체적 스트레스와 그 외 여러 원인으로 배란과 생리가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에는 호르몬 검사상으로는 아직 정상상태에 있으면서 1~2번 정도 생리불순이 생기는 무시하고 넘어가기 쉬운 때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때가 가장 중요한 첫 치료 타이밍입니다. 이때 잘 치료하고 넘어가면 틀어졌던 두 개의 톱니바퀴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2) 균열: 위의 단계에서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면, 약간 틀어진 상태에서도 돌아가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 귀퉁이 하나씩 금이 가고 떨어져 나가는 균열이 시작됩니다. 이때부터는 중간에 잠깐 생리가 규칙적으로 잘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생리불순 기간이 길어지고, 호르몬 수치도 하나, 둘 이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첫 타이밍을 놓쳤다면 이 시기에라도 치료가 집중적으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치료를 제대로 진행하게 되면 정상적인 난포 성장, 생리 회복, 수정란 확보, 임신 등의 가능성이 긍정적인 기간입니다.

(3) 부서짐: 이때도 무시하고 넘어가게 되면 톱니 귀퉁이들이 와르르 부서지고, 결국 바퀴는 돌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난소와 자궁의 기능이 멈추게 되는 때가 오게 되는 것입니다. FSH 수치도 정상보다 매우 높아지고, 조기폐경이 진행된 지 한참이 지난 후가 되는데요. 이 단계까지 온 뒤에 치료를 위해 내원하고 어렵게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3단계로 정리했지만 실제로는 몸 상태에 따라 치료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극심하게 차이가 납니다. 생리불순, 즉 흔들림 단계를 관망하지 않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기폐경과 단순 생리불순의 사이에서 내 몸은 어떤 상태인지 궁금하시다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몸에 대한 면밀한 관심을 기울이기를 당부드립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오유리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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