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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라이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뇌 손상을 MRI로 예측하는 방법이 확인됐다.

서울아산병원 전상범(신경과), 김원영·손창환(응급의학과) 교수팀은 일산화탄소를 흡입한 급성기 환자들의 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결과 패턴을 분석해 지연성 뇌 손상을 예측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급성기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시행한 MRI 연구는 아직 없었다.

산소마스크를 쓴 환자산소마스크를 쓴 환자

가스 누출과 화재 등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은 신속하게 응급 치료를 받으면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응급처치 후 퇴원하더라도 몇 주 이내에 뒤늦게 뇌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연성 뇌 손상은 일산화탄소 중독에서 회복된 환자의 20~40% 정도에서 발생하며 회복된 후 몇 주 이내에 의식 장애, 인지 장애, 파킨슨병, 보행 장애, 대소변 조절 장애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 응급처치 후 회복되더라도 몇 주 뒤에 후유장해가 계속 남거나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연성 뇌 손상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들의 조기 치료를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사망률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2011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급성기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 후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없는 채로 퇴원한 환자 387명의 뇌 MRI를 분석했다.

신경학적 증상이 없었음에도 MRI에서 급성 이상 패턴이 관찰된 환자는 104명(27%)이었으며, 이 중 퇴원 시 없었던 지연성 뇌 손상 증상이 퇴원 후 새롭게 발생한 환자가 76명(73.1%)으로 확인됐다. 반면, MRI에서 급성 이상 패턴이 없었던 환자 283명 중 퇴원 후 지연성 뇌 손상 증상이 새롭게 발생한 환자는 25명(8.8%)뿐이었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응급처치 후 특별한 신경학적 증상이 없더라도 MRI에서 급성 이상 패턴이 보인다면 추후 지연성 뇌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73%라는 점을 예상하고, 적극적으로 조기 치료를 적용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연구팀은 지연성 뇌 손상이 발생한 환자의 뇌 MRI 결과를 창백핵 병변, 미만성 병변, 국소 병변 등 세 가지 패턴으로 분류했다. 이 중 국소 병변을 다시 초점형 병변, 패취형 병변, 영역형 병변으로 세분화했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의 뇌 MRI 결과를 보면 신경 소실 부위가 하얗게 표시되어 구분이 가능하다. 창백핵 병변은 대뇌 깊은 곳에 비교적 큰 신경 세포가 모여 있는 부위에 발생하며, 미만성 병변은 널리 퍼져 대칭적으로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 국소 병변은 병변이 뇌의 다양한 부위에 비대칭적으로 발생하며 크기와 분포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연구팀이 급성기 뇌 MRI 이상 소견으로 지연성 뇌 손상을 예측한 결과, 민감도 75%, 특이도 90%로 우수하게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전상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급성기 뇌 병변을 관찰해 추후 새로운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할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인 의미가 있다”며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의 치료는 단순 응급처치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지연성 뇌 손상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을 치료하고 지연성 뇌 손상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챔버’라는 특수한 의료장비를 이용해 혈중 산소 농도를 높여 일산화탄소를 해독시키는 고압산소치료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손창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뇌 MRI와 뇌 병변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혈액 바이오마커, 고압산소치료법 등을 연계해 지연성 뇌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치료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JAMA Neur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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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선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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