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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2000년 초반엔 사마귀 관련 질문 유형이 다음과 같았다.

“사마귀가 뭐예요?”
“편평사마귀가 뭐예요?”
“HPV가 뭔가요?”

당시 사회적으로 사마귀에 대한 심각성, 치료 필요성이 인식되기 전이었기에 이 질환에 대한 생소함이 질문의 요지였다.

질문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단순한 궁금증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 사랑이 뭐예요?” 하고 아이가 질문했다고 치자.
엄마는 어디서 어디까지 답해야 할지 난감하기 그지없다.

‘사마귀가 뭐냐?’는 질문에 감염의 경로, 원인, 종류를 설명하다 보면 HPV가 뭔지 설명해야 하고 HPV감염을 이야기하자니 복잡한 면역시스템을 설명해야 한다. 설명하는 사람의 피곤함보다는 읽는 사람들의 고단함이 더 걱정이다.

그렇다고 그냥 ‘피부질환이에요’ 하자니 ‘사랑은 서로 좋아하는 것’이라는 대답과 차이가 없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질문이 한발 더 나아간다.
바로 ‘사마귀 없애는 법’이 뭐냐는 질문이다.

궁금한 표정의 여성궁금한 표정의 여성

‘사마귀가 뭐냐’는 질문에 아직도 압축적이고 완벽하며 흠잡을 데 없는 답을 만들어 놓지 못했는데 질문은 발전했다.
사마귀 없애는 법을 어떻게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까?
마음이 동하면 간간이 한잔하는 소설가 한 분이 있다. 기회가 되어 이러한 고충을 말했더니 대뜸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독자의 기대가 뭔지 잘 생각해 보면 되지 않을까요?”

누가 작가 아니랄까... 독자의 기대를 생각해 보란 답이 난처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독자들, 그러니까 면역에 문제가 생겨 HPV 감염되고 사마귀가 생긴 독자들의 궁금증은 어떻게 하면 병원에 안 가고 집에서 쉽게 낫게 하는 방법 없겠냐는 뜻이 아닐까 싶다.

질문의 요지가 이것이 맞는다면 그런 방법은 없다.
병원의 도덕성이 의심되어 병원엔 가기 싫다고 해도 할 수 없다.
의지와 노력이 대단해서 스스로 노력해서 질병을 이겨내고 건강을 유지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겠다는 사람은 많아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자동차 겉은 번쩍번쩍 왁스 칠하면서 속은 엔진오일만 갈아주면 전부라는 심보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질병은, 아니 우리 몸이란 것은 그저 무엇 한가지로 뚝딱 낫는 것이 아니다.
율무를 먹으면 없어지고, 뭘 바르고, 무슨 연고를 사용하면 낫는다거나, 제거하면 낫는다더라 하는 것은 다 부질없다. 중요한 것은 면역이며, 아무리 뭘 해도 면역이 없으면 또 걸리고 재발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경엽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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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엽 노들담한의원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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