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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이 드는 생활을 지속하던 인간은 24시간 꺼지지 않는 횃불인 전구를 발명한 이후로 잠을 정복하려 했다.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잠을 자는 시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행해졌다.

만성적으로 수면 부족이 생기면 인지기능이 떨어진다. 평소 잘하던 단순한 계산 실수가 발생하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른바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진다. 위험한 작업을 하거나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도 생긴다.

잠못이루는 여자잠못이루는 여자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수면제를 처방하기 이전에 필수적으로 체크해야 할 점들이 있다. 먼저 환자 개인의 생활습관 및 수면에 관한 인식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불면증을 유발하는 나쁜 습관을 고치지 않고 단순히 약물치료만 하는 것은 병 주고 약 주는 일이 된다. 이번 시간에는 불면증의 비약물적 치료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가장 중요한 불변의 법칙 첫 번째는 ‘아침 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신체의 활동은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못자’ 씨는 평소 밤 12시에 잠들고 아침 7시에 깬다. 나못자 씨는 잠이 들면서 ‘어제는 3시간 더 늦게 잠들었으니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내일 오전 10시까지 자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잠들기가 쉽지 않아서 새벽 3시까지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나못자 씨가 오전 10시까지 늦잠을 자거나,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기 위해 낮잠을 3시간 잤다면 필시 그날 밤도 잠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몇 시에 잠드는지는 이제 잊어라. 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지키면서 낮잠을 20분 이내로 줄인다면 잠은 제자리를 찾게 되어 있다. 잠을 못 자면 피곤하다며 늦잠을 자거나 낮잠을 자는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면 평생 입면기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며칠간 잠을 못 자면 죽을 것 같이 힘들 수 있지만 죽진 않는다. 리듬을 찾을 때까지만 고생하면 된다.

다음으로 수면 효율을 높여야 한다. 수면 효율은 내가 자려고 누워 있는 시간 대비 실제로 잠을 잔 시간이다. 수면 시간을 임의로 조절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자려고 누워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12시에 잠이 들던 ’잠못자’ 씨는 최근 새벽 2~3시까지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이다 잠든다. 오늘만큼은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일찍 자려고 저녁 9시에 불을 끄고 누웠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고 잡생각만 많아진다. 이리저리 뒤척여보지만 잠이 오지 않아 괴롭기만 하다.

이러한 경우 실제로 자는 시간은 적은데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수면 효율이 낮아진다. 잠못자 씨가 수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침 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정해놓고 과감하게 새벽 1~2시에 잠들어야 한다. 수면 효율이 90% 이상이 될 때까지 이러한 방법을 반복하고, 효율이 높아졌다면 누워 있는 시간을 15분씩 점점 늘려야 한다.

몸이 피곤해서 잠이 오지 않는 것 같다며 퇴근 후에 평소보다 더 격렬한 운동을 하는 분들도 있다. 물론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상관이 없을 수 있지만 잠에 민감한 사람에겐 격렬한 운동을 잠자기 5시간 이내에 시행할 경우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잠을 잔다는 행위는 하루 중에 가장 심신이 이완된 상태로 빠진다는 의미이다. 수면 전 격렬한 운동은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고 교감신경계를 흥분시킴으로써 잠드는 것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가벼운 걷기 운동이나 스트레칭 등으로 하루를 마무리해 보자.

또 배가 고파서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며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야식을 먹고 눕는 습관을 가진 분들도 있다. 식사를 하면 5L 내외로 한정된 혈액이 소화기 계통으로 쏠리게 된다. 자연스럽게 뇌로 흘러가는 혈액량이 줄고 소화를 위해 부교감 신경계가 발동하면서 졸림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는 순간에도 위 소장, 대장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잠들기 전에 공복감이 있다면 따뜻한 우유 등으로 가볍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불면증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수면장애를 설명하기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원인이 숨어 있다. 따라서 여타 다른 질환에 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1:1 맞춤형으로 생활을 디자인하면서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단순히 수면제 한 알만을 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수면제에 대해 막연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비약물적 접근법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윤석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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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서울맑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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