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만 35세, 직업은 공무원 휴직 중입니다.
증상발현시기 : 최초는 15년 전, 심해진 건 최근 6개월.)
건강염려, 질병불안장애, 질병공포증이 심합니다.
뭐 질병 이름, 증상들 들으면 괜히 나한테도 그 증상이
생기는 것같아서 무서워합니다.
이 게 비이성적이고, 허황된 공포라는 걸 스스로 알지만,
안고쳐집니다. 미치겠습니다. 피부병 증상 보면 내 피부
도 그렇게 되는 것 같고, 정신병 걸린 사람이나 증상을
들으면 저도 정신병 걸리는 것 같고 막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며칠 전 자려고 하는데, 잠 드려고 하면
턱이 경련처럼 딱 하고 닫히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잠이 깨고를 반복했습니다.
illness anxiety disorder, nosophobia 중증환자라고
스스로를 여기는데, 그 동안 수많은 고통의 세월 속,
인터넷에 증상 검색하는 게 결국 병을 더 키운다는 걸
깨닫고 있던 저는, 이 증상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혼자
무던하게 못넘길 바에야 차라리 전문의를 찾아서
물어보자라고 마음 먹고 난생 처음 신경과를 찾았습니다.
어디가 불편하냐고 물어보시길래, 며칠 전 자려고
하는데 턱이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하면서 증상 이야기
하고, 이 게 제가 원래 건강염려가 심해서, 걍 무시하고
넘어가도 되는지 치료 받아야 하는 지 치료가 가능은
한 지 궁금해서 왔다고 했습니다.
건강염려가 심한 저라서 병원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데,
그 과정에서 배운 건, 생각보다 현대의학으로 병원에서
못고치는 병이 많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증상을
가지고 여러 병원에 가면 의사선생님들마다 다른 이야기
하시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모든 증상이 다 의학적으로
규명되고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었어서 저런
질문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건강염려를 넘어서 질병불안장애, 질병공포증까지 왔네요...
암튼 이 의사샘은 제 말을 듣더니, 계속 뭔가 타이핑을
하시면서 매우 빠르게 이 것 저 것을 물어보셨습니다.
뭐 그 증상 느낀지 얼마나 됐냐? 다른 부위에는 없냐?
원래는 잠은 잘자냐? 술은 마시냐? 터널처럼 어두운 데
있다가 밖에 나오면 어떠냐 등등 뭐 엄청 많았습니다.
그리고는 피검사를 하고, 몇가지 설문조사를 할거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병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질병 증상 들으면, 나도 그 거 생길까봐, 생기는 것 같아서 매우 무서워하는 저로서는 그 설명 듣는 게 괴로웠습니다.
나와서 피 뽑고, 설문조사 하는데, 설문조사 내용도 다
저 병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증상 나열하고, 넌 어때?
하고 물어보는 내용이라 읽는 자체가 괴롭고 무서웠습니다.
그러고나서, 피검사 결과는 추후 전화로 통보하신다고
하고, 약을 처방해주셨습니다. 처방전 속 약을 검색해보니, 도파민 어쩌고저쩌고 하는 파킨슨병 약이랑 우울증 약이
었습니다.
안먹기로 하고, 처방전은 걍 버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의사샘한테 들은 그 하지불안 머시기 증상이 나한테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계속 집중하다보니 뭔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자꾸 생깁니다.
이런 거 익숙합니다. 전혀 문제 없이 살다가도 무슨 특정
증상 듣고, 거기 집중하면 괜히 나도 생기는 것 같은 느낌. 역시나 이번에도 그럽니다. 살아있는 사람 다리인데, 계속 신경 쓰는데 계속 아무 느낌이 없을 수가 있나? 뭔가
감각이나 느낌이 조금씩 지나갑니다.
없던 노이로제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걍 무시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원래 전혀 없던 병인데,
이렇게 또 하나 공포가 늘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 저밖에 없나요?? 미치겠습니다 진짜.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몇 개월 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적이 있는데,
바쁘셔서 그런 지 별 말씀은 안해주셨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