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쯤 우울증이 발병했습니다. 중 2 때는 친구들,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중 3이 되어서는 매 순간 자살 충동이 들었습니다. 창문만 보면 뛰어내리고 싶고 날카로운 것만 보면 절 찌르고 싶었어요. 그런 고통 속에서 1년을 지내야 했어요. 죄책감이 들어서 자살을 할 수도 없었어요. 그 분노와 억울함과 답답함을 제 팔에 자해로 풀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이 순간 살아있는게 믿기지가 않아요...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서 저만의 세상에서 갇혀 살았습니다. 제 세계가 점점 현실성을 잃어갔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중 어느 날 제가 생각이 너무 빨라 제 머리가 슈퍼컴퓨터가 되었다는 착각에 빠졌어요.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해서 가족들이 전부 불안해하고 끔찍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바로 다음 날 아침 부모님이 저를 정신과에 데려가셨습니다. 그게 살면서 처음으로 정신과에 가본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단체로 모략을 해서 저를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이 저를 대학병원에 데려가셨는데 응급실에 들어간 순간 저는 병원에서 끔찍한 고문을 받다가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도망치려 했다가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이 저를 힘으로 제압해서 주사를 맞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 뒤로 2개월이 흐르는 동안 폐쇄병동에서 클로자핀을 투여받고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는 생각과 제가 슈퍼컴퓨터가 되었다는 생각이 점차 사라졌습니다.
퇴원하고 한동안 학교로 바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본능적인 두려움이 들어서 집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어느 정도가 지나서 학교로 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 2, 3학년 동안 저는 학교에서 8교시 내내 잠만 자는 학생이었습니다. 공부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태였고 친구도 한명 없었습니다. 그 뒤로 삼수할 동안에는 정신이 꽤 돌아와서 공부를 할 수 있었는지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제 시간은 중학교 2학년에서 멈춰있습니다. 자살 생각은 들지 않지만 감정적으로 심적으로 항상 힘듭니다. 늘 제가 겪는 모든 일에 대한 자책감과 죄책감 속에서 삽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는게 너무 힘들어요. 저는 정동성 조현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머리가 어릴 때처럼 명석하게 굴러가지 않고 친구를 사귀면 오래 가지 못합니다. 항상 제가 바보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것도 안 느껴지고 무감각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매일이 힘들고 괴로운 일들의 투성이입니다... 제가 인지하는 가장 큰 문제는 말이나 글의 앞뒤 맥락, 그 속에 감춰진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람들 말에 공감을 못하게 만듭니다. 표면적으로만 공감을 하게 됩니다. 깊은 교감을 못하겠어요. 제 인생도 보람찬 의미를 잃었습니다. 이런 의미 없고 즐거움도 행복도 없는 삶을 견디는게 너무 힘듭니다.
제가 왜 이런 글을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위로를 받고 싶기도 하고 조언을 받고 싶기도 하네요. 그냥 어떤 희망을 느끼고 싶어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종합적인 의견과 처방을 듣고 싶습니다.
*처방전 첨부합니다
추가적인 문제)
1. 스틸녹스에 중독된 것 같아요.
스틸녹스를 꾸준히 처방받아 거의 8년째 복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 처방받으면 안되는 약물인걸 아는데도 끊을 수가 없습니다. 수면제로 먹는게 아니라 낮에 기분이 안 좋을 때 먹습니다. 먹으면 기분이 좀 좋아지거든요. 먹으면 졸리지는 않고 그냥 기분이 흐물흐물 풀리고 붕 뜬 상태로 굉장히 유쾌하거나 즐거워집니다. 힘든 건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하다가 한 복용하고 나서 쿨타임이 6시간 뒤 도는 걸 아니까 하루 3알씩 복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시 처방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약이 부족해서 약이 없는 날들을 지내는 동안은 의지할 데가 없어서 너무 힘이 듭니다. 상담 선생님께도 말했고 처방 못받을까봐 의사 선생님께는 말 못하고 있습니다. 이걸 끊을 의지가 도무지 나질 않습니다...
2. 폭식하고나서 토를 합니다.
살이 찌는게 너무 싫어서 뭔가를 먹고나면 일부러 손을 넣어서 위액이 나올 때까지, 위가 다 비어졌다고 생각할 때까지 토를 합니다. 이것도 재수할 때부터 시작해서 거의 8년째예요. 나중에는 나이들어서 위장병으로 고생할까봐 무섭습니다. 더 무서운건 뭔가 먹고 싶다는 충동이 들면 자제하지 않고 '토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실컷 먹는다는 거예요. 제가 삶에서 위안을 얻는게 스틸녹스랑 음식 뿐인 것 같아요. 이런 강박적이고 중독적인 삶이 너무 싫으면서도 그 즐거움에 흠취해서 즐기고 있습니다...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제가 너무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