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에게는 두가지 증상이 겹쳐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첫째는 야경증이지요. 밤에 자다가 '헛것을 본 것 같이 벌벌 떨고' '한 10분쯤 그러다가' '아침에는 기억이 없고' - 이런 증상들을 종합해 보면, 이것은 다름아닌 야경증입니다.
사실 이것은 교통사고와는 별 관련이 없지요. 물론 전에 그렇지 않던 아이에게서 유발을 시킬 수는 있지만 이것은 자라면서 정상적으로 이 나이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특별히 교통사고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 혹시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별 치료를 요하지 않는 비교적 가벼운 문제입니다. 물론 부모들이 생각하기에는 마치 아이에게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 같이 걱정할 만큼 야단스럽기는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심각한 증상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에게서 교통사고 후유증은 전혀 없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밤에 자다가 '차에 치는 악몽을 꾼다' '유치원에서 돌아와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 '차를 타면 불안해하고, '경적에 깜짝깜짝 놀란다'는 증상은 바로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 후에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나타나는 후유증 증상입니다. 이것을 손상(사고)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 PTSD)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예를 들면 붕괴 사고, 가스 폭발 사고, 비행기 추락 사고와 같은 엄청난 사고를 겪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납니다. 자주 악몽을 꾸고, 비슷한 상황에서 소스라치게 놀라고, 비슷한 장소나 상황을 피하는 등의 행동을 보게 됩니다. 앞에서 예를 든 사고 외에도 어린아이가 유괴를 당했었다든지, 심하게 싸우거나 폭력을 경험했다든지, 자연 재해(홍수, 화재, 테풍 등)를 겪었다든지, 성폭행을 당했다든지, 심하게 다쳐서 수술을 했다든지 하는 커다란 심적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증상들이지요.
따라서 이 아이는 아주 심하지는 않지만 교통사고에 의한 후유증을 보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