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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과 우울증

“가슴에 뜨거운 불덩이 같은 열이 뻗치면서 올라와요”,

“자꾸만 화가 나서 조절이 안 되요”

여성들 중에는 이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섭섭하게 했던 일들이 자꾸 떠올라서 그 사람과 같이 생활하기 어려웠던 적도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중년 여성이라면 가슴에 열이 올라왔다 내려갔다 해서 ‘혹시 갱년기 장애인가’ 하고 의심해 본 적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굳이 병원을 가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화병(火病)을 의심하게 된다. 화병은 주로 여성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상사에게 시달리는 직장인이나 사업에 실패한 남성들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화병, 대한민국 주부들의 고질병인가?

중년여성들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했을 때 간혹 “저는 화병이니까 어차피 효과가 없을 거에요.”라며 마치 자신의 병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진료에 임하는 경우들이 있다.

화병은 한국 특유의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문화에서 기인하는 일종의 정신의학적 증후군을 말한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도 ‘화병(hwa-byung)`이 우리말 그대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문화에서 발생되는 특별한 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서 우울증의 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우울증 치료를 통해 회복이 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인에게만 있는 화병. 화병의 근원지는 시쳇말로 ‘시월드’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적어도 시집 문제에 있어서는 ‘참기의 달인’들이다. 남편이나 시집 식구들에게 섭섭한 것이 있어도 말을 꺼내서 싸움을 일으키기보다는 내가 그냥 참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때론 여성 스스로 `나는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다`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경우도 있다. 그래야지만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말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 본인은 잘 참고 있다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그렇지 못 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서양 사람들처럼 `기분이 우울해요`나 `너무 불안해요` 등의 증상을 느끼지는 않지만 ▲속에 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느낌을 받거나, ▲큰 돌덩이가 가슴 위에 올라가 있는 것 같은 느낌, ▲커다란 덩어리가 목 안에 들어가 있어서 내려가지도 올라오지도 않는 것 같은 느낌들 때문에 힘들어 한다. 이런 상태를 의학적으로 화병이라고 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입에 자물쇠 물리는 사회

예전과 비교해 여성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못한 사회가 우리 사회이다.

명절에 차례 준비며, 시집 식구들과의 갈등이며 힘이 들고 속상한 일이 많아도, 누군가에게 ‘내가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서 힘이 들고 속상했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며느리라면 누구나 다 겪는 일이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이야기를 굳이 꺼내서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다고들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마음 속에 응어리져 있던 말을 어렵게 꺼내면 “어떻게 해 줄 수도 없는 일을 굳이 이야기해서 어쩌라는 것이냐”며 타박을 듣기 일쑤다. 이렇게 되면 도리어 말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힘든 일들을 참아보려고 노력하지만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 속에서는 부글부글 화가 끓는 것이다.

화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은 몸이 먼저 알고 못살겠다며 아우성을 치게 된다. 이것은 곧 자신이 내면에 힘든 뭔가를 누군가는 알아주어서 나도 살 수 있게 만들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렇게 몸이 지르는 소리는 곧, 속에서 열이 오르거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 뭔가가 걸려서 내려가지 않는 느낌들로 나타난다. 화병이 생긴 것이다. 몸이 아프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조금 쉬는 것이 낫겠다는 말을 해 주기도 하고, 마음이 힘들다고 할 때는 관심도 없던 사람들도(이를테면 남편 등) “너 참 힘들었나보다”며 알아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표현의 자유가 당연시되는 요즘 시대에도 내면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보다는 화병의 증상들로 표현하는 것에 더 익숙한 사회가 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화병을 키워온 셈이다.

화병과 우울증

너무 화가 나고 속이 상할 때 잠깐 화병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생활에 방해를 일으키기 시작한다면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으로까지 진행이 된 것은 아닌지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황이 좋아지고 나서도 화병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화병 증상 때문에 늘 해 오던 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한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

이렇게 우울증으로까지 발전된 경우에는 전문가와의 상담 이후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우울증의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면담 치료로 이루어진다. 약물 치료는 일반 우울증과 유사하게 이루어진다. 증상을 조절하는 급성기 치료와 재발을 막는 유지 치료까지 잘 이루어진다면 완치도 가능하다. 면담 치료는 표현되지 못한 화를 풀어내는 과정과 앞으로 화가 나게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나만의 방법을 찾고 연습하는 과정들이 동반되기도 한다.

화병과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이렇게 해 주세요

1.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

아무에게나 마구 화를 내는 것도 문제이지만, 감정 표현을 전혀 하지 않는 것도 정신건강을 위하는 방법이 아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땐 가급적 주어가 ‘너’가 아니라 ‘나’가 되는 I-메시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즉, “어떻게 너는 이렇게 할 수 있니?”처럼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이렇게 해서 내가 좀 섭섭했어”라고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 화법은 생각보다 효과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의외로 상대방은 자신이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몰라서 반복적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경우도 있다.

2.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할 것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나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면, 단순히 그 사람을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시어머니와의 만남이 어렵고, 스트레스 투성이라고 해서 아예 인연을 끊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나만의 취미 생활이나 휴식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순간적으로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땐 복식 호흡이나 명상 등을 사용하여 당장의 화를 가라앉힐 수도 있다.

3. 심한 화병이나 우울증에 걸렸다면 전문가와 상의!

화병 증상이 오래 가거나 증상이 심해 내 생활에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거나, 각 시군구에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 혹은 정신보건센터를 방문한다면 치료가 필요한 지 확인해 줄 것이다.

작성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편집
HIDOC
마지막 수정일
2013.9.12
Smart tag : 우울병

뉴스 작성자

hidoc 사진

hidoc 하이닥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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