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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눈을 감고 ‘뱀파이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상상해보자.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 뾰족한 송곳니, 태양을 극도로 꺼리는 모습이 그려지는가? 뱀파이어는 소설이나 영화 속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어쩌면 우리 주변에 뱀파이어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송곳니가 뾰족한 여성 송곳니가 뾰족한 여성
햇빛을 받으면 피부에 과민 반응이 생기고, 잇몸의 부기와 괴사로 뾰족한 치아가 드러나는 뱀파이어 증후군은 10만 명 중 1~1.5명 정도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다. 정식 명칭은 포피리아증으로 이는 헤모글로빈의 원료가 합성될 때 필요한 효소가 부족해 중간 과정 물질들이 쌓이면서 생긴다. 부족한 효소의 종류에 따라 급성 간헐성포피리아증, 유전성코프로포피리아증, 발문상포피리아증, 만발성피부포피리아증 등 총 여덟 가지 종류로 나뉘지만 나타나는 증상은 대체로 비슷하다.
 
처음엔 구토, 변비, 복통 등 소화기계 증상이 나타나는데 일반적인 급성 복통과 구분이 어려워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소화기계 증상뿐 아니라 근육 약화, 팔다리 감각 이상, 환각, 경련, 심정지 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햇빛에 노출되면 팔뚝, 얼굴, 귀, 목 등의 부위에 물집, 통증, 가려움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족한 효소의 종류에 따라 이 피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피부 증상이 없다고 해서 포피리아증이 아니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만발성피부포피리아증은 대표적인 후천적 포피리아증이다. 미국 생물정보센터(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에 따르면 이는 가장 흔한 형태의 포피리아증으로 보통 30대 이후에 피부 증상과 간병증이 함께 나타난다. 후천적 포피리아증의 원인에는 흡연, 음주, 만성 C형 간염, HIV, 스트레스 등이 있다.
 
포피리아증은 피부조직과 혈액, 소변, 대변을 채취해 유전자 분석, 조직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시행 후 진단한다. 치료는 포피리아증 유형에 따라 다르나 대부분 증상을 유발하는 인자를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 외에도 콜레스티라민 등의 약제를 사용하거나 증상에 따라 사혈 혹은 수혈, 심한 경우 간 이식, 골수 이식까지 고려할 수 있다.
 
포피리아증을 진단받았다면 생활하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인자를 조심해야 한다. 식이요법이나 다이어트, 금식이 증상을 유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탄수화물과 칼로리를 제한하지 말고 평균보다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햇빛에 민감성을 띠는 포피리아증이라면 긴 소매, 모자, 토시 등을 착용해 피부를 보호해주고,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음주나 흡연은 모든 유형의 포피리아증에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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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예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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