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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남자 주인공은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는 조울증 환자로 우울, 불안, 분노, 슬픔, 절망, 즐거움, 기쁨 등의 다양한 감정이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각각 조증과 우울증이란 두 개의 극단적인 감정을 보이면서 많이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새로운 사랑의 미래를 그려감으로써 불안한 정서가 상대에게 공감되고 이해될 때 스스로 성장하고 변화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두 얼굴을 한 여성

조울증이란 어떤 병인가요?

조울증, 즉 양극성 정동장애란 진단은 1980년 미국의 진단기준편람 DSM-IIIR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진단명만 생각하면 새내기 질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 로마 시대에 이미 Mania(조증), Melancholy(우울증)이란 용어를 쓰고 있고 리튬염을 섞은 물에 목욕함으로써 정서 안정을 유도했던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질병의 역사는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리튬은 현재도 양극성 정동장애의 주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1700년대 들어서면서 조울증에 대한 기록들이 확인되고 있으며 1900년대 초 독일의 정신과 의사였던 크레펠린에 의해 조울증에 대한 진단기준 초안이 마련됐다.

양극성이란 말은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기분이 저하되는 우울증의 양극단 사이에서 감정의 기복이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양극성 정동장애는 큰 틀에서는 우울증의 변형된 타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조증 상태가 지나고 나서 깊은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고 전체 질병의 기간으로 보면 조증보다 우울증을 겪는 기간이 더 길게 나타나기도 한다.

얼마 전 SNS에서 회자되었던 경조증은 이런 조증의 기분 상태가 가벼운 형태로 나타나면서 자기 확신, 자신감, 계획성, 활동성, 수면시간의 감소, 감정의 기복 등을 보이지만 일상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어떤 원인이 있을까?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성과 감정의 조율이야말로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될 수 있는 고등 기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병태생리적으로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는 주로 변연계가 얘기되고 있는데 이 부위의 뇌 신경회로에서 신호 전달 물질로 이용되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분비가 정상적으로 조절되지 않을 때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심리적으로는 불안한 정서, 자신감의 저하, 열등감 등이 있는 경우에 정서 변화가 더 예민하게 나타날 수 있다. 유전성 연구에서는 우울증보다 조울증에서 유전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질병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환경적으로는 상실, 이별, 퇴직, 실패, 고립 등의 변화들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양극성 정동장애의 유병률은 1%로 인구 100명당 1명 정도로 발병되고 있으며, 남녀의 성별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이고 30대 연령에서 주로 나타난다.

어떤 증상들로 진단하게 되나요?

들뜨거나 고양되며 즐겁거나 행복한 기분과 같은 정서의 변화가 제일 중요하다. 이런 기분 변화가 1주 이상 지속하고 자존감 증가, 불면, 말이 많아지고 머리 회전이 빨라짐, 주의가 산만하고 음주나 성적인 행동이 증가하며 과도한 금전거래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 진단하며 정신과 질병의 특성상 혈액학적 검사나 뇌 영상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기는 어려운 게 현재 상황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고 아이디어가 넘쳐나 해야 할 일은 많은데 갑자기 병원에 오게 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을 인정하지 못하며 객관적 검사 결과 없이 의사의 주관적 판단만으로 진단을 받는 것 같아 불만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경우 금전적인 큰 손해를 볼 수도 있고 과대망상, 환청을 경험하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게 되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를 통해 빨리 증상을 안정시킴으로써 제3의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증상을 예로 든다면 개인택시를 대절해서 전국을 돌아다니다 결국 택시를 빼앗아 운전한다거나, 카드를 흥청망청 사용하거나 도박에 빠져 수천만 원의 빚을 지기도 하고, 비현실적인 사업 계획들을 잔뜩 만들어서 여기저기 다니며 사업 투자를 요구하는 일도 있으며, 자신이 대통령, 천사, 신과 같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연관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면 될까?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고 호전도 잘 되는 편이다. 치료되면 정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질병이지만 평소에 재발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은 감정을 안정시켜주는 리튬, 발프로인산, 카바마제핀이 처방되며 망상과 환청, 공격성에 대해 항정신병약물을 처방하기도 한다.

질병의 특성상 병식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입원치료를 하게 되는데 약물치료 후 2주 정도가 되면 급성기 증상의 호전이 시작되고 3개월 이내에 전체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 수년간 약물 치료 유지 및 주의 관찰이 필요하며 약물치료 중 재발하는 경우에는 증상이 더 빨리 회복된다.

증상이 호전되면서 우울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으며 지속적인 정서 관리가 필요하므로 상담과 치료를 위한 관계 유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 지지와 격려, 죄책감이나 열등감 등 부정적인 인지 교정을 함께 고민하며 회복 후 삶에 적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들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글 = 하이닥 상담의 김형배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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