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호텔 로비. 자동문이 열리고 남부럽지 않은 외모에 섹시한 화장을 하고 매끈한 다리를 돋보여줄 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가 당당하게 걸어옵니다. 하이힐의 굽소리가 로비 전체에 울리면서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습니다. 선글라스를 벗으며 반가운 지인에게 손을 번쩍 들어 인사를 하는데, 흰 셔츠의 겨드랑이 부위가 흥건히 젖어있습니다.
#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며 깔끔한 외모에 흰색 와이셔츠와 어울리는 센스있는 넥타이를 매치시키고 반짝거리는 구두까지 갖춰 입은 남성이 서류가방을 들고 당당히 들어옵니다. 하지만 갑자기 엘리베이터 안 사람들은 호흡을 멈추고 천장을 쳐다보며, 문이 열릴 때 마다 재빠르게 숨을 뿜어내고 들이마십니다.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심한 겨드랑이 냄새 때문입니다.
오늘은 겨드랑이의 땀과 냄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선글라스를낀여자가양팔을옆으로벌리고있다동의보감의 한인습열조(汗因濕熱條)에서는 “심장(心臟)은 군화(君火)이고, 소화기인 비위(脾胃)는 토(土)에 속하므로 습(濕)과 열(熱)이 서로 부딪쳐 땀이 생긴다는 것이 명백하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쉽게 말해 ‘습’이란 것은 몸 안에 있는 물기를 의미하므로, ‘습’과 ‘열’이 서로 부딪치면 마치 땅의 증기가 구름, 비, 안개, 이슬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땀이 흐른다는 것입니다.
뚱뚱한 사람들이 여름에 더 맥을 못 추고 땀을 많이 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의학에서는 뚱뚱한 사람들이 ‘비인다습(肥人多濕)하다’해 몸에 습이 많기 때문에 더운 날씨에 의해 몸에 열기가 더해지면 마치 여름철의 습기가 더위와 합해져 비가 잦고 날씨가 후텁지근하듯이 몸이 덥고 땀이 많이 흐르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액취증 치료는 생활습관을 변화시키거나 외과적인 시술을 통해 개선하지만 우리 조상들은어떻게 치료했을까요. 동의보감 호유조(胡荽條)에 보면 ‘고수(향신료)의 성질은 따뜻하고 혹은 평(平)한데, 맛은 매우며 독이 약간 있습니다. 곡식을 소화시키고 소장기(小腸氣)로 배가 당기고 아플 때와 심규(心窺)를 통하게 합니다. 단지 오랫동안 먹으면 정신을 상(傷)하게 해 잘 기억이 나지 않거나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나게 된다’라고 경고하는 것으로 보아, 당시에도 습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 외에 특정한 음식이 겨드랑이 냄새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새벽 3~5시 사이에 깨끗한 돼지살코기 두 점과 아주 독한 설사약 중 하나인 감수(甘遂)가루 40g을 묻혀 겨드랑이에 끼고 날이 밝을 때까지 있다가 감초 40g을 다려먹으면 한참 후 더러운 물을 배설하며, 3~5번 반복하면 곧 낫는다고 나와있습니다. 독한 약을 피부를 통해 흡수시켜 소변으로 배설하게 하는 조상들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도움말 = 제인한방병원 김길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