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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요즘 40~50대 남성을 일컬어 ‘꽃중년’이라고 한다. 경제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젊은 사람 못지않게 미용과 패션에 신경 쓰는 멋쟁이 중년 남성을 지칭하는 단어로, 능력뿐 아니라 외모와 신체 또한 사회 경쟁력이라 여겨 이를 갖추려는 남성이 늘고 있는 사회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예전 같았으면 “긴 바지로 가리면 그만이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울퉁불퉁 튀어나온 종아리 혈관을 치료하고자 병원을 찾는 남성이 많아졌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2009년 약 4만2천 명이던 남성 환자 수가 2013년 약 5만 명으로 19%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걷고 있는 남성걷고 있는 남성

악화되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

하지정맥류란 정맥 혈관이 역류하는 혈액의 압력을 이기지 못할 때 혈관이 부풀어 오르며 혈관 주위의 신경을 건드림으로써 통증이나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물론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기에 부종 증세 역시 나타날 수 있다.

하지정맥류를 치료하는 이유가 모두 미관상의 목적 때문만은 아니다. 잦은 다리 저림이나 심한 부종, 다리가 금세 피로해지고 무거운 느낌, 수면 중 종아리 통증 등 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 그중에는 참다 참다 견디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어서야 치료를 결심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피부 겉으로 혈관이 비치거나 돌출된 증상이 없어 자신에게 하지정맥류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맥 내 판막 손상으로 생기는 하지정맥류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이유는 정맥혈관 내부에서 혈액의 역류를 막아주는 판막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정맥은 동맥과 달리 혈압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혈액의 이동속도가 매우 느리다. 게다가 다리에서 심장 쪽으로, 즉 중력 반대 방향으로 혈액이 이동해야 하기에 정맥 내부에는 혈액의 역류를 막기 위한 판막이 존재하는 것이다.

서비스업, 사무직 종사자에 많이 발생

정맥 내의 판막이 손상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이유로는 유전적 요인, 여성호르몬의 영향, 노화 등이 꼽힌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중년층뿐 아니라 20대 젊은 층으로까지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이다. 하이힐이나 스키니진, 압박 스타킹 등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패션에서 기인하지만 온종일 서서 일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나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사무직 종사자 수가 증가한 것도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하지정맥류를 선진국형 질환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다리 통증이 있는 남성다리 통증이 있는 남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복성 하지정맥류

하지정맥류에 대한 큰 오해 중 하나가 혈관의 돌출만을 하지정맥류의 증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겉으로 아무 이상이 없어도 하지정맥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혈관이 피부 쪽이 아닌 피부 안쪽으로 부풀어 오른 경우로 ‘잠복성 하지정맥류'라 한다. 육안으로는 발병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혈관초음파검사를 통한 진단이 필요하다.

외과적 수술로만 치료 가능한 진행성 질환

하지정맥류의 주요 증상은 다리 저림이나 부종, 피로감 등이다. 그러다 보니 일상 중 쉽게 지나칠 수 있고, 당장 생명에 큰 지장이 없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낫는 질환으로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이런 인식과는 달리 실제 하지정맥류는 자연적으로 치유할 수 없는 '진행성 질환'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낫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태가 계속 악화된다는 것. 운동이나 약물 복용, 의료용 압박 스타킹 착용 등의 일시적인 방법은 병증의 진행을 늦추는 것일 뿐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외과적 수술로만 치료가 가능하다.

흉터 걱정 없고 혈액순환을 돕는 레이저 수술법

예전에는 하지정맥류 수술에 부담을 느껴 치료를 미루거나 외면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사타구니 부근과 하지정맥류가 발생한 부위를 절개하여 해당 정맥을 다리에서 뽑아내는 다소 부담스러운 시술이었고 절개로 인한 흉터가 짙게 남아 더욱 꺼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맥 내 레이저 수술법이 개발된 후 이런 부담이 사라졌다. 칼로 절개하지 않고 바늘구멍 크기의 작은 구멍을 통해 레이저 선을 삽입하여 해당 혈관을 폐쇄하는 방식으로, 흉터가 남지 않는 것은 물론 곧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맥 내 레이저 수술은 현재 수많은 임상을 통해 안전이 입증된 하지정맥류 수술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간혹 혈관을 폐쇄하면 혈액순환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환자도 있지만, 이미 역류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혈관을 폐쇄함으로써 혈액이 심부정맥으로 이동하는 것을 도와줘 오히려 혈액순환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혈관초음파검사를 통한 초기 치료가 중요

하지정맥류는 초기 증상이 대수롭지 않기에 일상에서 지나치기 쉽지만 진행성 질환의 특성상 방치할 경우 상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부정맥혈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리 저림이나 쥐 내림, 부종 등 하지정맥류의 대표적 증상이나 다리가 무겁거나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면 단순 피로감으로 여기지 말고 반드시 혈관초음파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승진 원장 (흉부외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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