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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올해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작가 백세희, 출판사 흔)’라는 책이 있다. 이는 기분부전장애(경도의 우울증)를 겪고 있는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가 12주간 대화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독자 후기로 “책을 읽는 동안 작가를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면 안아주고 싶은 건 나 자신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마음을 위로 받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작가와 같이 정작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내원하여 진료받기에는 아직은 그 문턱이 높기만 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우울증 환자는 214만 5000여명 인데 실제 우울증 진료를 받은 사람은 64만 명에 불과하다.

힘들어하는 여자힘들어하는 여자

의지력의 문제일까?

우울한 기분은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흔히 “우울한 기분”과 “우울증”을 혼동하곤 한다. 의욕 저하, 흥미 상실, 수면장애 등을 주요증상으로 몸과 마음이 내 의지대로 따라와 주지 않아 현재 생활을 현저하게 방해할 정도가 2주 이상 지속한다면 우울증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가벼운 우울증은 3개월 정도면 나아질 수 있지만, 이를 의지박약의 문제로 평가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중증 우울증으로 발전해 치료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75.9%가 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라고 꼽았다.

약 복용, 내성은 없을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꺼리는 또 다른 큰 이유 중 하나가 약 복용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항우울제는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복용해야 할 것 같다는 오해가 있다. 국내에서 현재 처방되는 대표적인 항우울제에는 삼환계 항우울제(TCA),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 등이 있다. 항우울제는 뇌에 작용해 세로토닌, 노르에프네프린,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함으로써 증상을 개선한다. 감기약은 복용을 시작하면 콧물, 기침 등의 신체증상이 곧바로 개선된다. 하지만 항우울제는 복용하면 바로 눈에 띄는 효과를 보기가 어렵고 복용 이후 4주가량이 지나서야 서서히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은 아니다. 전문의와 상담 후 환자의 증상에 따라 유지하다가 점차적으로 감량한 후 중단할 수 있다.

신체에 병이 생기면 병원에 쉽게 내원하지만, 아직 마음의 병은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부정적인 인식으로 발걸음 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넷이나 주변의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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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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