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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자살자의 대다수는 죽음에 이르기 전 주변에 자살을 암시하지만, 주변인의 대부분은 이러한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충남도와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는 2012년 충남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의 사망자가 삶을 놓은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규명한 '심리사회적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사회적 부검이란 자살자의 유가족을 비롯한 지인, 담당 수사관 등을 심층 인터뷰하고, 고인의 유서와 일기 등 개인적 기록과 병원 진료기록 등을 분석해 자살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방법이며, 이러한 발표는 전국 지자체 중 충청남도가 처음 실시했다.

차트를 보고 있는 남성차트를 보고 있는 남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살자 대부분은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 또는 ‘남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고, 주변인과 단절되는 과정에서 깊이 좌절하며 고통스러워했으며, 이 과정에서 보건의료기관 등 다양한 곳에 도움을 구했지만, 기존 사회적 지원체계로는 자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 관찰됐다.

자살 사망자 대부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1주일 전쯤 가족 등에게 자살을 암시했지만, 주변인 상당수는 이를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자 52%는 고마움, 부탁 등 평소 안 하던 말을 하고, 굶거나 포식을 하며, 폭력 행사, 부모 묘소 참배, 통장 정리 및 양도, 농약창고 배회, 평소 다니던 곳에 안 가고 거동 불편에도 외출을 시도하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의 행동을 보였다.

또 40%는 ‘먼저 가고 싶다’는 등 죽음이나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했으며, 24%는 의존하던 가족과 떨어지게 된 점을 힘들어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자살자들의 이 같은 행동이 “죽음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도 있겠지만, 마지막 도움 요청의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살자의 가족 등 주변인 76%는 자살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자살자 7명의 경우는 이전에 자살을 시도했거나 직접적으로 자살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이 이를 알지 못했다.

사망 장소는 대부분 자택(84%)이거나 자택 근처 야외(12%), 직장(4%)이고, 최초 시신 발견자는 가족(76%), 지역 주민(16%), 친구(8%) 등으로, 자살자들은 자신의 죽음을 숨기려 하기보다는 지인들에 의해 쉽게 발견되기를 소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살 사건 담당 경찰관과 보건진료소 소장 및 직원, 건강증진센터 관계자 등 전문가들은 ‘자살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박탈감·좌절감, 만성질환, 의료·문화시설·문제 해결 지원 등 자원 부족과 활력 부족, 부모와 자녀 사이 괴리, 고령 노인 소외, 정서적 특징, 술 문화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충남지역의 자살률이 높은 원인 중 하나로 자존심이 강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해 어려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며, 가부정적인 성향이 원활한 소통을 저해하고 필요한 도움 제공 기회를 차단하는 등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문화’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

사회, 환경적 특징 등 지역적 특성을 제외한 죽음에 대한 심리는 전국적 현상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자살 예방 대책으로 교육, 찾아가는 서비스 강화, 가족문제 해결 및 가족관계 개선을 위한 개입, 요양원 이용에 대한 인식 전환 및 서비스 질 관리, 마을 공동체 강화, 여가 프로그램 활성화 등을 제시했으며 충청남도 관계자는 “이번 심리사회적 부검은 충남의 자살 현상을 보다 세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통한 체계적 자살 예방대책 수립, 유가족에 대한 지원 서비스 제공, 사후 관리체계 마련 등을 위해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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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의학전문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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