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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라이프

진료실로 짙은 선글라스, 마스크를 끼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마른 체형의 한 여성이 들어온다. 하루에도 수십차례 허벅지, 허리, 엉덩이가 뚱뚱해 보인다며 미간을 찌푸리며 거울 앞에 선다. 자신의 얼굴이 못생겨서 밖을 나갈 수 없다고 한다. 수차례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받았지만, 절망에 빠져 있다. 친구들과의 연락은 차단한 지 오래다. 자존감이 바닥이라며 눈물을 흘리던 그녀. 결국 면담을 하는 내내 그녀의 민낯은 볼 수 없었다.

외모 강박증외모 강박증

혹시 나도 외모 강박증인가요?
많은 여성이 가볍게 외출할 때엔 파우치를 들고 나갑니다. 작은 파우치 속은 어중이떠중이가 입장할 수 없습니다. 생존을 위해 초대된 필수품 이외엔 말입니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지갑, 휴대폰, 손거울, 팩트, 뷰러, 립스틱, 립밤, 생리대 등이 빈틈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신경 쓸 일이 넘쳐 나는 현대 사회에서 선택받은 아이템들의 절반 이상이 외모와 관련된 물품입니다. 그만큼 외모 가꾸기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현실이 이러한데……혹시 나도 외모 강박증일까요?

외모 강박증이란?
외모 강박증은 전문용어로 ‘신체이형성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라고 불립니다.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신체 부위나 존재하지 않는 결함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집착이 하루에 한 시간 이상 떠오릅니다.
특별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옷을 갈아입고 피부에 잡티가 있다는 생각에 반복적으로 피부를 뜯어냅니다. 외출하기 전에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지인과의 약속을 미루거나 취소하기도 합니다. 유병률은 일반 인구집단의 1~2%라고 하니 적게는 경기도 남양주시, 많게는 울산광역시만큼의 인구가 외모 강박증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외모 강박증은 왜 생길까요?
첫째, 해소되지 못한 타인에 대한 의존 욕구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부터 의존성을 지닌 채로 살아왔습니다.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싶다는 의존 욕구는 성인이 될 때까지 자기를 따라다닙니다. ‘어쩌다 어른’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내가 달라지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상대방의 관심과 사랑에 의존하면서 진정한 자기를 찾지 못하는 경우에 겉으로 보이는 외모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이어집니다.

외모를 가꾸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요하고 있습니다외모를 가꾸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요하고 있습니다

둘째,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 때문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는 사회 문화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변해왔습니다. 중국의 4대 미인 중의 한 명인 양귀비는 155cm의 키에 65kg의 체중을 가졌었다고 합니다.
거식증 환자와 같은 지금의 모델들이 규정짓는 아름다움의 정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아름다움은 대량의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와 패션업계가 결탁해서 만들어낸 이미지입니다. 거울 대신 TV와 같은 미디어 앞에 더 자주 서 있다 보면 어떤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입니다. 미디어에 비치는 타인의 모습과 내 모습을 비교해서 외모 가꾸기에 몰두합니다.

불어오는 탈코르셋의 바람
최근 여성 인권 운동의 일환인 ‘탈코르셋’이라는 용어가 화두였습니다. 사회가 규정짓는 여성의 성 역할에 항거하는 의미로 공개적으로 긴 머리를 자르거나 화장을 지우고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치장하는 것에 대해서 ‘꾸밈 노동’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규정된 성 역할을 거부하고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화장, 미용 등으로 자신을 가꾸는 사람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발전해 나가니까요. 하지만 자기를 잃어버릴 정도로 과도하게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는 ‘탈코르셋’의 숨은 의미를 전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떻게 해야 외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까요?

나 자신을 사랑하세요나 자신을 사랑하세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연애 때와는 달리 서로 편안한 얼굴, 편안한 복장으로 생활합니다. 하루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하루 수염을 깎지 않았다고 헤어지거나 연락을 끊지 않습니다. 서로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나를 아끼고 항상 믿어주는 사람이 내 속에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요? 얼마나 자신감 넘칠까요?
나 스스로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타인을 의식하면서 쏟을 에너지를 자신에게 돌리세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보듬어주세요. 시간이 흐를 수록 사람을 끄는 매력 있는 사람이 될 거에요.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윤석 원장(서울맑은정신건강의학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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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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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서울맑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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