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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 5월 17일 꽃다운 20대 여성이 묻지 마 살인사건으로 강남역에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다. "여자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찔러 죽였다고 진술하고, 화장실에서 누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먼저 들어왔던 남성 6명은 그냥 보내고 여성이 들어오자마자 찔렀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여성혐오’ 말하기 전에 ‘항문기 문제’ 들여다봐야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의 정신의학적 분석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의 정신의학적 분석

김 모 씨는 조현증(정신분열증)으로 몇 차례 입원 및 외래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고 있다가 약도 먹기 싫고 병원에도 가고 싶지 않아서 가출했다. 가출해서 수개월 동안 숨어 지내던 그의 숙소는 다름 아닌 서울 여러 곳의 공중화장실이었다. 하필이면 왜 냄새나는 ‘화장실’에서 잠을 잤을까?

그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가 마지막까지 근무했던 곳도 강남역 인근의 식당에서의 서빙 일이었다. 여러 식당에서 근무했지만 자주 고용거부를 당했는데,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몸에서 역한 냄새가 많이 났다고 한다. 만약 옆에 몸과 옷에서 무척 냄새가 지독한 사람이 있다면 인상을 몹시 찡그리고 냄새나는 곳을 쳐다보게 마련이다.

그가 강남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바로 전에는 신학을 가르치는 기관에 다녔었는데 그곳에서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성인 여자들이었다고 한다. 신앙심으로 모인 사람들인 만큼 일반인들처럼 무조건 배척하진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당 기간 냄새로부터 참고 지냈었던 것 같고 거의 매일, 혐오스러운 눈빛을 그 친구에게 보냈을 것이다.

Idea of Reference이라는 증상이 있다. 관련망상(關聯妄想) 혹은 관계망상이라고 부른다. 주변에서 남들이 욕을 하거나 손가락질을 하거나 눈치를 주는 모습을 보고 자기한테 그러는 것으로 판단하여, 자존심이 크게 상하며 분노하고 복수심이 생긴다.

김 모 씨는 자신을 무시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보복 내지는, 처벌(처단, 처형)에 집착하게 되는데 그 방법은, 모든 사람을 처단하는 것이 아니고, '일벌백계(一罰百戒)'로, 특정한 날 특정한 시간에 운명적으로 나한테 걸려드는 한 사람을 처형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벌백계 식의 처단을 시도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처단을 당하는 수가 있다. 그러므로 자신보다 약한 자를 선택하게 되며 상대방이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람과 인상, 외모, 행태들이 비슷해서라기보다 범행이 가장 용이한 순간에 무작위로 피해자가 선택되게 된다. 그래서 ‘묻지 마’라는 명칭이 붙었을지 모른다. 즉, 특정한 상대보다는 특정한 기회를 노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 사람이 스토커와 다른 점은, 특정한 사람에 집착하지 않았고, 확률적 원칙에 따라 범행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일하던 식당에서 식칼을 훔쳐서 그것을 처형 도구로 사용하기로 한다. 그의 정신상태의 경직성 혹은 단순성은 여기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식칼을 몰래 가져다가 그것으로 범행하고 나서 깨끗이 씻어 다시 식당 부엌에 아무도 모르게 다시 가져다 놓기만 하면 완전범죄가 될 것이라” 믿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CCTV를 본 시민들(특히 같은 식당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제보로, 다음 날 아침에 식당에 출근하려다가 미리 잠복 중인 경찰에 체포된다. 물론 바지 주머니 속에는 깨끗하게 씻어 놓은 식칼이 종이에 싸여 들어있었다.

▶ 프로이드의 발달과정 중 ‘항문기(肛門期)’의 문제, 초자아 발달로 이어져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의 정신의학적 분석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의 정신의학적 분석

항문기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자존심이 매우 세며 많은 것에 인색하다. 특히 용서에도 인색하다. 또한, '이드(id), 에고(ego), 수퍼에고' 중에서도, 처벌적 자아 (自我)라 불리우는 초자아(superego)가 지나치게 발달하여 있다.

초자아가 발달하면 자신에게도 인색하지만, 남에게도 엄해서 용서보다는 처벌을 원한다. 또한, 자학적이기에 자신도 처벌을 즐긴다. 범인은 항문기에 문제가 있었고, 청소년기에 관계망상, 피해망상 등으로 괴로움을 당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자아에 대한 심각한 상처를 받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엄청난 피해자이며 억울한 사람으로 인식하였고, 자신을 무시하고 멸시하던 사람들의 집단 중 한 명을 무작위로 선택하여 처단하려고 했다. 그래서 범행에 대한 부끄러움도 미안함도 없는 것이다. 그만큼 이 사람은 초자아가 발달해 있다.

인간의 본능, 자아, 초자아는 균형 있게 발달해야만 한다. 그 셋 중 한 가지에 편중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세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도 초자아가 무척 발달하여 있던 사람이다. 그리고 어릴 적 마음의 상처가 많았던 꿈 많은 낭만적인 청년이었다. 하지만 멸시와 무시와 억울함이 그를 세기적 처단자(사형집행자)로 만들었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남을 쳐다보면서 심한 면박을 주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길 가다가 시비를 걸었다고 해서 쫓아가서 죽이기도 하는 세상이다. 명동에서 뺨 맞고 한강 다리에 가서 분풀이한다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 조현병과 조울증에서의 범죄의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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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사교성이 부족하고 수줍음이 많으므로 난처한 상황이나 불편한 상황을 만났을 때 합리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가 훨씬 많은 편이다. 이 상태는 또한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하게 된다.

조현병의 주된 ‘심리적 병리’는 관계망상, 피해망상, 조정망상, 및 환청이다. 환청은 주로 누군가가 시키는 소리, 비웃는 소리, 비난하는 소리, 격려하는 소리 등인데 여기에 자기만의 새로운 가짜의 사회를 만들어내어 자기 나름대로 친구와 적을 구분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병리에 따라, 행동으로 옮긴다.

조현병의 ‘심리적 방어’는 상대방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하는 투사(projection)과 합리화 (rationalization) 이다. 저 사람이 잘못한 것이니 어떠한 벌을 받아도 합당하다는 뜻이다.

조울증의 경우도 관계망상과 피해망상이 있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과대망상이 심해서 어떤 특정한 목적(자신의 욕망적 목적)을 성취하는 데에 있어 죄책감이 마비되고, 욕구가 자제심을 압도하게 된다.

물론 기분과 정신상태가 들뜨는 병적인 상태가 약해지면 그동안에 저질렀던 일들에 대해 무척 겁을 내며,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며, 이러한 시기에 갑자기 우울감이 찾아와 다시 우울기의 병적 상태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 시기에 자살률도 높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조현병의 경우에는 거의 정상적인 상태로의 회복이 쉽지 않으므로 조울병과 달리 반성과 후회의 시기가 거의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 글 =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 최성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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