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식 나이로 스무 살, 법적 나이로 열여덟 살 되는 학생입니다.
세상엔 부지중 죄를 범할 요인들이 너무 많다는 막연한 생각 아래 꽤 힘든 삶을 지내고 있습니다. 반년간 비슷한 증세를 겪으면서 여러 죄에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만 가장 강하고 연면한 것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누군가를 추행하거나 추행했다는 오해를 받을 것을 두려워하여 항시 주먹을 쥐거나 팔짱을 끼고 지내고 여자의 앞이나 뒤에 서기를 불안해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옛날엔 주변을 뛰거나 돌다 들어오곤 했는데 근자엔 집 밖에 있는 동안에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아서 그런 재미도 포기했습니다. 제가 생각해 둔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루틴(손에 짐을 들거나 주먹을 꼭 쥐고 있으며, 전후좌우엔 여자가 없음)에서 조금이라도 탈각되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고, 그 위기 상황을 벗어나면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하며 그때 내 손은 어디 있었는지, 진짜 남의 몸을 더듬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만약에 누가 경찰이나 피해자를 자처하며 찾아와 해명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말하여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지를 자문하며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한 상황을 잊을 때쯤 되면 또 다른 상황이 생겨나기 때문에 근 반년 중에는 단 하루도 그런 생각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적은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전과자들, 특히 성범죄 전과자들은 사회적으로 강한 질시를 받고 있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도 성에 관련된 법적 문제를 빚은 다음에 재기한 인물이 없습니다. 저는 십팔 세의 미성년자이고 앞으로 살 날이 길며 제 삶에 제약을 가하는 여하한 행동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순히 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되는 문제인데, 왠지 정신을 꼭 붙들고 있지 않으면 목표를 지키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지배되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지만 그 중 범죄자는 많지 않음을 볼 때 제 생각이 그리 타당하지 못한 생각임은 물론 알고 있지만, 타당하지 못한 생각이래서 쉽게 지워질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병이겠지요? 치료를 받으면 바로 끝나는 영역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