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피임약의 부작용 중에 관심 있게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혈전증입니다.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져 덩어리를 이루면 혈전이라고 하며, 이러한 혈전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을 혈전증이라고 합니다.

혈전증(thrombosis)은 크게 2가지 - 정맥혈전증(venous thrombosis)과 동맥혈전증(arterial thrombosis)으로 구분됩니다. 정맥혈전증에는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과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이 있고, 동맥혈전증에는 급성심근경색(acute myocardial infarction)과 뇌졸중(stroke)이 있습니다.

정맥 혈전증(Venous Thrombosis)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혈액 속의 응고인자를 증가시켜서 신체 내의 혈액이 잘 응고되고 혈전이 잘 만들어지게 합니다. 그로 인해 에스트로겐의 복용은 정맥혈전증을 유발하며 에스트로겐의 함량이 높을수록 정맥혈전증의 위험성이 높습니다.

아래의 표는 경구피임약의 에스트로겐 용량과 심부정맥혈전증의 위험도 관계를 나타낸 것입니다. 에스트로겐 용량이 50㎍ 이하인 경우 저용량 경구피임약으로 간주합니다. 아래 줄로 가면서 에스트로겐의 용량이 높아질수록 심부정맥혈전증의 빈도와 상대위험도가 증가합니다.

△ 자료 제공 = 하이닥 의학기자 김영진 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의 연령도 정맥혈전증의 위험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도가 높아지는데 15~19세의 여성은 10,000인년(각 환자의 약물복용 기간을 더한 것)당 1.84건의 심부정맥혈전증이 발생한 것에 비해 45~49세의 여성은 10,000인년당 6.59건의 심부정맥혈전증이 발생하였습니다.

비만 여성이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적정 체중 여성보다 정맥혈전증의 위험도가 더 높고, 정맥혈전증은 경구피임약 복용 첫해에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흡연은 정맥혈전증에는 영향이 없으나 동맥혈전증의 발생률을 증가시킵니다.

과거에 경구피임약을 복용했다고 해서 현재 심장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프로게스틴 성분은 혈액 중의 응고인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프로게스틴 성분만을 함유한 경구피임약이나 프로게스틴 성분의 호르몬만을 방출하는 자궁내장치는 정맥혈전증의 발생과 연관이 없습니다.

현재는 경구피임약의 복용으로 인해 정맥혈전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 이유는 과거보다 저용량의 경구피임약을 사용하고, 정맥혈전증의 고위험군 여성인 경우에는 경구피임약을 복용하지 않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혈전증과 새로운 성분의 프로게스틴(Thrombosis and the New Progestins)

몇몇 임상시험에서는 데소게스트렐(desogestrel)이나 제스토덴(gestodene)과 같은 새로운 성분의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한 복합 경구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이 레보노게스트렐(levonorgestrel)처럼 이전부터 사용하던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한 복합 경구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에 비해 정맥혈전증의 발생률이 높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 차례의 추가 연구가 있었고 현재는 프로게스테론 종류에 따른 정맥혈전증의 발생률에는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2014년에 보고된 the International Active Surveillance study of women taking Oral Contraceptives(INAS-OC)의 연구 결과에서도 드로스피레논 21일 복용법, 24일 복용법과 레보노게스트렐을 함유한 경구피임약의 정맥 색전증 위험도가 다르지 않았습니다.

동맥혈전증(arterial thrombosis)

동맥혈전증에는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과 뇌졸중(stroke)이 있습니다. 동맥혈전증의 발생은 경구피임약의 성분 중 에스트로겐 용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에스트로겐 용량이 늘어날수록 동맥혈전증의 발생도 증가합니다.

고령과 흡연도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높이며 이러한 경우에 경구피임약은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게 됩니다. 건강한 젊은 여성에서는 경구피임약은 심장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높이지 않습니다.

최근에 많이 복용하는 저용량 경구피임약은 건강한 여성에게서 뇌졸중의 위험도를 높이지 않습니다. 반면 흡연을 하고 고혈압, 당뇨병이 있는 경구피임약 복용 여성은 뇌졸중의 위험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혈압이 정상인 35세 이하 흡연 여성의 뇌졸중 위험도는 매우 낮습니다. 만약 고혈압이 있어도 35세 이하의 비흡연 여성이고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없으며 3개월 이내의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추적검사가 가능하다면 저용량 경구피임약을 복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구피임약은 혈압을 높이지만 저용량 경구피임약은 혈압에 대한 영향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은 혈압이 올라가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용량 경구피임약은 건강한 젊은 여성에게 매우 안전하며, 장기간 복용하더라도 심장혈관질환의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습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영진 원장 (산부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