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에이즈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예방책을 일반에 전달하고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유엔(UN)은 매년 12월 1일을 '세계 에이즈의 날(World AIDS Day)'로 지정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에이즈 예방을 위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일었고 그 덕분인지 현재 세계의 에이즈 감염자 수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1985년 이후부터 국내 에이즈 감염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공식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에이즈(HIV 포함) 감염자 수는 2014년 말 누적 기준 총 1만 2,757명에 달한다.
에이즈는 아직 완치 약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는 상대와의 성관계를 가능한 한 피하고 성관계 시 콘돔을 필히 사용하는 등 HIV 감염 경로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남성이라면 포경수술을 하는 것이 HIV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에이즈2007년 3월 28일 개최된 유엔에이즈계획(UNAIDS)과 세계보건기구(WHO)의 합동 전문 회의에서 포경수술이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때 ‘포경수술은 하나의 에이즈 예방책이다.’라는 것이 정식 인정되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되었던 국제 에이즈 회의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도 뒷받침되는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2007년~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도시 외곽 지역에 사는 성욕이 왕성한 연령층 2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포경수술을 한 경우 새로운 HIV 감염자가 76% 줄어들었다고 한다.
2010년 7월에 빈에서 개최된 국제 HIV/AIDS 회의에서도 같은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케냐와 우간다에서 각각 HIV 감염과 포경의 관계를 알아보는 실험을 한 결과, 포경수술을 하면 HIV 감염률이 약 5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다양한 연구에서 포경수술이 HIV 감염 위험을 줄인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포경수술과 HIV 감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음의 2가지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1.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평상시 귀두가 항상 포피에 덮여 있으므로 불결한 상태로 있기 쉽다. 이에 따라 성병 감염률과 바이러스 증식률이 높아진다.
2. 진성포경(발기 시에도 포피가 젖혀지지 않는 상태)은 음경과 귀두부 사이에 HIV가 침입했을 경우 배뇨만으로는 포피 내판에 붙은 HIV를 제거할 수 없다. 이에 따라 HIV와 감염 수용 세포의 접촉 시간이 그만큼 길어지고 감염 위험이 현저히 커질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포경수술이 HIV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포경수술을 했다고 해서 HIV에 절대 감염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포경수술을 했다 하더라도 HIV 등 각종 성병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콘돔 사용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또한, 포경수술을 하려는 분도 '수술을 받으면 성병 감염률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포경수술의 효과를 과신하며 무분별한 성관계를 하는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
<글 = 트루맨남성의원 강남점 조현섭 원장 (비뇨기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