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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뭔가가 떠다니고 눈을 돌릴 때마다 따라 다닌다면 혼란스럽고 고통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눈앞에 날파리나 모기가 날아다니는 증상이라 해서 비문증(飛蚊症)이라고 하는데 이 글을 쓰는 필자의 왼쪽 눈에도 비문증이 있습니다. 비문증은 왜 생길까요?

우리의 눈 속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젤리 같은 것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는 유리처럼 맑아 유리체(vitreous)라고 부르는데 안구 부피의 약 70%를 차지하며 태아 때 형성되어 성인이 된 후에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유리체 성분의 90%는 물이고 교원질 섬유(collagen fiber)가 뼈대 역할을 해 히알루론산이 교원질 섬유와 연결되어 물을 함유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유리체유리체

비문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유리체의 노화입니다. 유리체는 처음 생긴 5년 후부터 양이 줄어들고 쪼그라듭니다. 물론 본격적인 노화는 40대 이후 중년에 일어납니다. 유리체가 노화되면 이것이 물이 되는 ‘액화 현상’, 망막과 분리되는 ‘후유리체박리 현상’이 생깁니다.

일본의 우에노 교수에 의하면 유리체 액화 현상은 “눈 속으로 들어온 빛 때문에 생긴 활성산소에 의해 유리체의 뼈대 역할을 하는 교원질 섬유 구조가 무너지고 히알루론산과의 연결이 끊어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연결이 끊어진 틈을 타 높은 전기를 띤 물질들이 히알루론산과 결합한 물을 잡아당겨 결국 물이 분리되고 젤리 같은 유리체가 흐물흐물해지는 것입니다.

후유리체박리는 망막과 유리체가 붙어있다가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유리체는 교원질 섬유가 줄어들면 망막과 붙어 있는 힘이 약해집니다. 이때 부착력이 약한 부위부터 점차 떨어지기 시작해 유리체의 동그란 모습은 점차 찌그러집니다. 유리체가 물처럼 변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시신경 주위에 단단히 붙어 있던 교원질 섬유가 떨어지면 후유리체 박리가 되는 것입니다.

떨어져 나간 교원질 섬유는 눈 속 공간에서 찌꺼기가 되어 떠다니고 이것이 눈 속으로 들어오는 빛을 막으면 그림자가 생겨 망막에 비칩니다. 이 그림자를 느끼는 것이 비문증입니다. 질환명으로는 유리체 혼탁이라고 하는데 찌꺼기의 모양이 둥글면 둥근 모양, 길쭉하면 실오라기 모양, 실뭉치 모양이면 솜털 모양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65세 이상에서 41%는 후유리체 박리가 일어나고 그 중 80%에서 비문증이 나타납니다. 이는 질환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유리체 출혈이나 망막출혈로 인한 것입니다. 당뇨망막증, 고혈압성 망막증 또는 망막혈관 폐쇄가 발생하면 유리체내에 혈액이 고입니다. 이 혈액이 찌꺼기를 만들어 비문증이 생기는 것입니다.

비문증비문증

또한 망막에 구멍이 생기는 망막열공이나 망막이 떨어지는 망막박리일 경우에도 비문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 비문증은 유리체의 노화로 생기는 것이라 시력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하지만 비문증의 5%는 망막열공이나 박리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므로 비문증이 처음 생긴 경우 눈 속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근시가 심하거나 눈 외상이 있고 망막박리 가족력 혹은 반대 측에 망막박리가 있던 경우에는 더 주의해야 합니다. 망막에 문제가 있을 때는 떨어진 망막이 유리체 가닥과 붙어서 덜렁거리면서 시신경에 자극을 주어 불빛이 없어도 번쩍거리는 것이 느껴지는 광시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눈 속의 염증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눈 속에 포도막염이 생기면 염증 물질 찌꺼기가 눈 속에 생겨 비문증이 나타납니다. 비문증의 원인이 되는 유리체 내의 찌꺼기(혼탁)만을 선택해서 제거하는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유리체 전체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지만 1년 내 20%에서 백내장이 생깁니다.

대부분의 비문증 증상은 유리체의 노화 과정에서 생기므로 노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유리체가 안정되면 크기도 작아지고 보이는 빈도도 줄어들며 우리의 뇌도 적응해 처음보다는 덜 느끼게 됩니다. 보통 처음 증상 발생 후 6개월 정도 지나면 70~80%에서 증상이 완화합니다.

그래서 갑자기 커지거나 개수가 많아지거나 커튼이 쳐진 것처럼 가려지는 현상만 없다면 경과를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증상이라 힘든 점이 있겠지만 유리체 찌꺼기를 녹이는 주사제가 연구되고 국소적으로 파괴하는 레이저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정 참기 힘들거나 너무 심할 때에는 유리체를 제거하는 수술도 있으니 증상이 갑작스럽게 더 악화하지 않는다면 견뎌 보시기 바랍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우성욱 원장 (안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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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욱 서창밝은안과의원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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