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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혈전증은 어떻게 생기나

혈전(thrombus)이란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서 생긴 핏덩어리를 말하며 혈전증(thrombosis)이란 혈전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혈전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건은 혈관, 혈소판, 혈액응고인자, 섬유용해계의 4가지로 구성되며 이들 4개의 인자 사이에서 균형이 깨어지면 혈전이 발생한다. 특히 이 4가지 요소 중에서 혈전의 주성분은 혈소판과 섬유소이다. 그리고 혈전증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느린 혈류속도, 응고 과다, 혈관 손상의 3가지 경우가 단독으로 또는 여러 인자가 합쳐져서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체내에서 응고물질이 활성화되고 이를 억제하는 섬유용해계의 균형이 깨지면 과응고 상태가 유발되는데 이때 혈전증이 생긴다. 과응고 유발은 선천적으로 생길 수도 있고 임신이나 경구 피임제를 복용한다든지 두경부암, 췌장암, 폐암, 유방암 같은 악성종양이 있는 경우 후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혈관 내부혈관 내부

혈전증 대표 질환

혈전증의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폐동맥 색전증), 뇌졸중, 심근경색 등이 있는데 각각에 대해 살펴보면 우선 심부정맥혈전증이 대표적인데 이 질환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은 수술, 나이, 비만, 암의 유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동반 질환의 유무이다.

골절의 경우 골반골절은 61%, 하지 골절은 80%, 척추손상의 경우는 62%의 혈전의 위험성이 있고, 폐색전증의 경우는 호흡곤란, 흉통, 실신의 증상을 보이면서 빈맥, 청색증, 실신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심각한 환경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는 심장 질환으로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생기는 ‘심장탓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세먼지는 부정맥,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혈전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잘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대의학에 있어 혈전에 의한 최고의 문제는 심뇌혈관질환 이환 및 이로 인한 사망이라 할 수 있다. 혈전은 현대의학이 제압해야 할 최대의 난적 중의 하나인데,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져 만들어진 이 조그마한 핏덩이는 그 자체로 혈류를 저해하는 동시에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혈관을 막아 색전증을 일으키고 결국은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해 심각한 장애와 사망을 유발한다.

건강 위협하는 혈전, 위험성 인식필요

최근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이 급증하면서 죽상동맥경화증이 잦고 취약성 경화반에 의해 혈전, 색전증의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항혈전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또한 말초동맥질환,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 정맥혈전색전증 등도 혈전을 통해 급성 심뇌혈관 질환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은 고령으로 갈수록 유병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데 이들 환자의 경우 뇌졸중 위험이 일반인의 5배에 달한다. 따라서 고령화 시대에 우리나라 역시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하겠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질환이라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의 질환보다 관심이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이며, 따라서 관심도가 낮다 보니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가 어려웠고 이로 인한 위험성은 더욱 증가하는 악순환을 밟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각각의 대표적인 혈전으로 인한 질환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우선 심부정맥 혈전색전증이나 폐색전증은 D-dimer 농도 측정으로 간단하고 빠르게 검사할 수 있고 추가로 Duplex 정맥초음파, CT, MRI 등이 진단에 사용된다.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은 심전도, 혈액검사, 운동부하검사, 심근관류 스캔, 심초음파 검사, 관상동맥조영술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뇌혈관 질환의 대표적인 진단은 뇌혈관조영술이나 CT, MR 등이 있다.

혈전증, 치료는 어떻게?

혈전증을 치료하는 치료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면,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가 대표적인 치료법이라 하겠다. 최근 신기술로 무장한 신약들이 대거 개발됨에 따라 혈전과의 전투에 보다 다양한 전략과 전술의 수행이 가능해졌다. 가장 뜨거운 경쟁을 펼치는 곳 중의 하나는 급성 관동맥증후군 환자의 항혈전 치료 분야이다. 아스피린에 이어 클로피도그렐 요법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던 이 분야에 P2Y12 수용체 억제제 계열의 새로운 항혈소판제들이 가세하면서 새로운 선택을 제공하고 있다. 클로피도그렐, 프라수그렐, 티카그렐러로 대변되는 이 약제들은 신·구는 물론 신·신약 간에도 약효 경쟁을 펼치면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연구상으로는 신·구 대결에서 새로운 항혈소판제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티카그렐러는 PLATO 연구를 통해, 프라수그렐은 TRITON-TIMI 38 연구에서 클로피도그렐 대비 유의한 심혈관질환 감소 효과를 보고했다.

뇌혈관치료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항응고 치료 역시 신·구에 이어 신·신약 간의 경쟁이 항혈전 치료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경구 항응고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던 비타민K 길항제 요법이 직접 트롬빈 억제제나 직접 Factor Xa 억제제로 대변되는 신규 항응고제에 길을 내주고 있다. 와파린은 여전히 판막성, 비판막성을 포괄하는 심방세동 환자의 주된 항응고 요법이다. 하지만, 와파린 치료 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규 항응고제들이 와파린보다 우수한 결과를 내놓으면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분야에서 리바록사반, 다비가트란, 아픽사반으로 대변되는 신규 경구 항응고제(NOAC) 들이 와파린을 대체하는 새로운 항혈전 치료의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NOAC 들이 아직은 짧은 임상경험으로 인해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받고 있으며 상당 부분 와파린에 이은 2차 선택으로 적용되고 있다. NOAC의 1차 선택을 위해서는 비용효과와 더불어 출혈 위험에 기인하는 안정성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혈전 예방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관리부터’

마지막으로 혈전 예방을 위한 방법에 대해 살펴보면, 고령화와 함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으로 대표되는 위험요소의 증가가 혈전증의 주요 위험 요인이므로 이에 대한 예방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연구에 의하면 30세 이상의 성인에서 3~4명 중 1명은 고혈압, 10명 중 1명은 당뇨병, 7명 중 1명은 이상지질혈증 환자로 나타나고 있다. 비만은 19세 이상 성인에서 3명 중 1명꼴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고혈압 유병률은 감소했지만, 이 외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비만은 지속해서 증가추세를 보인다. 혈압의 경우 수축기, 이완기 각각 20, 10mmHg가 증가하면 뇌졸중의 위험도가 2배 이상, 당뇨병에서 당화혈색소가 1% 증가할 때마다 사망 위험도가 12%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지질혈증은 뇌졸중 고위험군 또는 비심인성 뇌졸중 환자에서 콜레스테롤 강하를 통해 허혈성 뇌졸중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 비만이 혈당, 혈압, 지질 수치를 높이고 나아가 심뇌혈관 위험도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뇌동맥경화증 → 뇌졸중 → 혈관성 인지장애 연결고리를 차단해야 혈관성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치매예방의 위험관리 대상으로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음주, 체중, 식이 등이 있으며 고혈압 치료는 최고 등급의 치매예방에 권고 되었다. 상당수 경우 혈관성 인지장애 위험지표들이 뇌졸중의 위험인자와 일치 하는데 심방세동,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외에도 경동맥내막중막두께(CIMT), 동맥경직 등이 혈관노화의 지표인 동시에 치매 위험을 나타내는 또다른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결론적으로 뇌졸중과 심혈관 질환의 전통적인 위험인자의 진단과 조절을 통해 혈관성 인지장애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글 = 경희의료원 교육협력 중앙병원 심장내과 심재광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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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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