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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분노조절장애분노조절장애

Q. 분노조절장애가 정확히 어떤 질병인가요?

분노조절장애는 화의 빈도와 강도가 통상적인 정도를 넘어 대인관계, 직업적 사회적 기능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정신과적 진단은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의 기준을 따르는데, 분노조절장애라는 진단명은 없지만, 분노와 관련된 진단명으로 ‘간헐적 폭발성 장애’가 있습니다.

이는 공격적 행동과 연관된 다른 질환 즉 성격장애, 조증, 물질사용, 두부(머리)외상 등의 원인이 아니면서 심각한 폭력 행위나 재산 파괴를 초래하는 공격적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건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또한,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니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연관해 심리적 외상(trauma)이 분노에 직접적인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독일의 정신과의사 Micheal Linden이 제안한 ‘외상 후 격분장애’가 있습니다.

이는 정신적 고통 이후 부당함, 모멸감, 좌절감, 무력감 등의 부정적 감정이 나타나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믿음으로 인해 증오와 분노의 감정이 지속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분노조절장애에서의 분노는 타인에게 악의적이고 계획적으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 분노를 표현하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Q. 화가 나면 풀릴 때까지 욕도 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데 '분노조절장애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인간은 다양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데, 이 욕망이 현실의 원칙에 위배 될 때 쉽게 좌절되고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상처를 받으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감정이 바로 ‘분노’입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분노는 스스로 억제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폭발적인 분노는 과도한 긴장 속에서 욕망, 좌절에 의한 분노가 커지거나, 그것을 억압하고 있는 자기 검열의 고삐가 풀릴 때 발생합니다.

또한, 신경 생리학적으로 두부(머리)외상, 물질남용,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음주 시 분노조절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알코올이 평소 감정을 억압하고 제어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기 때문입니다.

실제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대부분 환자가 성장기에 심각한 심리적 외상을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 성장한 이들인데, 심각한 신체적 학대와 방임에 지속해서 노출돼 불안, 우울, 공포, 무기력감과 함께 엄청난 분노가 내면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억압된 분노를 느끼지 못하다가 트라우마 사건 자체나 이와 동반된 심리적 현실과 연관된 일상의 사건을 경험했을 때 분노가 폭발합니다.

극단적인 예로 ‘넌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것이 뭐니? 네가 태어나서 내 인생이 망했어’와 같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부모의 말을 지속해서 들은 아이는 당시에는 부모가 나를 버리거나 어떻게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으로 분노 표현은 못 하지만, 어른이 되어 어떠한 사건들이 이전 경험을 상기시킬 때 트라우마를 겪은 당시의 심리상태로 돌아가 분노가 폭발합니다.

Q. 분노 조절 장애 같은데 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까요?

분노 폭발은 곧 마음의 상처를 의미하며,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에 치료가 집중돼야 합니다. 스스로 노력해 자연 치유된다면 가장 좋지만 어려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분노를 참는 것이 훈련이 중요합니다. 일단 분노가 발생하면 주변 상황이 적대적으로 변해 그 자체가 상처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분노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점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노를 참는 대표적인 방법은 화나는 상황을 미리 파악해 피하고, 화나기 전에 심호흡하거나, 숫자를 헤아리고, 악력기 같은 손 운동기구로 운동하거나 하는 등의 주위 전환법이 도움됩니다. 두 번째로는 인지행동치료 기법으로 화가 났던 상황을 기억해 그 상황과 감정 사이를 잇는 부정적 사고를 도출, 의식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혼자 하기에는 쉽지 않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심각한 마음의 상처는 스스로 치유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체로 그 상처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뿐더러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음의 상처를 바라볼 준비가 되어있고, 그것을 감당할 수 있고 변화를 끌어낼 통찰의 힘이 있다면, 무의식 속에 있는 상처를 떠올리게 하는 최면치료가 도움되기도 합니다. 치료자가 보조적 자아의 기능을 하면서 환자의 건강한 방어기제를 강화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지적 정신치료도 도움이 됩니다.

<글 = 청주의료원 박종영 과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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