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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간과 함께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췌장에 발생하는 각종 질환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걸리면 죽는 병’이라 알려진 췌장암의 발병률은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남성 9.8명, 여성 8명으로 서구 선진국 수준인 10명 이상에 접근하고 있다(2011년 기준). 잘 알려지지 않아 더 두려운 췌장은 우리 몸에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췌장암이 다른 암에 비해 왜 유독 예후가 좋지 않은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췌장에 대해서

췌장췌장

췌장의 길이는 약 18~28cm로 무게는 80~100g 정도다. 해부학적으로 머리, 몸통, 꼬리로 구분하며 머리 쪽이 큰 올챙이나 생선 모양의 형태를 가진다. ‘췌장(膵臟)’은 ‘취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부드러운 장기’라는 말로 췌장을 잘못 불러 생겼거나 사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술을 많이 먹으면 병에 걸리는 장기라는 의미에서 ‘술취할 취’를 써 ‘취장(醉臟)’이라 오인됐을 수도 있겠다. 실제로도 만성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코올성으로 2/3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외과 의사에게 췌장 수술은 일종의 난공불락(難攻不落) 영역이다. 췌장이 자리 잡은 공간은 우측으로는 십이지장, 좌측은 비장, 위쪽은 위장, 아래쪽은 대장, 뒤쪽은 상장 간막 동맥과 정맥, 대동맥과 대정맥이 지나가고 있다. 이러한 해부학적 위치는 내시경이나 초음파로 정확히 보기가 어려운 위치라 진단 자체도 어려우며, 췌장 수술도 중요한 장기들을 피해 가면서 시행해야 하므로 비교적 고난도 수술에 해당한다.

췌장의 기능은 크게 외분비 기능과 내분비 기능으로 나뉜다. 외분비 기능은 ‘소화 기능’을 말하며 각종 소화액 및 중탄산 이온을 십이지장으로 분비해 음식물의 산도를 중화시켜 십이지장의 점막 손상을 방지하고, 췌장액에 함유된 트립신(trypsin), 리파아제(lipase), 아밀라아제(amylase) 등의 소화 효소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분비 기능은 ‘호르몬 분비 기능’을 말하며 인슐린(insulin), 글루카곤(glucagon),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 등 각종 호르몬을 혈중으로 분비해 혈당을 조절한다.

스티브 잡스도 사망케 한 ‘췌장암이란’?

췌장암은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암 사망률이 높으며 전체 암 중 10번째 발생 빈도를 보인다. 이는 적게 발생하는 것에 비해 사망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보단 남성에게 1.5배 정도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70세 이상 노인에겐 1년에 1000명당 1명의 비율로 발생한다. 또한 육류나 고지방 식사를 하는 사람에게 약 2배 정도 췌장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췌장암 세포의 대부분은 췌장관에 발생하는 선암이며, 노화로 인해 빈번히 발생하는 췌장 상피 내 종양이 췌장암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이 때 종양 유전자가 관여하는데 종양 억제 유전자의 기능 상실이 다른 암에 비해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식욕부진 보이는 ‘췌장암 초기증상’

췌장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식욕 부진이며 병이 진행되면 복통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한 번에 췌장암을 진단하기란 쉽지 않다. 병이 진행될수록 점차 황달, 체중 감소, 당뇨, 구역, 구토,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췌장암은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양한데, 특히 췌장의 머리 부위에 암이 발생하면 총담관을 폐쇄시켜 황달을 잘 일으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교적 암이 초기일 경우에도 황달이 나타나므로 미리 제거할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많아 완치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에 생긴 암은 문맥 혈관 주변의 임파선에 전이되면서 수술적 절제가 힘든 경우가 많다.

노인에게 이유 없이 급성 췌장염이 발생하거나 당뇨병 환자가 갑자기 체중이 줄고, 또 당뇨병이 갑자기 생기거나 복통이나 요통이 나타나면 췌장암을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명치 부위를 눌러 보았을 때 통증이 있거나 복부 갈비뼈 아래 부위에 종괴가 만져질 수 있으며 복막으로 퍼졌으면 복수가 차 배가 불러오기도 한다.

조기 진단이 어려운 ‘췌장암의 진단’

모든 암이 그렇듯 췌장암도 조기에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면 완치율이 높겠지만, 실제로 진단 당시 수술 가능한 환자는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췌장암은 적당한 조기 진단의 선별 검사가 없는 실정으로, 현재로썬 혈청 검사에서 CA19-9종양 표지자 검사를 보거나 초음파 검사로 파악한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는 진단 정확도가 떨어져 췌장암의 증상이 강력히 의심된다면 CT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 또 췌관의 협착이나 폐쇄가 의심된다면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검사(ERCP)나 내시경 초음파를 시행하기도 하며 조직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췌장암의 치료는?

췌장암췌장암

췌장암은 60%가 머리, 30%가 몸통, 나머지 10%가 꼬리 부위에서 발생한다. 췌장암은 주변에 중요한 장기와 혈관이 많고, 직접 침윤하는 경우가 많아 거의 절제를 하지 않는데, 주요 혈관의 침범 정도에 따라 절제 가능성을 판단해 결정한다.

근치적 외과적 절제술이 가능한 경우는 암의 위치와 범위에 따라 다르며, 췌장을 얼마나 절제하는가, 위와 십이지장의 경계 부분을 보존하는가, 암이 주요 혈관까지 침범했을 때 동시 절제할 수 있는가, 임파선 절제는 어디까지 하는가에 따라 수술 방법이 달라진다. 췌장 머리 쪽 암을 제거하는 대표적인 수술법은 췌십이지장 절제술과 유문 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이 있다.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쪽 암은 머리 쪽보다 황달이 드물며, 황달이 나타났다면 간까지 퍼졌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진단 당시 이미 췌장 주위에 암세포가 침범했다면 수술적 절제 가능성은 10~15%에 불과하다. 절제술이 가능한 경우엔 비장을 포함한 원위부 ‘췌장 절제술’을 시행하며,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을 췌장암에도 적용하면서 적은 통증과 함께 빠른 회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췌장암 치료에 대한 연구가 많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고 재발이 잘 돼 현재까지의 5년 생존율은 약 10~20%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항암 치료제의 개발과 내시경 시술의 발달로 췌장암 치료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으므로 희망을 잃어선 안 된다. 단지 주의해야 할 점은 여러 가지 양성 종양을 악성 종양(암)으로 오인해 섣불리 치료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에 췌장암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의해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

<글 =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간담췌외과 배상호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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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윤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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