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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라이프

과일을 주식으로 먹는 고릴라와 침팬지는 당뇨병이나 비만, 단백질 결핍증에 걸리지 않는다. 과일은 자연당과 고급 수분 그리고 식이섬유와 함께 각종 식물 영양소(phytochemical, 피토케미컬)가 가득해서 몸의 질서를 잡아준다. 질병이나 장애를 뜻하는 영어 단어 ‘disorder’는 질서가 깨졌다는 의미다. 자연의 질서는 사람이 주식으로 과일을 먹어도 손색이 없다고 말해준다. 과일을 주식으로 먹는 프루테리언(fruitarian)들은 하루에 20개가 넘는 과일을 먹으면서 대사증후군 없이 날씬하며 심지어 더 어려 보인다. 공복에 먹는 과일은 소화가 빠르고 인체에 풍부한 효소를 공급함으로써 효소를 절약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다양하고 많은 음식을 소화하느라 지쳐 있던 소화 기관들에 활력을 준다. 꾸준히 먹기만 하면 무병장수를 보장할 수 있는 완벽한 자연의 선물인 것이다.

과일과일

그런데 과일은 당 수치를 올린다고만 생각해 당뇨 환자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꺼려왔다. 식전에 먹는 과일은 왜 안전할까? 과일의 당 지수(Glycemic Index, GI)는 정말 달콤한 포도도 43이다. 혈당에 안정적이고 다이어트에 좋다는 고구마와 현미가 63, 62인데 이보다도 더 낮은 수치다. 우리가 주로 먹는 정제된 탄수화물인 백미의 당 지수는 76이고, 바게트의 당 지수는 93이나 된다. 이렇게 혈당 상승을 빨리 일으키는 것은 과일이 아닌 정제된 탄수화물이다. 백미나 라면, 우동, 빵, 케이크와 같은 음식이 대사증후군과 당뇨의 원인이지 식전 과일은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 과일의 당은 설탕이 아닌 식이섬유와 식물 영양소가 가득한 자연당인 과당(fructose)이다. 과일을 씹어먹으면 혈당을 서서히 상승시켜 안정적이다. 하루 3개 이상 먹는 식전 과일 습관은 신진대사를 바로 잡아 주어 오히려 당 수치를 조절해주는 효과가 나타난다. 3개월 동안 식전 과일 5개를 먹고 하루 삼시 세끼를 다 먹은 47세 여성분은 8kg을 감량했고 당 수치 168에서 100이하로 떨어져 더 이상 혈당강하제를 먹지 않게 된 사례도 있다.

과일이 혈당을 올린다는 오해는 식후에 먹는 습관 때문이다. 식후에 과일을 먹으면 식사로 먹은 음식과 과일의 당이 섞여 소화불량이 일어난다. 일반식을 한 사람의 뱃속에는 이미 김치와 나물 등의 식이섬유와 고기 같은 단백질이 밥과 함께 뒤엉켜 있다. 이때 위에 들어온 과일의 당은 36.5도나 되는 따뜻한 위 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발효된다. 위 속에서 일어나는 발효는 가스를 발생시키고 음식을 변질시켜 영양 흡수를 방해한다. 식후에 과일을 먹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까닭이다.

게다가 과당의 발효 성분은 몸에서 알코올과 같은 반응을 일으켜 간세포를 파괴한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간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오랜 세월 동안 식후에 과일을 먹은 분들이다. 이렇게 간에 무리를 주는 식후 과일은 노폐물과 지방 축적으로 이어진다. 탄수화물은 완전히 소화되지 않으면 발효되고, 단백질은 부패하고 지방은 산패된다. 일부러 독소 음식을 먹지 않아도 몸 안에서 소화불량으로 인한 독소가 발생한다. 소화불량은 만병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영양성분은 반드시 '소화'라는 복잡한 대사과정을 통해서만 흡수될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인구의 20%가 소화불량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20대까지 왕성했던 소화력은 점점 약해져 30대부터 소화불량,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 등 위장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소화제를 상비약으로 두고 살며 나이 먹으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50대가 되면 당연하다는 듯이 고혈압약을 챙겨 먹고, 암 조기 검진을 받는다. 주위를 보면 고지혈증, 고혈압약, 혈당강하제 등 약을 챙겨 먹는 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약은 잠시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에 머무를 뿐, 근본을 개선해주는 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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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재발률 0%를 기록한 세계적인 소화기암 전문의 신야 히로미, 전 클린턴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존 맥두걸, 뉴욕타임스가 인정한 영양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콜린 캠벨 등은 이구동성으로 지나친 육류섭취, 정제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자연의 살아있는 음식 위주의 식사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작은 행성을 위한 다이어트(Diet for a small planet)>의 저자 프란시스 무어 라페 (Frances Moore Lappe)는 일본 오키나와와 파키스탄 훈자 지역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식물성 단백질 위주의 식사만으로도 단백질 결핍증 걱정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들은 필수 아미노산 8가지를 제철 과일과 흔히 먹는 당근, 옥수수, 양배추, 오이, 완두콩, 감자, 땅콩 같은 채소에서 공급받았다.

아기가 엄마의 뱃속에서 영양으로 만들어졌듯, 사람도 죽을 때까지 피와 살이 만들어지는 세포분열과 재생작용이 일어난다. 실험실의 세포는 50가지가 넘는 필수 영양성분이 들어있는 밥을 먹고 건강하게 분열한다. 단연코 운동보다 살아있는 자연의 효소와 영양성분의 흡수가 우선이다. 소화력이 떨어지는 나이가 들면 무엇보다 소화가 잘되는 식사법으로 내 몸 관리를 해야 한다. 소화 기관이 튼튼한 사람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이로 인한 각종 대사질환이 없다. 따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배부르게 먹으면서 날씬하고 건강한 몸매를 유지했다.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 필수 아미노산이 몸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일과 현미 채식을 먹는 사람들은 당뇨 수치가 떨어지고, 고지혈증과 고혈압, 비만 등 각종 성인병이 치유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인 평균 수명 81세, 100세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장수를 향한 인간의 꿈은 서서히 이루어지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오래 살아도 건강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현대 의학만으로는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구원하지 못한다.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건 오직 자연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만들어진 음식이다. 100% 자연식을 하기 어렵더라도 오전 과일 3개와 한식 위주의 식사만으로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내 몸을 살리기 위해 식후 과일 대신 식전 과일 습관을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연(然) 식습관연구소 류은경 대표 (수의사) / ‘완전소화’ 저자, 전 국립암센터·서울대 의학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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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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