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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몇 년 전 뉴스에서 엄마의 충치균이 아이들에게 옮길 수 있다는 기사로 육아 커뮤니티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던 사실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정말로 충치균이 아이들에게 전염될 수 있을까요?
정답은 "그렇다"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만성질환의 하나인 충치는 오랫동안 누적된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치는 설탕을 비롯한 탄수화물을 섭취한 뒤 칫솔질이 제대로 안 되었을 때 생깁니다. 그렇다고 밥을 아예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물론 칫솔질을 올바른 방법으로 잘하면 충치를 예방할 수 있으나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답니다.

치아에 충치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크게 치아(host factor), 음식물(diet), 충치균(bacteria) 등 3가지를 들 수 있으며 거기에 충치가 진행되는 시간(time)적 요소가 더해집니다. 이들 요소 중에서 세균학적 요소인 충치 유발균이 사라지면 아무리 설탕을 많이 먹어도 충치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럼 충치를 일으키는 세균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충치를 일으키는 세균은 여러 종류가 있으나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충치균이 바로 S. mutans입니다. 이 S. mutans균은 충치의 초기 발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구강 환경 적응력이 워낙 뛰어나 거의 모든 사람의 입안에 살고 있습니다. 입안 속 S. mutans균을 완전히 제거하는 항생제는 개발돼 있지 않으며 결국 균이 입안에 들어오는 과정을 차단하거나 시기를 늦추는 방법이 현재로써는 최선이라고 합니다.

이유식을 먹는 유아이유식을 먹는 유아

그럼 귀여운 아기에게 S. mutans와 같은 무서운 충치균을 옮겨주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네, 바로 “엄마”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기 입안의 충치균과 엄마, 아빠 등 가족의 충치균을 분자생물학적으로 비교해 봤더니 상당 부분이 아이의 엄마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유전적 요소로 아기가 가진 면역 성분 중에는 자궁 속 태아 때 태반을 통해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이 많아서 엄마와 아기의 입안 미생물 생태계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유전적 요소 외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두 번째 이유로, 엄마가 다른 가족에 비해 아기의 절대적 양육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고 아기와 접촉하는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랍니다. 즉, 아기를 키우는 사람의 충치균이 아기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으로 엄마가 아닌 할머니가 아기를 봐주는 요즘 세대에는 엄마는 물론 양육자인 할머니 스스로 자신의 충치균이 아기에게 옮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1.5~2.5세 사이의 아이에 있어 어머니 또는 양육자가 본인의 구강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아기와 뽀뽀하거나 수저를 함께 사용하는 등 접촉을 조심해야 합니다. 실제, 영국에서 시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엄마가 아이에게 입맞춤할 때(38%), 엄마가 먹던 수저로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14%) 상당한 양의 충치균이 전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유식을 먹는 유아이유식을 먹는 유아

자,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는 우리 귀여운 아가들에게 입으로 음식을 식혀 줘도 안 되고 절대 뽀뽀도 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부모와 아가와의 포옹과 입맞춤은 행복 호르몬인 옥시토닌을 왕성히 분비시키고 아이와의 교감과 정서적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충치균이 무서워 아이와의 소중하고 중요한 시기에 정서적 교감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가혹한 일이 아닐까요? 따라서 저자는 집안에 아기가 태어난 가족은 모든 가족 구성원이 더욱더 구강관리에 신경 쓰고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받아 사랑스러운 아기와 마음껏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임현준 (치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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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준 삼성바른치과의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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